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삼 칼럼] 통계로 본 부동산투자이민제도의 불편한 진실

(1) 중국자본, 사실은 부동산특수 노렸다?

지난 1월 26일 제주도가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제주도가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시행한 이래 지난해 말까지 이 제도를 이용해 통해 국내 거주권(F-2 비자)을 얻은 외국인은 총 1천7명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99%인 992명은 중국인이다. 부동산투자이민제는 외국인 투자를 늘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0년 2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주도가 도입한 제도이다.

이렇게 도입된 부동산투자이민제도는 2013년 이후 제주도의 땅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부동산 거품 논란이 커지자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 제도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집중 보도되기 시작하였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제주도는 작년 10월부터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그간 부동산투자이민제도는 부동산 경기 과열, 외국인의 토지소유 급증에 따른 도민 사회의 위화감 증대, 중산간 지역의 자연경관 훼손, 분양형 숙박시설의 과잉공급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제주도가 이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법무부와 행정자치부 등 중앙정부와 협의해 나가려는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한 공과를 종합적이고도 객관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제적 측면에서 부동산투자이민제도의 공과를 평가하는 것도 그 일부로서 필요한데, 이 역시 주관적인 주장을 벗어나 데이터나 각종 지표를 근거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 미국발 금융위기 속 경기활성화 위해 도입

부동산투자이민제도는 법무부가 마련한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2009년 말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부터 도입됐다. 2019년 12월 29일자 법무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통과된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세 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첫째, “국내 체류 중인 전문직 종사 외국인”의 학력과 소득 등을 평가하여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자에게 거주ㆍ영주 자격을 부여”하며, 둘째,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해외 우수 인재를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온라인 사증발급 신청 제도를 도입하며, 셋째, “해외자본을 적극 유치”하기 위하여 부동산투자이민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 개정으로 인해 “검증된 글로벌 고급인력의 국내 정착”과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수한 글로벌 인력 확보를 위해 일정한 요건이 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투자이민제도를 시행한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부동산투자이민 제도와 관련한 대목이다. 정부는 해외자본을 유치하여 국내 경기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개정안이 의결되던 2009년 말이 2008년 하반기부터 국내 경제에 본격 영향을 미치던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여파가 한참 위세를 떨치던 시점임을 감안하면, 그 다급함을 이해할만하다.

평균 투자액 6.7억, 비자발급 요건 하한선 ‘턱걸이’...휴양콘도 매입 집중

문제는 이렇게 도입된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그 역할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역할을 했다면 어느 정도 했는지, 아직도 그 역할이 남아 있는가 하는 점도 살펴야 한다.

2010년 2월부터 법무부와 협의하여 시행한 부동산투자이민제도의 적용대상은 휴양 콘도미니엄, 일반 및 생활숙박시설, 별장, 관광펜션 등이었으나, 실제 투자가 가능한 경우는 휴양 콘도미니엄에 국한됐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이러한 사실은 아래 통계로부터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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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 맨 오른쪽 열에는 건당 투자액이 나타나 있는데, 2010년에서 2014년까지 부동산투자이민제도에 따른 외국인 투자 총액(누적 액수) 1조 241억 원을 같은 기간의 매입 건수 1,522건으로 나누면 건당 평균 투자액수는 6.73억 원이 된다.  결국 영주권이라는 당근을 제시하고 “적극 유치”한 “해외자본”의 실체는 비자 발급 요건 하한선인 5억 원을 약간 웃도는 소규모 투자를 끌어와 휴양 콘도미니엄 객실 매입에 집중시킨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대목은 이러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시점이 2013년부터라는 사실이다. 2012년에 734억 원이던 투자는 2013년에 4,377억 원으로, 1년 사이 6배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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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가격 급등 이후 중국자본 유입 쇄도...특수 노린 투기?

부동산투자이민제도에 따른 해외자본(대부분이 중국자본)의 제주 투자가 급증한 시점이 2013년이라는 사실은 이 제도가 애초의 도입 취지인 경기활성화에 걸맞는 기여를 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자료: 한국감정원, 2014년은 2014년 10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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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제주지역 주택과 아파트 가격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파트의 가격은 2010년에 이미 전년 대비 9.9% 상승했고, 이러한 추세가 2012년까지 이어진다. 그 후 2013년, 2014년에 들어 가격 상승은 거의 정체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택가격은 아파트 가격에 비해 상승폭이 덜한 편이지만, 같은 추세를 보여준다. 

