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는 지난달 25일 '중국인들을 환영하고 나서 경계하고 있는 한국의 섬'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인과 중국자본이 제주도에 몰려오는 것을 제주도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상세히 다뤘다.

인터뷰에 응한 한 도민은 일본 강점기에 일본군 비행장과 땅굴 건설에 강제 동원되었던 할아버지를 회상하면서 지금의 제주도는 중국 관광객과 중국의 자본에 의해 새로운 '외침(外侵)'을 당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내용은 '뉴욕타임즈, 중국자본의 공습은 새로운 침략'이라는 제목의 3월 16일자 제주의 소리(www.jejusori.net) 기사를 통해 제주도 현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외국인 투자이민제도를 상세히 설명하며 이것이 중국인들을 불러들여 제주도 난 개발과 땅값 폭등을 낳은 주요 원인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이민제도는 제주도뿐 아니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여수 해양관광단자, 인천 영종도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모든 부동산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이들 지역에서 개발하는 콘도, 리조트, 별장 등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다.

영주권을 받게 되면 한국에서 의료보험, 취업, 나아가 지방선거에서 투표권까지 행사하게 되는 제도인데 유독 제주도에서 빛을 보고 있다. 이 제도가 실시된 2010년 이후 2014년까지 5개년간 이 제도에 따른 외국인 투자는 총 1522건에 1조241억원에 달했고 1007명이 영주권 이전 단계인 거주비자 신청을 했다. 이중 992명이 중국인이다. 그러나 투자이민은 국내에서 이미 개발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중국인이 스스로 개발하기 위하여 대량으로 매입하는 토지는 이와 무관하다.

투자이민제가 주범인가?

위의 뉴욕타임즈는 중국인이 매입한 제주도 토지가 작년 말 현재 2050에이커(830만제곱 미터)에 달한다고 전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이제까지 발표된 어떤 통계보다도 큰 수치다. 여의도 면적이 290만제곱미터인 것과 비교하면 그 크기가 짐작이 간다.

이들 자본은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들어오고 있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그것 아니더라도 현재의 국제질서 하에서는 외국인의 토지 소유와 이용에 대해서 차별적 대우를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토지의 공공성과 사회성을 중시하는 독일이나 영국식 제도 대신 토지의 사적 소유권을 중시하는 미국식을 따라 용도지역제(zoning)라는 토지 법제를 채택하고 있다. 즉 필요한 지역에 대하여 토지의 이용 및 건축물의 용도,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러한 용도지역제는 잦은 용도변경 민원으로 행정 수요가 과다하게 될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토지에 대해 가장 많은 규제를 하면서도 토지 투기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는 제도이기도 하다. 용도지역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길은 용도변경 민원의 발생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전 토지에 대한 토지 이용 및 건축행위 가이드라인을 정비함으로써 앞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용도지역 지정에 더하여 지하수, 경관, 및 생태 면에서 특별히 보존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보존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를 따로 정하여 개발행위를 제한해왔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 규제는 외화내빈, 겉으로는 화려한데 내용은 빈약했다.

외화내빈(外華內賓) 의 토지 법제

예를 들면 제주도 곶자왈 지역이 포함된 지하수자원 보전지구 2등급 지역에서도 하수관만 설치하면 생활하수 발생시설이 허용되어 왔다. 생태와 경관 보전지구에 대한 규제도 상황은 유사하다.

거쳐야 할 절차만 복잡 다난할 뿐 근본적으로는 개발우호적으로 짜여 있었다. 이점에 관한 한 작년에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한 후 제주특별자치도가 뒤늦게 나마 그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보존지역의 등급 산정 및 행위 제한에 관한 종합적 재정비 작업에 착수하고 있는 것은 매우 적절하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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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중국은 토지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고 개인은 사용권만 있다. 중국 부자들은 토지를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는 제주도의 토지에 남다른 매력을 느낄 것이다. 또한 전세계가 통화가치 하락 경쟁에 매진하고 있는 때여서 중국인의 부동산 소유 욕구가 더욱 강한 것인지 모른다.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이 글은 <내일신문> 3월 25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게재됐습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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