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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교 '교복 대란' 현실로...교육청 "곧 납품 완료되는데 실태조사?" 느긋 

새학기를 맞아 제주도내 일부 중.고등학교 신입생들이 교복을 제때 구입하지 못해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런 일을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제주도교육청은 항간의 우려가 현실화됐는데도 뒤늦게라도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교육계와 일선 학교 학부모 등에 따르면 새학기 개학 이틀째인 3일,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신입생들은 교복이 없어 사복을 입고 등교했다. 교복 제작 업체에서 납품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사복을 입고 등교한 중.고등학교는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은 올해부터 교복구매 제도가 바뀐데서 비롯됐다.  

교육부는 대기업의 시장 독점을 막고, 교복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교복 학교주관 구매제도’를 올해 처음 도입했다. 이에따라 도내 국.공립 중.고등학교는 학교가 주관이 돼 교복을 구매하고 있다.

학교 측이 최저가 경쟁입찰로 선정한 업체 1곳에서만 교복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한 곳에서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 구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도내 국공립 중학교 37곳, 고등학교 20곳 등 57곳은 이 방식을 따랐지만, 일부 학교는 교복 납품이 늦어지면서 사복을 입고 수업을 받는 혼란스런 상황이 발생했다. 

반면 사립 중.고등학교 15곳 중 학교 주관 구매제도에 참여한 학교는 없다.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사립 중.고교는 대신 교복을 개별 구매하거나 기존의 단체 구매 방식을 택했다. 

국.공립학교 납품이 늦어진 이유는 지난 1월 말에야 신입생들의 학교 배정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학교 배정 시기는 종전과 비슷하지만, 학교 주관 구매제도가 도입되면서 학교와 교복 업체간 주문 계약 등의 절차가 추가되면서 자연스레 교복 수요 조사가 늦어졌다. 덩달아 교복 제작 발주 또한 뒤로 밀렸다. 

발주가 2월 중순에 이뤄지면서 교복 제작업체는 2주안에 수백벌에서 많게는 수천벌의 교복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렸다. 

이와관련 도교육청은 이미 제작에 들어갔기 때문에 사복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복 납품이 늦어진 학교는 개학 당시 관련 내용이 학생들에게 공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교복 제작이 거의 다 됐기 때문에 곧 모든 신입생들이 교복을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확한 실태를 묻는 질문에는 굳이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교복 대란은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어느정도 예견됐다.

업계 내부에선 교복을 제작하려면 준비기간만 6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업체 1곳당 단기간에 수백벌의 교복을 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잇따른 바 있다.  

그렇다고 업체 입장에서는 판매를 장담할 수 없는 교복을 미리 제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시 도교육청은 '교복 대란'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낮다고 장담했지만, 교복 대란이 현실화된 마당에 이제는 할말을 잃게됐다.

더구나 교육청은 교복 납품이 언제 완료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내 학교 몇 곳이 이 같은 혼란을 겪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않아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이런 문제가 매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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