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43) 21세기 어떤 날 / 페퍼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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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ginner's Luck / 페퍼톤스 (2012)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다. 고모부와 고모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군에 있던 외사촌 형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1년은 365일이니까 10년이면……. 70을 한 평생으로 하면……. 계산기를 두드리다 턱을 괸다. 10년이면 3650일. 많은 날 같지만 한 편으로 생각하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오랫동안 함께 한 것 같지만 10년을 함께 한 물건이 거의 없다. 잘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다. 3650일의 밤 동안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술을 마시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옷을 벗었다. 3650일의 낮 동안 밥을 먹거나 창밖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옷을 입고 있었다. 그 밤과 낮 중에서 시를 읽거나 시를 쓴 적이 있다. 앞으로 3650일의 밤과 낮 동안 시를 쓸 수 있을까. 그리고 페퍼톤스는 몇 장의 앨범을 더 낼까. 신재평(기타), 이장원(베이스)은 ‘2012년 1월 16일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라고 노래한다. 10년 동안 얼마나 아름다웠던 기념일 있었던가. 하지만 우리는 그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3650일의 밤과 낮을 그날처럼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리. ‘내 맘 속 카메라’로 그날 그날을 ‘찰칵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고, 외롭거나 슬플 때 그 사진들을 현상할 수 있다면 말이지.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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