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 중에 그의 처연한 심경을 담아 자신의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 보낸 세한도(1844). 유배 중인 자신을 늙은 소나무에 비유했고, 스승 곁을 지켜주는 제자를 표현한 어린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길다란 집 한채 왼쪽에는 어릿 잣나무 두그루를 그려 넣어 추사가 유배인의 처지에서도 세상에 대한 희망을 담았다. 1974년 국보 제180호로 지정됐다. ⓒ제주의소리

[특별기고] 제주도 재선충 방제 '불편한 진실'...'면역계 교란' 항공방제는 우리나라만

<재선충병 방제의 현재와 미래> 이학박사 이종우

세계인이 찾는 보물섬 제주의 풍광을 장식하는 낙락장송이 재선충에 의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어, 완당의 세한도에 출중한 제주 노송은 이제 화폭에서나 음미를 하여야 할 상황이다. 소나무 재선충병 (Pine Wilt Disease)은 북미대륙 토착 선충인 재선충 (Bursaphelenchus xylophilus)에 의해 발병되는 대표적인 감염성 질병이다. 수억년에 걸쳐 이 질병에 대한 내성을 개발해 온 북미지역 소나무림과는 달리 다른 지역의 소나무림은 감염시 수주일 내에 치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포루투갈과 스페인을 포함한 남부 유럽지역, 우리나라를 포함한 극동지역 등 북반구 대부분의 지역에 창궐하며 이는 빈번한 국가 간의 물자 이동에 기인한 바가 크다.

재선충병의 전파에는 하늘소 등의 매개곤충이 역할이 중요한데 이는 토양을 매개로한 재선충의 이동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특히 2015년 현재 재난수준의 창궐을 보이고 있는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Monochamus alternatus)가 토착종인 지역으로 기후변화와 맞물려 태풍 등 자연재난으로 인한 솔수염하늘소의 숙주목이 지속적 공급되는 등 솔수염하늘소에 호의적인 생육환경을 제공한다. 따라서, 외래 해충의 유입으로 시작된 재선충병이 이미 토착화 단계에 진입해 이 질병의 완전방제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 각국은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감염목의 제거 및 연소를 포함하는 물리적 방법, 나무주사를 통한 예방약제 주입과 화학약제의 항공살포 및 제거된 감염목의 훈증 등을 포함하는 화학적 방법, 포식자 및 포식기생자를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 방법 등 다양한 재선충병 방제방법을 개발하여 운용해 왔으나 연소의 방법은 산림지역에서 산불 및 주변목들에의 영향 등의적용 상의 어려움이 있고 생물학적 방제 방법은 효율이 낮은 문제점이 존재하며 화학적 방제 방법은 화학약품에 의한 환경파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등 적용 상의 문제로 조기방제에 성공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완전방제에 성공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 따라서 본 기고문에서는 현재 제주도에서 운용 중인 재선충병 방제법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순서로 제주도 재선충병 방제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 보도록 하겠다.

-재선충병 방제법의 문제점 (제주도를 중심으로)

