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삼 칼럼] 통계로 본 부동산투자이민제도의 불편한 진실

(2) ‘중국자본 무조건 거부’도 안돼

세수증대에도 난개발→부동산가격 상승→임대료 상승 ‘부메랑’

다시 부동산투자이민제도로 돌아가 보자.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작년 10월 6일 현재까지 1,287억 원의 “세수 증대”와 9,600억 원의 투자 유치로 인한 “외환보유고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밝히고 있다. 세수 증대는 지방재정을 확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외환보유고 확충은 긍정적이기는 하나, 외환위기 이후 십 수 년 동안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 확충이 거시경제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이 주는 플러스 효과는 부정적인 측면이 가져다주는 마이너스 효과와 비교 검토해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부동산투자이민제도로 인해 가장 두드러지게 부정적인 점은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의 부담이다. 전자는 제주지역의 생태적 환경적 자원가치를 훼손시킴으로써, 주거, 문화, 관광 등의 측면에서 제주의 지역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땅값 상승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부동산가격, 임대료 상승은 제주 지역의 높은 물류비용과 더불어 이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행하는 가계나 기업에 원가상승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것이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임은 명확하다. 특히 제주지역의 높은 자영업자 비중을 감안할 때, 임대료의 상승은 건물을 임대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영토 넓고 인구 적은 나라’만 제한적 시행...홍콩, 반면교사 삼을만

우수한 해외 인력과 자본을 유치하기 위하여 투자이민제도를 실시하는 경우는 많지만, 부동산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영주권을 부여하는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실시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뉴질랜드와 호주가 이 제도를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 나라들은 무엇보다도 영토에 비해 인구가 적은 나라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자본을 갖고 있는 인구를 유입시키는 것 자체가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게 되는 국가들이다. 제주의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 나라와 다른 경우로서, 홍콩이 경기 부양 목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홍콩은 부동산 경기가 과열 움직임을 보이자, 2010년 10월부터 실시를 전면 중단하고 있다. 제주도는 어떤 유형인가? 

부동산투자이민제도 시행을 중단할지 혹은 계속 운영할지는 무엇보다도 이 제도가 어떤 목적으로 도입됐는지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도입 목적에 비추어 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거나 혹은 이미 그런 역할이 필요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제도의 폐지 내지 시행 중단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일 부동산 경기 부양이라는 애초의 정책 목적이 아직도 추구될 필요가 있고,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이에 적합한 제도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이 제도 시행에 따른 이익과 손해 또한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정책결정의 어려움은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나뉘는 데서부터 발생한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 시행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은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과 개발업자, 그리고 재정수입을 올리는 행정당국이다. 반면 피해를 보는 집단은 건물을 임대하여 살거나 장사를 해야 하는 대다수의 서민들이다. 제주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도 원가부담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쪽에 있다.

이처럼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서로 나뉘게 된다면, 사회적 합의는 쉽지 않다. 이익을 보는 쪽에서는 제도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과소평가하려 하고, 손해를 보는 쪽에서는 그 부작용을 크게 평가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익은 손에 잡히고 측정하기 쉬운데 반해, 피해는 장기에 걸쳐 많은 사람에게 조금씩 나누어지기 때문에 측정이 쉽지 않다는 점도 평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이익을 보는 집단이 정책 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제도 손질 만으로는 한계...개발차익 노린 투기성자본 유입 차단해야

부동산투자이민제도는 애초의 목적과 달리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다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자 차익을 노린 중국 자본이 집중 유입되는 창구가 되고 있음은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이다. 한 가지 더 생각할 문제는 부동산투자이민제도 시행을 중단하거나 대폭 손질한다고 해서 폭등하는 제주의 부동산경기를 진정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의 시행을 중단하거나 혹은 요건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국자본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덤으로 줘서 국내에 투자를 촉진하는 제도이므로,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추가 혜택을 없애는 것일 뿐이다.

특혜까지 주면서 ‘부동산 투자 자본’ 유치 힘쓸 때 아니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별도의 특혜를 부여하면서까지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애를 쓸 시기가 아니라는 점은 한 번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주개발을 위해 이 지역에 투자하는 외국 자본에 대해 좀 더 보수적으로 평가해, 좋은 기업만을 선별하여 유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외국기업을 유치한다고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개발차익을 노린 자본의 유입, 투기성 자본의 유입은 철저히 차단하여야 한다. 산업 차원에서는 제주 산업의 고도화를 이끌 산업, 전후방연쇄가 높은 산업을 유치해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환경파괴를 덜 하는 기업, 도민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자연히 이러한 과정은 과도한 개발 수요를 조절함으로써, 과열화되는 부동산 경기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중국정부에 대해 충분한 근거 기초로 섬세한 설득 병행해야

이러한 행정 당국의 노력은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근거를 기초로 섬세한 설득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중앙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질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외국자본의 유입이 곧 국가경제의 발전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좋은 자본을 선별하려는 노력이 만에 하나 중국 자본 일반에 대한 거부감으로 비춰지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분명하고 자신감 있게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 목표하는 결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최종책임은 행정당국...리더십 발휘해 현명한 결정 내려야

하나의 정책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주민여론 수렴 등의 여러 절차도 필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이를 종합하여 정책결정을 내리는 것은 행정당국의 몫이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해 행정의 최종 책임자는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당국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 강영삼 (경제학 박사·카이스트 대우교수, yskang62@hanmail.net)

158164_178619_0046.jpg
▲ 강영삼 카이스트 대우교수.
강영삼은? 제주일고(24회)와 서울대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현재 KAIST에 출강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연구원 생활도 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애초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그는 민주화 요구가 분출한 1986년 스스로 대학을 그만두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서울대에서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꿔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중국 경제를 전공한 그는 경제추격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이근 교수의 지도 하에 "Performance and Growth of the Largest Firms in China"(중국 대형기업의 성과)라는 제목으로 2008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2년에는 "Ownership Structure and Firm Performance: Evidence from the Chinese Corporate Reform"("중국 기업개혁을 통해 본 기업지배구조와 성과", 서울대학교 김병연 교수와 공저)라는 제목으로 국제 저명학술지인 China Economic Review (SSCI)에 논문을 싣기도 하였다. 최근 제주에서 중국자본 투자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분분하자 고향에 대한 걱정에서 펜을 들게 됐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