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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총회에 참여하는 강정 마을 주민들.

성원 안돼 안건 채택 불발..."크루즈터미널 수용? 제주도 설명 들은 뒤 결정"

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에서 떠안은 수억원의 벌금을 감당할 수 없어 마을회관을 매각하려 했던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 매각 건을 다음 총회로 미뤘다.

28일 오후 7시부터 강정 의례회관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마을 운영위는 마을회관 매각과 '주민 자격 기준' 강화를 위한 향약 개정 안건 등을 상정했다.

향약에 따라 마을회관 매각 건은 최소 150명, 나머지 안건은 70명이 넘어야 성원이 된다. 

오후 7시30분 기준 총회 참석 주민은 94명. 마을회관 매각 건은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결국 이날 총회는 지난해 마을 예산 감사 보고와 2014년도 사업보고 및 결산 보고, 2015년 사업계획 및 예산안 승인, 제주도 시행사업(서귀포 크루즈터미널 및 친수공원 조성) 관련 설명회 수용 여부 건만 논의됐다.

결산 보고와 사업계획, 예산안은 대부분 원안 통과됐다.

강정 크루즈터미널 및 친수공원 조성에 대해 주민들은 수용에 앞서 제주도 해운항만과 관계자의 설명을 먼저 듣기로 결정했다. 설명을 듣고 난뒤 수용 여부를 결정하자는 취지다.

한 주민은 “이대로 해군기지가 완공된다면 민군복합항이 아니라 순수 군항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크루즈 터미널 수용 여부를 떠나 도 관계자의 설명을 먼저 듣는 과정은 필요하다. 크루즈 터미널이 민항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설명회 때와 다르게 사업이 진행된 적이 많다. 설명회를 듣고 논의를 통해 크루즈 터미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약은 일부 개정됐다. '주민' 자격이 까다로워졌다.  

지금까지는 주소를 강정동으로 옮기는 즉시 주민 자격이 주어졌지만, 앞으로는 주소를 강정마을로 옮긴 뒤 5년을 거주해야만(20세 이상) 주민 자격이 주어진다. 

주민들은 다음 임시총회가 열리는 2월26일 전에 크루즈 터미널 관련 설명회를 듣고나서 수용 여부와 마을회관 매각 논의를 다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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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철 강정마을 회장이 상정된 안건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당초 이날 총회에서 주민들은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따른 수억원의 벌금과 손해배상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마을회관 매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마을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해군기지 반대 활동으로 재판에 회부된 건수만 392건에 달한다. 이중 223건이 종결되고, 159건이 아직도 진행중이다.

사건 종결로 확정된 벌금만 2억5755만원으로, 진행 중인 사건까지 합치면 벌금은 3억7970만원에 이른다.

마을회는 지난해 11월11일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반대 운동으로 생긴 벌금을 마을회가 책임질 것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따라 마을회는 그동안 2억여원의 벌금을 납부했지만, 나머지 벌금도 2억원에 가까워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마을회관 및 노인회관 매각 여부를 고민해왔다.

마을회관은 부지 면적 661㎡에 공시지가가 ㎡당 12만2500원, 노인회관은 부지 132㎡에 공시지가 ㎡당 13만1100원이다.

마을회는 경매 등을 통해 두 회관을 매각했을 경우 5억원 가량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성원이 되지 않는 바람에 마을회관 매각 여부 결정은 다음 총회로 연기됐다. 

과거 강정의 마을회관은 여느 마을의 그것 처럼 마을의 대소사는 물론 주요 사항을 이곳에 모여 의논하는 공간이었으나 해군기지 문제가 마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뒤로는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결의를 다지거나, 중대한 결정을 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발전했다.

따라서 주민들에게 마을회관을 매각한다는 것은 반대투쟁의 중심적인 공간 하나가 사라지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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