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들불축제의 우수성과 성공요인 / 오훈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제주들불축제는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늦겨울에서 경칩까지 들판에 불을 놓았던 전통 풍습인 ‘방애’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문화관광축제이다.  

사실 이러한 정월대보름 행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신라시대부터 지켜온 명절로 달이 가득 찬 날이라 하여 재앙과 액을 막는 날이라 하여 논이나 밭의 두렁에 불을 질러 잡귀와 해충을 쫓는 ‘쥐불놀이’ 등의 세시풍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제주도에서는 이를 오름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차별화된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다.

제주들불축제가 제주목축문화에서 축제로 계승 발전된 의의는 다음과 같다. 제주들불축제는 제주목축문화라는 명확한 주제와 더불어 한 해의 무사안녕과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제의적 성격과 오름불놓기라는 들판을 태우는 일탈의 축제성을 구현해내고 있어 축제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들판 전체를 불지르는 것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참가자들은 제주도에서 안녕을 기원하고 소원을 빌면 이것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제주 토속문화를 기반으로 한 속신 마케팅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심지어 입도객들의 교통편을 걱정할 정도로 그 자체가 이슈가 된 적도 있다. 제주들불축제는 이러한 우수한 지역문화자원을 활용 및 관광자원화하여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우수축제로 선정되었다. 

그렇다면, 제주들불축제가 우수축제로 성장한 요인을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성공요인을 적용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축제를 진행하는 강력한 리더십이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휴먼웨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지하시다시피 화천산천어축제는 정갑철 화천군수와 화천군 전부서 공무원들의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 산물이다. 이렇게 지역을 위해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보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이 없다면 축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다.

축제를 진행하는 공무원은 순환보직의 잦은 이동으로 축제행정의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축제발전을 위해 장기근속시키거나 전 공무원들이 합심해서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시켜 주는 일이 중요하다. 제주들불축제도 故 신철주 전 북제주군수와 현 제주시 부시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면 이렇게 도약하지 못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더 나아가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도 이러한 강력한 리더십 하에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둘째, 방문객을 유인할 수 있는 축제프로그램의 킬러콘텐츠이다. 우리나라 문화관광축제 대표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는 낚시체험, 김제지평선축제는 농경문화 등 단순하지만 분명한 대표프로그램이 있다. 제주들불축제도 제주의 방애풍습을 살려 들불놓기라는 타 지역과 차별화된 핵심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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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훈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셋째, 방문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축제는 한마디로 놀러오는 것이다. 바쁜 일상속에서 일탈을 즐기러 오는 것이다 하비콕스는 “축제는 억압되고 간과되었던 감정 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된 기회이다“라고 지적하였다. 철학자 호이징하는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 축제이다. 놀이는 비일상적, 비생산적인 것이지만 일상과 생산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작금의 축제의 트렌드도 관람에서 체험으로 바뀌었고, 최근들어 체험에서 더 나아가 놀이로 변하고 있다. 제주들불축제도 방애풍습이라는 제례적 성격에서 들불놓기라는 놀이적 성격을 가미하였기 때문에 보다 더 풍성해질 수 있었다. /오훈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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