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주식시장이 작년의 유례없는 호황을 뒤로 하고 금년 들어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대략 세 가지 이유를 추려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유가급락이다. 금년 들어 또다시 18% 하락하여 이제는 배럴당 40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100달러 이상의 가격을 가정하여 막대한 투자를 벌였던 생산업체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이들에게 납품하기로 한 유관산업들에게도 심히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유가하락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득과 실 면에서 어느 쪽이 클 것인지를 가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름값이나 각종 공산품의 가격이 인하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는 희소식이고 이로 인한 민간소비지출 증가는 경기회복을 위해 큰 플러스다. 그러나 생산자의 투자지출은 감소할 것이므로 문제가 간단치 않다. 거기에 일부 석유관련 업체들의 도산이 가져올 연쇄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둘째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다.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소비자 물가지수가 1%를 밑돌고 있어 일본판 '잃어버린 20년'의 공포가 시장참여자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물가가 지나치게 많이 오르는 것을 걱정하던 것은 지나간 옛날의 이야기고 소비자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것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최대 목표로 된 지 오래다.

셋째로는 유럽의 정정불안이다. 이달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의 승리가능성이 거론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분쟁에 유가 파동 악재까지 겹친 러시아도 경제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15년은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전문가들의 다양한 전망들을 나름 정리해 본다. 우선 OPEC와 미국의 세계 에너지 시장 주도권 경쟁은 후자 쪽에 승산이 있어 보인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

OPEC 12개 회원국 중 재정적으로 버틸 능력이 있는 페르시아 만 4개국과 그렇지 못한 8개 산유국들은 이해관계가 다를 뿐 아니라 비 OPEC 산유국인 러시아와 미국의 산유량이 각각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미 추월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금지되어 왔던 미국의 원유수출이 최근 최소한의 가공을 거치는 조건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OPEC의 카르텔로서의 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국제유가의 안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또한 GDP 구성 면에서 소비지출의 기여도가 투자지출의 기여도보다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유가하락은 경제를 위해서도 좋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다음,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근거는 물가가 내릴 것 같으면 소비자들이 소비지출의 시기를 뒤로 미룰 것이라는 이론에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들이 가격 내릴 때를 기다려 돈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 쓴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쌓아 놓고 있는 이유도 투자를 해도 팔리지 않을 것을 걱정하여 투자를 못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가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위축된 민간소비가 문제의 핵심이며 민간소비가 위축된 이유는 소득이 적기 때문이라는 일견 단순해 보이는 이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즉 낮은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위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인식이다.

끝으로 그리스의 경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유로 존으로부터 탈퇴하는 시나리오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그로 인한 충격은 크지 않을 것 같다.

다른 회원국들로의 전염 가능성 때문에 그리스에 끌려다니다시피 했던 것은 옛말이 되었다. PIGS 4개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에 대해서 채권시장이 요구하는 금리는 현재 그리스만 9%가 넘고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은 모두 2% 전후로 안정되어 있다.

돈 안 쓰는 게 아니라 없어서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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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러시아의 경우는 현지 시간으로 내일(1월 15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4개국 대표들이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 모여 평화협상을 한다.

국제유가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서방의 경제제재라도 우선 풀어야 할 러시아에게 평화안 타결은 더욱 절실해 보인다.

현재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유가, 인플레이션 및 유럽 상황과 관련하여 2015년의 전개 방향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도 모처럼 선거 없는 해를 맞이 하여 글로벌경제의 주역에 포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이 글은 <내일신문> 1월 14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게재됐습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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