현재 재선충병에 대한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관계로 재선충병의 방제는 예방약재의 주사와 매개충에 의한 전파를 억제하기 위한 화학약품의 항공방제 그리고 고사목의 전량 제거를 통해 매개충의 산란장소를 제한하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도내 소나무림에서 재선충병의 감염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확산 일로에 있음을 볼때 현재 도에서 운용 중인 재선충병 방제사업에서 보여지는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는 것은 현 방제법의 유용성을 결정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현재 도에서 운용 중인 방제사업에 대해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문제점은 소나무 고사 원인에 관한 정확한 조사 없이 방제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조기진단을 통한 재선충병 감염목의 제거는 이루어지지 않고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는 고사목에 한해 전량 제거를 목표로 방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가 제주시 지역에서 샘플링한 바로는 2013년의 경우 소나무 고사목의40% 정도는 바구미류의 천공성 곤충에 의해, 20% 정도는 가뭄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그리고 단지 40% 정도만 재선충병에 의해 고사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같은 고사목의 무분별한 제거가 2013년 재선충병에 의한 소나무 고사목  전량 제거의 실패에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2014년에 이르면 조사한 소나무의80% 이상이 재선충병에 의해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무분별한 소나무 고사목의 제거가 바구미류에 의한 건강한 소나무 공격을 촉진하여 재선충병의 확산에 기여했을 것이라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소나무바구미는 소나무의 수액을 빨아먹는 방법으로 소나무의 수세를 급격히 약화시키고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소나무 바구미 모두 수세가 약해진 소나무나 죽은 소나무에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두번째로 지나치게 화학약품에 의존하여 재선충병 방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제주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항공방제의 경우는 재선충병 당사국들 중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실시하고 있는 방제법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2013년 독일 브라운쉬바이크에서 열렸던 재선충병 컨퍼런스에서 재선충병 방제법으로서의 항공방제에 관해 본인이 자유토론을 제안했을 때 포르투갈, 일본 그리고 중국의 관계자들이 화학약품의 항공방제의 경우는 생태계 파괴의 문제가 심대해 자국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옵션이라고 말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재선충병 매개충에 특이적인 방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항공방제 시 살포되는 화학약품은 화분매개충을 포함하여 생태계의 유지에 꼭 필요한 곤충도 모두 죽이는 광범위한 살충제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작년 여름에 매년 하루종일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유난히 들리지 않았음을 기억하는가? 이것이 꼭 항공방제의 영향이라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항공방제 시 사용하는 화학약품은 꿀벌을 포함한 화분매개충 등 광범위한 곤충을 죽이는 약품인 것이 사실이고 인간에게 저독성이라고는 하나 면역계 교란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 어째튼 독성이 있는 약품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재선충병 예방약제와 고사목 훈증에 사용되는 훈증제 역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험적 증거는 아직 없지만 재선충병 역학조사 과정에서 예방약제를 주입한 소나무의 상당수가 정확한 이유없이, 즉 재선충 감염없이 고사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예방약제 자체가 소나무에 일정 부분 독성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사용되고 있는 훈증제인 킬퍼는 토양이 까맣게 타버릴 정도의 강력한 살충제임에도 정확한 사후관리 없이 고사목 훈증에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야외채집을 다니면서 본 훈증더미들은 대부분 피복이 벗겨져 있었고 주변 토양은 심각하게 훈증제에 오염되어 토양미생물의 검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는 훈증제의 경우 사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사후관리 역시 철저히 해야함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재선충병 방제사업단의 관리부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수개월간 고사목 제거현장을 관찰한 바로는 소나무 고사목 제거 시 고사목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위해 중장비를 사용하여주변목을 제거하는 행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산림이 우거져 고사목에의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 일정 부분의 산림파괴는 감수해야하겠지만 보다 정밀한 관리를 통해 광범위한 주변 산림파괴를 막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재선충은 소나무의 뿌리까지 침투하고 매개충은 토양에 접한 나무의 밑둥까지 산란하므로 재선충병 감염목의 제거는 토양에 접한 밑둥까지 적어도 수피 부분은 깨끗하게 제거해야한다. 고사목 제거에 수반된 환경파괴를 고려할 때 고사목을 제거하고자 한다면 제대로, 그렇지 않다면 그냥 놔두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잘라낸 소나무의 운반 및 야적도 문제다. 잘라낸 소나무의 운반 시에는 반드시 커버를 덮고 옮기고 야적장에 도착하면 톱밥으로 만들던지 연소를 시키던지 바로 사후처리를 해야만 한다. 포르투갈의 한 연구그룹의 결과는 잘라낸 소나무 운반 시 커버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여준다. 재선충병 감염목을 잘라낸 후 운반트럭에 싣고 촘촘한 그물로 커버를 한 후 바로 살충제를 뿌리고 두세시간 후 운반트럭에서 감염목을 내려 놓은 후 화물적제칸에 죽어서 떨어진 매개충을 세어 본 결과 평균 수십마리의 매개충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용된 트럭은 수십톤 덤프트럭이므로 제주도에서 주로 사용되는 5톤 이하 소형트럭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적절한 커버도 없이 감염목을 운반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매개충이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겠는가? 또한 야적장에 몇 달씩 사후처리 없어 쌓아 놓은 동안 얼마나 많은 매개충이 우화되어 날아갔겠는가? 