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학 기자단 '와랑'] 서귀포 미술관에서 만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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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에 이어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봄을 맞이해 우리가 찾은 곳은 미술관이다. 이중섭 미술관, 기당 미술관, 왈종 미술관 등을 찾았다. 서귀포에 있는 미술관 순례를 했다. 이중섭거리에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먼저 둘러봤다.

아마도 서귀포 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미술관은 이중섭 미술관일 것이다. 이중섭 미술관은 이중섭 거리가 생기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평소에 많이 들었지만 와랑 인문학 기자단의 기자 대부분이 이중섭 미술관은 처음이었다. 이중섭 화가에 관련된 것을 하나도 몰랐는데 그 거리를 보고 이중섭 화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중섭 화가가 썼다는 방을 보고 놀랐다. 방이 너무 좁고 초라해서 정말 힘들게 사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작품 중에서 '울부짓는 소'가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 말고도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미술관을 찾아서 미술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이미 본 적 있는 것 중에도 그림 그린 사람이 이중섭이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된 작품도 있었다. 한 분야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면 자신의 이름을 딴 거리도 생기고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이중섭 화가를 본받아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뜻을 모을 수 있었다.

- 김가현(제주서중학교 2)

우리가 시장을 가는 이유는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미술품 전시장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곳에서 그림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같은 학생은 감상만 하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엇을 사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 가서 아무런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파를 파는 늙은 할머니 모습에 이상한 감동 같은 것을 느낀다. 우리는 미술관에서 작품은 사지 않고 다 이해는 할 수 없지만 감동을 받기 위해서 간다.

이중섭 미술관에 이어 기당 미술관에 갔다. 기당 미술관은 제주도 출신 변시지 화백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그와 더불어 다른 미술 작품을 전시한다. 미술관 입구에서 설치미술을 보며 즐거워했다. 조성묵의 작품이었다. 제목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국수가락이 초원을 만들고 있었다. 그 곳에 세워진 의자가 고독이라는 주제를 느끼게 했지만 재료가 재미있어 즐거웠다.

변시지 화백의 작품은 황달이 뜬 풍경들이었다. 황달이 뜬 모습들이 다 아픔이 느껴졌다. 고통을 받으며 지내온 제주도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은 아마 부처님이 고행을 하다 느꼈던 굶주림 속의 평화로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변시지 화백은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 분의 유품들이 유리 전시관 안에 들어 있었다, 호신용 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소드스틱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작품들은 유리 보관함이 아닌 귀퉁이에 전시되어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서귀포 남성마을 삼매봉 도서관과 예술의 전당 사이에 있는 기당미술관은 인류가 낳은 세 남매 같다. 책으로 표현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고, 무대 위에서 표현한다. 우리는 기당 미술관을 나오며 자주 이곳을 방문하여 인류가 낳은 세 남매들과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강민범(중문중학교 3)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왈종 미술관이다. 미술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미술관 순례를 하면서 미술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미술관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이 깨질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왈종 미술관은 서귀포시 동홍동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서귀포시 칠십리로에 있는 정방폭포 앞에 있다. 서귀포에 있는 다른 이중섭 미술관이나 기당 미술관 같은 곳은 전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와랑 기자들이 많았지만 왈종 미술관은 모두 처음이었다. 알고보니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미술관이다. 서귀포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어봤고, 화가 이왈종이라는 이름도 생소해서 가는 중에 '이 화가는 어떤 느낌의 그림을 그릴까?' 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화가 이왈종은 1945년에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이우종이다. 중앙대학교 회화과와 건국대학교 교육원을 졸업했다. 1979년부터 추계예술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0년대부터 제주도 서귀포에 내려와 작품에 전념하고 있다. 이왈종 화가는 1980년대부터 '생활의 중도(中道)'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제주에 내려와서는 제주의 자연과 생활 모습을 담은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를 그리고 있다. 이왈종 화가의 작품 세계는 자유로운 화면 구성과 풍부한 색채감, 여기서 연출되는 화려한 장식적 파노라마가 특징이라고 한다.

왈종 미술관을 바깥에서 보았더니 건물 모양이 참 독특했다. 마당도 정말 잘 꾸며져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섶섬의 풍경도 장관이었다. 이왈종 화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전시관 안에 들어가 보니 이전에 봤던 화가들의 작품과는 또 느낌이 달랐다. 내가 미술 지식이 많이 없어서 뭐라 평가는 못하지만 풍부한 색채감이 인상적이었다. 작품들도 색깔이 다양하고 밝아서 어린이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보니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재미있는 구역도 있었다. 나는 미성년자지만 이 미술관을 다 둘러보고야 말거라는 불굴의 의지(?)로 그곳에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는 예상대로 19금(?) 그림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냥 예술작품 보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을 해보았다. 항상 미술관 같은 곳을 가면 지루해하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흥미롭게 관람한 것이다. 왈종 미술관을 갔다 오고 나서 조금은 미술 작품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그리고 어쩌면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곳에 갔다 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과 그림은 잘 어울린다. 선명한 색깔의 계절이 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술관에서 봄을 만났다. 서귀포에 있는 세 미술관, 정말 좋은 곳이다. 제주도 사람은 물론이고 제주도에 여행 오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 현유승(중문중학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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