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제주서 ‘중문 복합리조트’ 추진 발표…중앙언론도 카지노 '넣다 뺐다' 의구심

면세점 사업을 제주발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겠다며 마련한 기자회견이 ‘카지노’ 논쟁의 새로운 불씨가 될 전망이다. 

부영그룹은 27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면세점을 포함한 복합리조트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전문경영인인 이삼주 부영주택 사장이 직접 참석했고, 부영이 면세사업을 위해 지난해 영입한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출신의 황인기 전무와 신라면세점 마케팅전략팀장 출신의 이덕기 상무가 면세사업의 구체적 계획 등을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복합리조트 내에 ‘카지노’ 설립 계획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부영 측은 ‘YES’ 또는 ‘NO’의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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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영그룹이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추진중인 복합리조트 조감도.

 복합리조트에 카지노 있나? 묻자 ‘……’ 
 
이날 이삼주 부영주택 사장은 복합리조트 사업에 ‘카지노’를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정부가 관광활성화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니 지금은 (카지노를)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이라며 답변을 흐렸다. 

‘원희룡 제주도정은 카지노 사업을 하려는 개발사업자는 카지노 계획을 미리 밝히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는 추가 질문에도 특별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기자회견문에서 “중문에 추진 중인 대규모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은 2015년 1월19일 정부의 제7차 투자활성화대책과 맞물려 제주도와 서귀포시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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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영은 27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면세점 진출 계획을 알렸다. 왼쪽부터 이덕기 부영그룹 면세사업단 전무, 이삼주 부영주택 사장, 황인기 면세사업단 전무.

이삼주 사장이 말한 ‘정부 관광활성화 대책’이 바로 제7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나온 관광 등 서비스산업분야 활성화 방안이다. 부영이 추진하겠다는 중문 복합리조트가 대규모 카지노를 염두에 둔 개발사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겐팅·갤럭시 등 글로벌 카지노 그룹들이 속속 제주 진출을 가시화하면서 가뜩이나 ‘세계적인 카지노 도박섬’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는 시점에 부영까지 나서서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추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영, "정부 1조원 투자 국내기업도 '카지노' 허용"…에둘러 답변?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우리 대기업도 국내에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설립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2개 사업자를 선정해 2020년까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와 같은 복합리조트를 추가로 건설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상지역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2개 복합리조트 사업자가 선정돼 사업이 추진되면 최소 2조원 이상의 투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결국 1개 복합리조트의 최소 투자금액은 토지구입비를 제외한 1조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야심차게 복합리조트 추진계획을 밝힌 부영이 정부가 모델로 언급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센즈와 같은 복합리조트에서 핵심사업인 ‘카지노’를 빼고 사업계획을 세웠을 리 만무한 일이다.  
부영그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기업 제외 국내 민간기업 중 재계순위 17위, 자산 16조원, 연매출 3조원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복합리조트에 투자할 ‘실탄’은 충분히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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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주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부영은 어떤 기업보다도 국내외, 특히 제주에서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펴왔다”며 “면세점 사업을 제주발전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부영이 제주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돼야 하는 명분과 이유를 밝혔다. 

오랜 기간 주택건설업을 운영해온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레저산업을 새로운 전략사업으로 정하고 제주 서귀포시에서 면세점 사업을 추진하면 중문에 추진할 대규모 복합리조트 단지 개발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란 게 부영의 논리다. 

하지만 부영이 발표한 중문 대규모 복합리조트사업 계획의 핵심은 카지노 사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중앙언론들도 부영 '카지노' 보도했다가 황급히 삭제…왜?

이삼주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도 ‘중문 복합리조트에 카지노 사업을 추진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카지노 허가 관련해선 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하면서 1조원 이상 투자할 경우 (국내 대기업도) 카지노 허가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정부정책이 확정돼야지 결정할 수 있다. 그렇게 알아 달라. 그 정도 해달라”며 더 이상의 답변을 피했다.
 
정부가 투자활성화대책 방안으로 제시한 복합리조트 시설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면적은 5% 미만이다. 그러나 세계적 복합리조트들도 카지노 매출이 복합리조트 전체 매출의 60~70% 이상을 차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대표적 사행산업인 카지노의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대책없이 관광인프라를 명분으로 카지노 추진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한편, 이날 제주에서 가진 부영 기자회견 직후 서울 유력 중앙언론들도 부영의 제주 중문 복합리조트와 면세점 추진 계획을 보도하면서 카지노 추진계획을 일제히 보도했다. 중앙언론들은 조감도와 함께 “부영그룹은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 호텔·면세점·월드타워·워터파크·카지노 등이 한 곳에 들어서는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이 보도 직후 30여분 만에 카지노 부분을 삭제하는 등 부영 측이 복합리조트의 핵심사업인 ‘카지노’ 계획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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