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기록물 관리 엉망, 사람은 뒷전, 백서엔 자화자찬 씁쓸 / 문준영

‘대실패’

제주도 재선충 방제 사업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여러 가지 말들이 있지만 앞서 말한 한 단어로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3명의 사망을 포함해 인명피해가 18건이나 발생했고, 인력 부풀리기와 GPS 조작으로 2억5000만~3억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업체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애꿎은 소나무가 잘려나간 건 말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알 것입니다.

자, 그럼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계획에 의해 방제를 했기에 이 지경 까지 왔느냐’ 하는 것이죠.

때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도는 (사)한국산림기술협회와 해송의 생태적 건강성 확보와 재선충병 확산방지를 위해 '해송림 종합관리계획 수립‘이라는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합니다. 또한, 도내 피해 전 지역을 정밀조사하고 지역맞춤형 단계별 방제전략을 수립하여 본격적인 방제작업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계획에 따른 방제 결과는 참담했죠.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이 ‘해송림 종합관리계획’이라는 보고서는 어떤 것인가. 그래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포털에서 ‘프리즘’이라고 검색을 하면 ‘정책연구관리시스템’이 나옵니다. 이곳은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연구정보를 공유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해송림 종합관리계획‘을 검색해봤습니다. 그러자 웬걸. 1억1500만 원짜리 보고서가 4장, 5장, 7장이 빠진 채 업로드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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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4장, 5장, 7장은 해송림 실태조사 결과와 진단과 방안, 장기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1억1500만 원짜리 ‘수의계약’도 이상했지만, 기록물을 이런 식으로 관리한다는 게 굉장히 황당했습니다. 그래서 담당부서로 연락을 해 빠진 부분을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났습니다. 빠진 부분이 채워지지 않아 다시 전화했더니 담당 직원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희도 지금 그 자료를 다 받지를 못한 것 같아요. 책자는 있는데 파일이 손상이 되어 있어서 다시 그걸 받고 있는 중이에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1억이 넘는 용역보고서 파일을 담당자가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왜 그걸 갖고 있지 않은지, 기존에 올려 진 파일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담당자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그걸 꼭 파일 자체로 받는 게 아니라, 책으로 받게끔 되어 있습니다. 파일 자체는 우리가 참고로 받는 거예요. 책은 다 있습니다.”

책은 있는데 파일은 없다? 이것이 1억이 넘는 용역보고서에 대한 관리 수준입니다. 파일 몇 개는 용역 연구원에게 전화해서 이메일로 금방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간단한 게 몇 주가 걸리느냐’고 물었더니 또다시 말도 안 되는 답변을 합니다.

“용량이 커서 그럽니다. 용량이 커서.”

대화는 무난한 것 같지만 담당 공무원은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그 담당자는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올리고 나서 연락을 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다시 2주가 지났고,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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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1, 2, 3, 6, 8, 9장이 빠져있습니다. 어이없는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보고서에 대한 판단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자료조사를 하면서 재선충 방제사업의 실패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잠깐, 과연 이것만 빠져있었을까요?

제주도는 8개월간 소나무 재선충병 총력방제 현장기록(13.09~14.04) ‘방제 희망 백서’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160페이지 정도 되는 이 백서를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봤는데, 대강 이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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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런 걸 했고, 그에 해당하는 작업 사진과 현황, 통계 자료를 넣고, 마지막에 방제 작업 당시 사람들이 쓴 글을 엮어 놓은 것입니다. 결국엔 ‘이렇게 했고, 이런 부분이 아쉬웠지만 열심히 했다’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에 피해자 현황에 대한 부분은 있는데, 피해자들의 보상 처리에 대해서는 하나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전사고 발생 현황 부분 옆에는 ‘방제사업 참여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 및 기술교육을 수시로 실시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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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안전 교육은 했는데 피해가 발생한 것처럼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방제백서에는 ‘작업현장에는 공무원 및 영림단장과 작업반장, 현장 대리인 등이 책임자로 있도록 의무화했다’고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동안 관리자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이 책에서 관리자의 잘못에 대한 부분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또한 취재 결과, 방제백서에는 사고발생이 18건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서귀포시 1명이 누락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인명피해 부분에서도 여전히 빠져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피해보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망자 3명 가운데 2명이 제주도 인부였고 1명이 고흥군 산림조합 인부였습니다. 제주도 2명은 도 직영 인부, 제주시 보통 인부였습니다. 이 두 명은 산재처리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고흥군 산림조합 인부였던 박 아무개 씨의 피해보상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제주도 소속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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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산림조합 간 용역 계약 시 작성하는 표준계약서 때문에 이 문제는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의 생명에 대한 문제고, 이 사업을 추진하는 제주도는 알고 있어야 되는 사안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도의적인 문제입니다.

피해보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해 고흥군 산림조합에 전화했지만 산림조합은 개인 문제라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사망자 가족이 사업장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았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현재 재선충 방제사업의 사망자 피해보상 결과입니다.

당시 우근민 지사는 "고인은 전남 고흥군 산림조합 소속이지만 수습을 잘하고 유족들이 섭섭하지 않게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냥 언론사의 질문에 대답했던 보여 주기 식 말뿐이었습니다. 수백억 혈세 낭비도 문제지만,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것도 지켜진 게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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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놀라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지난 2013년 11월 16일, 방제작업을 벌이다 숨진 제주도민의 장례식 날, 우근민 지사는 제주시 오라골프장에서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 등과 골프모임에 갔다가 호되게 욕을 먹은 경력이 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방제 작업이요?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습니다. 사후관리요?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방제 방법이 문제로 보이십니까? 인력 부풀리기로 돈을 받아먹은 용역이 문제로 보이십니까? 아니면 기록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담당 직원이 문제로 보이십니까?

뭐가 됐든 간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담당직원들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신들이 잘했다’는 보여주기식 사업 보다는 사람에게 좀 더 가치를 두고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재선충 방제 관련 부서로 새롭게 옮기신 분들에게는 힘내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빠진 것들이 많으니, 채워야 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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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Emerson, Ralph Waldo)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의 한 부분이다. 눈앞에 성공이 주가 되어버린 요즘, 나의 작은 소리가 보이지 않는 곳 누군가에게 도움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0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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