본인이 겨울철 매개충 유충 채집 시 종종 우화된 솔수염하늘소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아 겨울이 따뜻한 제주도에서는 연중 매개충이 우화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잘라낸 감염목은 즉시 사후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재선충병 방제법 (대안을 중심으로)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토착종인 지역으로 재선충병이 이미 토착화 단계에 진입해 이 질병의 완전방제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가 간의 물자 및 목재의 잦은 이동으로 재선충 감염목의 지속적인 유입이 전망되는 만큼 재선충병의 박멸을 목표로 하는 방제법을 제고하고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포함한 최근 재선충병 관련 연구성과를 폭 넓게 받아들여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이며 장기적인 방제 및 관리 메뉴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1) 감염목의 조기선발 및 개입을 가능케 하는 효율적인 진단법 개발, 2) 매개충 천적의 이용 등을 포함한 친환경적 방제법의 개발 등이 포함된 재선충병 연구의 활성화와 3) 검역체계의 재정비를 통한 신규 재선충 유입의 방지, 4) 재선충병 방제 주체의 다양화를 통한 경쟁 유도 등을 포함한 행정적인 뒷바침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제주도 소나무림의 고사는 그 원인이 단지 재선충병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천공성 소나무 기생 곤충인 소나무바구미에 의한 피해가 상당하고 재선충병 감염목에서도 병원성 재선충 (Bursaphelenchus xylophilus)과 이와 유전적으로 98% 이상 동일한 비병원성 재선충(Bursaphelenchus mucronatus)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재선충병 감염목을 판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제거 고사목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 증상을 보이지 않는 감염목을 조기에 발견하고 제거하여 재선충병의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환경파괴적인 화학약품을 이용한 방제법을 제고하고 최근 개발된 친환경적 방제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한편 새로운 방제법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선충 자체는 토양 매개 이동이 제한되어 있어 주로 매개충에 의해 전파가 이루어지므로 매개충 트랩이나 천적 등을 이용하는 친환경적 방제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효율이 낮은 기존 친환경적 방제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차원의 연구지원을 통해 제주도의 기후, 지형에 맞는 방제법을 개발하는 것이 절실하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재선충병 저항성 소나무 증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에서 개발된 재선충병 저항성 소나무는 제주도 자생종인 해송 및 적송을 포함하므로 이들을 도입하여 증식하고 식재하는 사업을 시작해야한다. 다만 여기에 유전적 다양성을 덧붙이는 연구를 진행하여 소나무림의 유전적 다양성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세번째로 제주도도 이제는 도가 주관하는 검역시스템을 만들어 신규 재선충 유입을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럽국가들은 이미 검역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수출입 소나무 목재, 소나무 톱밥, 소나무 유래 포장재 등에 대해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나 제주도는 풍부한 소나무림이 존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토착종인 지역으로 신규 도입되는 재선충이 급격히 퍼져나갈 포텐셜이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제 주체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재선충병에 무지한 관료가 주도하는 현 체재로서는 재선충병의 방제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관료가 주도하는 지역, 재선충병 연구자가 주도하는 지역,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지역 등으로 제주도를 세부 권역으로 나누고 방제방법에도 자율성을 부여하여 방제 주체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주체간의 정보 및 물적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바침을 통해 제주에 가장 적합한 재선충병 방제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새로운 경쟁과 협력의 패러다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재선충병에 관한 제주도민의 관심도 환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작년 8월 제주도 재선충병 방제단에서 재선충병 방제 희망백서가 발간되었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수십만의 인원에 수백억원을 들여 수십만 그루의 소나무를 제거하였다는 내용과 도지사를 포함한 관료들을 찍어놓은 수 많은 사진들, 여러자료에서 짜집기한 것으로 보이는 의미없는 도표들 외에 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더우기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희생되고 재선충병은 확산 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성공적 방제를 자축하는 작태는 이해하기 힘들다. 더 늦기 전에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때다. 우리의 의무는 후손에게 아름다운 강산을 물려줘야할 책임과 임무가 있기에, 소나무의 사랑은 곧 우리의 자식사랑과 다를 바가 없다.

이종우 박사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사대부고를 졸업(5회)하고 서강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미국 노틀데임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신경생물학(Neuroscience)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강대에서 연구교수를 지내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대에서 연구교수로 지냈다. 2013년에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수행으로 망막색소변성증 등 퇴행성 시신경 질환 발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밝혀내 전국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유전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 2013년 6월6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 2년간 세계재선충학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관련 논문과 특허 개발에 열중하고 이다. 2013년 8월에는 재선충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주)유소를 설립해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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