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제주 주택시장] (1) 읍면에도 3.3㎡당 700만원 아파트 ...오피스텔도 ‘웃돈’

최근 제주 주택시장이 심상찮다. 몇 년 새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물론, 첫 삽을 뜨기 무섭게 분양이 완료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비단 아파트 뿐 만이 아니다. 다세대, 연립, 빌라 등도 '웃돈'을 얹어줘야 하는 사례가 있다. 주택시장의 과열은 읍면지역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다. 빈집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인구유입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중국자본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투기 조짐을 들어 ‘이러다간...’이라는 ‘거품론’도 고개를 들고있다. <제주의소리>가 주택경기 과열의 원인과 예상되는 문제점, 대안 등을 세 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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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생활정보지에는 주택 매물을 구한다는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에 사는 김모(55.여)씨는 얼마 전 같은 동네에 빌라를 한 채 구입하려다가 매물이 없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지인들과 공인중개사를 통해 겨우 마음에 드는 집 하나를 구했다. 김씨가 구입한 주택은 공사가 한창인 소규모 빌라. 올 6월말에야 준공될 예정이다. 불과 3년여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입할 때만 하더라도 이미 완공된 미분양 주택 몇 군 데를 꼼꼼히 둘러봤지만, 이제는 '치밀한 탐색전'도 옛말이 됐다.

제주 곳곳에서 채 지어지지도 않은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땅에 공사깃발만 꽂으면 곧바로 집이 팔리는 세상’이 온 셈이다. 집값 또한 결코 만만치가 않다.

이는 제주시내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요즘 제주시 한림읍에서도 건설 중인 주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이달 말 한림읍 동명리에 총 84가구를 분양하는 ‘한림 코아루’는 분양가가 3.3㎡(1평)당 650만~700만원으로 책정됐다. 가장 평수가 큰 84㎡형의 경우 2억3000만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30년 넘게 한림리에서 거주한 최모(60.여)씨는 이 같은 현상이 의아하다.

최씨는 “통학과 생활이 편리한 학교 주변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연달아 들어서고 있다. 10년 전부터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문만 무성했는데 그런 땅들에 실제로 건물들이 들어섰다. 이렇게 한꺼번에 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드문 일이다. 가격도 높다. 한림에 2억원짜리 아파트가 들어선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한림 주민인 홍모(35)씨는 “제주시와 떨어진 농어촌지역에 2억원 짜리 아파트는 너무 과해 보인다. 이마저 분양이 금방 끝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고 있다. 토지신탁에서 짓고 있는 코아루는 브랜드 아파트여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지인을 겨냥한 아파트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아파트 가격이 갑자기 치솟으면서 새집을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서 앞으로 들어서는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집 장만은 어려워진다”고 은근히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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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골목.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동주택 4채가 지어지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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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림읍 한림리 일주도로 일대. 멀리 신축주택들이 보이고, 그 앞으로 또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골목. 불과 50m 길이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4채의 공동주택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대정읍 관계자는 “작년부터 건축담당 직원이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할 정도로 건축 신고건수가 급증했다. 영어교육도시와 신화역사공원, 또 외지인들의 투자 증가가 원인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다. 이는 비단 대정만이 아니라 제주도 읍면지역 전체의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의 한 다세대주택(72.31㎡)은 지난 1월 2억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됐다.

제주시 노형동에서 사무소를 운영중인 공인중개사 양모씨는 “시내 만이 아니라 제주 전 지역의 가격이 다 오르고 있다. 지금 귀농귀촌 때문에 읍면동 쪽으로 매매가 활발하다. 단적으로 1, 2년 전만 하더라도 1억원대 하던 곳이 이젠 2억원이 넘는다. 한림이나 대정 쪽을 가도 30평형 안팎이 2억원대까지 올랐는데도 분양이 잘 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제주시 지역 주거용 건축허가 건수는 2010년 849건(990동), 2011년 1187건(1526동), 2012년 1425건(1877동), 2013년 1371건(1796동), 2014년 1843건(2472동)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서귀포시도 2010년 432건(543동), 2011년 615건(736동), 2012년 669건(858동), 2013년 976건(1290동), 2014년 1262건(1622동)으로 비슷한 추세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 증가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있다. 자연스레 가격이 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각종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제주의 주택 거래량은 2010년 1만520호에서 작년 1만5974호로 52%나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40%를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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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간 제주지역 주택매매가격지수. 전국 평균과 비교해보면 그 상승세가 확연히 눈에 띈다. 짙은 파란색이 전국 평균, 밝은 옥색이 제주지역 통계. / 자료 = 한국감정원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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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3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제주지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0.48%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 제공 = 한국감정원 ⓒ 제주의소리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지역 주택매매가격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2010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제주지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15%로 전국 평균 8.4%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9.5% 급증해 전국 평균 11.7%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대한주택보증이 지난 17일 발표한 '2015년 3월 민간아파트 분양시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민간아파트의 제주 지역 평균 분양가격은 단위면적(3.3㎡)당 782만6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수도권과 6대 광역시를 제외한 8개 지방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상승세는 최근까지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15년 3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제주지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0.48%로 광주(0.57%), 대구(0.50%)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앞서 지난 1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2015년 3월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3월 제주지역의 전월 대비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1.06%로 전국 평균 0.41%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이는 전국 시도 중 대구(1.15%)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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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2015년 3월 월간 주택가격동향'. 제주는 전국 시도 중 대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 자료 = KB국민은행 ⓒ 제주의소리

이제 열풍은 다른 주거형태까지 옮겨가고 있다.

제주시 노형동에 사는 A(46)씨는 얼마 전 30평 짜리 주거용 오피스텔을 힘겹게 구입했다. 구입 가격은 2억2000여만원.  2000만원의 프리미엄이 포함된 금액이다. 한 공인중개사에게서 분양권을 2000만원에 구입한 것이다.  

A씨는 “원래 아파트를 구입하려 했으나 가격이 1년 전보다 20%나 뛰어 도저히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만 가능했던 일들이 이제는 제주에서도 현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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