이제 아파트(주택)가격 움직임과 부동산투자이민제도에 의한 중국자본의 유입을 연결하여 살펴보자.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아파트(주택)가격의 회복 또는 상승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점이 금방 드러난다. 오히려 중국인 자본의 유입은 제주도 아파트(주택)가격이 상승한 이후에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한 중국인들이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이용하여 제주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결국 부동산투자이민제도에 의한 중국 투자의 유도는 애초에 정책 목적으로 내세웠던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했다. 오히려 부동산 특수를 노리고 투기성으로 유입되는 중국의 소규모 자본의 통로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면 제주지역 아파트와 주택가격 상승을 일으킨 요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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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인구는 2008년에 2,236명이 감소하더니, 2009년에는 1,015명으로 감소세가 둔화되었다. 그런데 2010년부터는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하여 2011년 2,343명, 2012년 4,876명의 인구 증가가 나타나고, 이어 2013년에는 7,823명, 작년에는 1만 명을 넘는 순 유입이 발생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제주의 인구유입은 눈에 띄게 높다. 2014년 제주의 인구 순유입은 전체인구 대비 1.87%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충청남도의 0.48%와 비교할 때도 무려 1.39% 포인트 높은 수치이다. 이것은 제주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매료된 육지인들의 제주도 정착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육지 인구의 유입은 2010년 처음으로 순증가를 기록한 이후 2011~2012년 걸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이 시기는 주택(아파트) 가격 상승 시작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따라서 2010년부터 시작된 주택가격 상승은 육지로부터의 인구유입을 주된 요인으로 하고, 이와 결부된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2013년과 2014년 주택가격의 정체는 공급의 증가 및 과도한 가격상승에 대한 경계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앞의 설명과 모순되지 않는다.  

영주권 업은 차이나머니→콘도 분양 수요↑→ 개발 수요↑→땅값 자극

부동산 경기 상승에 편승해 투자 수익을 노린 소규모 투자의 집중 유치가 부동산투자이민제도의 1차 성적표라 한다면, 제주의 부동산 가격 거품 논란과 부동산투자이민제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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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제주 지역의 땅값 상승률은 2012년부터 전국 평균 상승률을 앞지르기 시작한다. 2012년 전국 평균에 비해 0.2% 포인트 높은 상승률을 보이던 제주지역의 땅값은 2013년 0.3% 포인트를 거쳐, 2014년 3사분기까지 전국 평균보다 무려 1.3% 포인트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런데 땅값이 본격 상승하는 2013년, 2014년은 부동산투자이민제도로 인해 중국인의 제주도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와 일치하거나 그 직후이다.

결국 제주지역의 아파트와 주택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유입되기 시작한 중국인의 부동산투자이민은 2014년부터 본격적인 제주의 땅값 상승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주권이라는 특혜와 가격 상승이라는 기대를 안고 유입된 중국인의 투자는 휴양 콘도미니엄 분양 수요를 끌어올리고, 국내외 부동산개발업자들로 하여금 개발수요를 부추겨, 땅 값을 폭등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땅값 상승 원인은 급증하는 중국자본의 개발투자와 부동산투자이민에 따른 레저용지 취득

여기서 한 가지, 부동산투자이민제도로 인한 중국자본의 유입만이 제주지역 땅값 상승의 주범인가 하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자료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도 있지만, 기술적으로도 부동산투자이민제도로 인한 땅값 상승의 효과와 그 이외의 요인으로 인한 땅값 상승효과를 분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부동산투자이민제도와 더불어 제주지역에 대한 크고 작은 중국자본의 개발투자가 땅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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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2012년 이후 제주도의 외국인 토지소유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2012년 초부터 2014년 3사분기 사이에 전국의 외국인 토지소유는 2억 2,190백만m2에서 2억 3,142만 m2로 4.3%(연평균 1.6%) 증가하였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제주의 외국인 토지소유는 952만m2에서 1,551만m2로 무려 62.9%(연평균 22.9%) 증가했다. 전국의 외국인토지소유 증가분 952만m2 중 3분의 2 가까운 62.9%가 제주에 집중된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경우 2012년에는 3.1%밖에 증가하지 않았으나, 2013년에는 11.9%로 가속도가 붙은 후, 2014년 3분기 동안 무려 41.3% 외국인 토지 소유가 증가했다.

이 시기 제주지역에서 증가한 외국인 토지소유의 대부분은 중국 자본에 의한 것이다. 제주신화역사공원(중국자본 람정개발) 부지 232만㎡, 제주헬스케어타운(중국 상해시 녹지그룹) 부지 30만㎡ 매입 등 대형프로젝트 사업이 이 시기에 집중됐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투자이민제도 시행으로 중국인을 중심으로 레저용지 취득이 증가됐는데, 이 또한 2014년 1분기 4,207천㎡에서 2014년 3분기 7,999천㎡로, 반년 만에 무려 90.1%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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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삼 대우교수.

결국 2013년과 2014년, 특히 2014년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한 중국자본의 토지수요가 제주지역에서 가파른 땅값 상승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 강영삼 (경제학 박사·카이스트 대우교수, yskang62@hanmail.net)



강영삼은? 제주일고(24회)와 서울대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현재 KAIST에 출강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연구원 생활도 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애초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그는 민주화 요구가 분출한 1986년 스스로 대학을 그만두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서울대에서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꿔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중국 경제를 전공한 그는 경제추격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이근 교수의 지도 하에 "Performance and Growth of the Largest Firms in China"(중국 대형기업의 성과)라는 제목으로 2008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2년에는 "Ownership Structure and Firm Performance: Evidence from the Chinese Corporate Reform"("중국 기업개혁을 통해 본 기업지배구조와 성과", 서울대학교 김병연 교수와 공저)라는 제목으로 국제 저명학술지인 China Economic Review (SSCI)에 논문을 싣기도 하였다. 최근 제주에서 중국자본 투자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분분하자 고향에 대한 걱정에서 펜을 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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