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언 제주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중독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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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광언 제주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오늘날 마약류 문제는 전쟁·테러·기아·환경파괴와 더불어 전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마약 관련 범죄는 그 실체가 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서서히 인간의 육신과 정신을 좀먹는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은 실로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약리적인 측면에서의 마약류는 ‘인간에게 의존성을 형성시키고 남용되는 물질로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을 총괄’하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약물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며(의존성), 사용 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현상이 있고(내성), 이를 중단할 경우 신체적으로 고통과 부작용이 있으며(금단현상),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이 마약’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유엔은 인구 1만명당 마약사범이 2명 이하인 나라를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인구를 4900만 명으로 잡을 경우 마약류 사범이 9800명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2014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사범은 9700여명으로 이는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의 위치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 2007년과 2009년에는 1만 명을 넘어섰다가 최근 그 수치가 약간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마약청정국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의 경우 마약 관련 실태를 접할 일이 많지 않기에  미국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아직은 우리나라의 마약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국제 범죄조직이 개입된 중국발(發) 마약이 들어오는 등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실제로 중국과 홍콩에서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1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되는 등 마약류의 불법 유통과 남용이 상당한 규모로 확산되어 있고 심하게는 신발 깔창이나 특정 신체부위에 숨기는 등 밀반입 수법 또한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마약류 문제가 주요 언론에 거의 매일 등장하면서 마약류 사용에 대한 죄의식의 상실,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의 접근용의 등 일반인들도 더 쉽게 마약류를 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마약은 마약에 손을 대는 그 자체의 범죄행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범죄를 수반하는 경향이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마약에 중독될수록 마약류 이외의 범죄, 특히 마약류 구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강도, 강간, 절도 ,폭력, 교통사고 등 환각상태를 이용한 집단범죄까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범죄 이외에도 또 다른 문제들이 존재하는데 특히,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개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도 만만치 않으며, 일부 투약자가 주사기 등을 함께 사용하는 데 따라 B형·C형 간염 등 전염성 질환을 유발하여 사회비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마약류 사용을 일부 사용자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사회·국가적인 폐해가 매우 크며, 의료비 증가·생산성 감소 등으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국가와 인류의 삶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류의 난맥 중 하나이다.

마약은 인간의 존재 가치를 훼손시키며, 우리가 소망하는 깨끗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보전하고 마약 없는 깨끗한 사회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국가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관심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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