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 지원 5개년 사업...“기본계획 먼저 그려야” 지적

제주 서귀포시가 올해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서귀포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서귀포 문화 정책에 대한 중장기적인 비전도 없이 사업에 급급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귀포시는 9일 오전 10시 30분 ‘서귀포 문화도시 조성 추진위원회’ 1차 정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부광진 서귀포시 부시장을 비롯해 문화도시 조성 추진위원 18명이 참석했다.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5월 전국 지자체 도시를 대상으로 공모한 것으로, 제주 서귀포시를 비롯해 경기 성남시, 대구 중구 등 20개 도시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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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열린 ‘서귀포 문화도시 조성 추진위원회’ 1차 정례회의. ⓒ제주의소리
서귀포시는 국비 15억 등 모두 37억5000만원을 5년에 걸쳐(매년 7억 5000만원) 투입해 지역의 유무형 문화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핵심 역할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 문화도시 조성사업 추진위원회는 문화종사자, 전통문화 지역대표, 학계 등 2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업의 기본계획부터 세부계획까지 수립하는데 적극 참여하게 된다.

이날 추진위원들은 현재 서귀포시 문화 정책에 대한 큰 그림도 없는 상황에서, 사업에만 급급하면 결국 문화도시의 방향을 잃게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강문규 위원(사단법인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더 큰 범위에서 중장기적으로 문화도시를 만드는 기본계획이 먼저 만들어지고 나서 그 아래로 사업이 만들어야 한다”며 “큰 그림도 그리지 않고 사업만 보고 추진하다보면 난개발이 된다. 프로젝트에 의한 사업만 한다면 이렇게 거창하게 위원회가 필요가 있나 싶다”고 밝혔다.

행정이 올해 사업방향을 이미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추진위원회는 들러리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서귀포시는 올해 문화도시 조성 사업 계획을 5개 분야로 정해놓은 상태다. 

올해 주요 사업은 ▲문화공연 및 문화도시조성 세미나 개최(4000만원) ▲발굴과제 지원 및 시민공모사업(4억원) ▲문화예술 창작공간 지원(1억원) ▲작가의 산책길 및 문화예술시장 정비사업(1억1000만원) ▲구 서귀포관광극장 운영비품 구입(1억원) 등이다. 

사업별 금액까지 이미 ‘세팅’이 돼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위원회의 활동이 얼마나 효력이 있는지 의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승택 위원(제주도 정책보좌관)도 강 위원의 지적에 공감하며 “실무적 차원에서 올해 사업이 결정된 것 같으니, 내년 기본계획에 대한 뼈대는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봉택 위원(사단법인 한국예총서귀포지회장)은 올해 사업 중 하나인 ‘문화공연 및 문화도시조성 세미나’를 통해서 서귀포시 문화도시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추진위원들은 위원회 운영규정에도 위원 임기가 1년에 최대 2년까지 밖에 할 수 없게 정해져 있는 등 허술한 면이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순열 서귀포시 문화예술과장은 정부 사업 공모를 통해 추진하다보니 촉박하게 진행한 부분이 있다고 밝히며 모자란 부분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각 문화 분야 전문가를 만나 뵙고 의견을 수렴해야 했지만 촉박한 공모 기간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과정상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또 올해 사업 항목 중 세미나 개최, 시민공모사업, 창작공간 지원은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추진위원회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전문 업체의 용역 없이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업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서귀포시를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위원님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위원들은 추진위원장 및 분과 임원 구성도 마무리지었다.

추진위원장은 오성휴 전 서귀포시 부시장, 부위원장은 윤봉택 ㈔한국예총서귀포지회장이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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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진 서귀포시 부시장(아래줄 왼쪽에서 세번째)과 이순열 문화예술과장(윗줄 왼쪽 첫번째)과 서귀포 문화도시 조성 추진위원들. ⓒ제주의소리
전통문화 분과는 강문규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위원장을 맡았으며, 간사는 허은숙 ㈔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 대표가 맡았다. 

도심문화 분과는 이석창 ㈜자연제주 대표가 위원장을, 간사는 변성진 영화감독이 맡았다. 문화가치확산 분과는 강명언 서귀포문화원장이 위원장을, 간사는 안광희 문화공동체 서귀포사람들 대표가 맡았다.

추진위원회 위원은 전통문화 분과 9명, 도심문화 분과 9명, 문화가치확산 분과 8명 등 모두 26명이다. 분과위원회는 수시로 개최되며 전체회의는 분기별 1회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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