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간지-SNS에 입장 밝혀 "행정일관성-사업자 이익 보다 환경보호가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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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가 애월읍 상가리 관광지에 대해 브레이크를 건 데 이어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천명했다.

중앙일보 일요일판인 <중앙SUNDAY>는 26일자 글로컬 광장에서 '100년 후에도 온전해야 할 제주 올레길'이라는 원 지사의 기고를 실었다.

원 지사는 기고문에서 "제주도지사 취임 후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제주 땅을 지켜 달라'는 것이었다"며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도 들었는데 결론은 현재의 제주를 지켜라, 즉 더 이상의 난개발은 허용치 말라는 것이고, 자본의 투기성 토지잠식도 막아야 한다는 요청도 많았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그런 면에서 '드림타워'는 커다란 시험대로 중국자본이 투자하는 56층 초고층빌딩 건립 사업이 이미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를 끝낸 상태였다"며 "제주에 초고층빌딩이 필요한 지 근본적 의문이 나를 괴롭혔고, 사업자를 만나 설득하고, 제주의 미래가치와 조화되는 방식으로 설계 변경을 요청, 결국 드림타워 높이는 38층으로 낮아졌다"고 드림타워 고도를 낮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원 지사는 '농지 기능관리 강화 방침'을 선언한 이유를 설명하고, 전임 도정부터 추진해 온 상가리 관광지 조성사업과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에 대해 언급했다.

상가리 관광지 조성사업 예정지는 원 지사가 지난해 7월30일 발표한 대규모 개발사업 가이드라인(평화로와 산록도로 위 한라산 방면은 개발해서는 안된다)에 포함되는 곳이다. 

이 사업은 지난 17일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 통과 됐지만, 원 지사는 "상가리 관광지는 전임 도정부터 시작한 사업이지만 개발 가이드라인에 포함된다"며 "이대로 도의회에 넘기기에 부적절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원 지사는 "농지를 포함한 제주의 토지는 선조로부터 이어온 땀의 역사이며, 우리의 삶의 터전"이라며 "백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과 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최근 제주에서 상가리 관광지 조성사업과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 등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내가 취임하기 전에 이미 행정절차가 시작된 사업들로 지금까지 투자유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제주의 중산간.오름.해안은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고 그동안 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행정의 일관성이나 신뢰성, 투자 사업자의 이익 침해 여부도 중요하다"면서도 "환경보호, 사업자의 이익, 행정의 일관성이란 3가지 가치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가장 우선되는 가치는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원 지사는 "개발과 보존의 양면을 조화롭게 이루자는 모범답안은 이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개발이냐 보존이냐 어느 한쪽을 단 1%라도 넘게 선택해야 하며, 미래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환경과 토지를 잘 보존해서 넘겨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의 기고문은 사실상 상가리 관광지 조성사업 뿐만 아니라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 역시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은 중국 칭다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신해원 유한회사'가 사업비 5500여억원을 투자, 송악산 일대 19만1950㎡ 부지(시설면적 14만2930㎡)에 652실 규모의 관광·일반호텔과 휴양콘도미니엄 205세대, 상가·전시관 등을 갖춘 ‘뉴오션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9월 제주도 경관심의위원회는 4차례 보류 끝에 조건부 의결한 바 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과 카카오스토리, 트위터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원희룡 지사가 중앙SUNDAY와 SNS에 올린 글 전문


제주도지사 취임 후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제주 땅을 지켜 달라”는 것이다. 올레길을 걷다가 해안선을 끼고 들어선 호텔이나 한라산 경관을 가리는 고층빌딩을 보면, 자연스레 나오는 요구인 것 같다. 그만큼 제주의 자연과 경관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가장 제주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을 내리고, 이를 지켜내기 위한 정책을 펴 나가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결론은 현재의 제주 모습을 지켜라, 즉 더 이상의 난개발은 허용치 말라는 것이었다. 자본의 투기성 토지잠식을 막아야 한다는 요청도 많았다.

그런 면에서 ‘드림타워’는 나에게 커다란 시험대였다. 중국자본이 투자하는 56층 고층빌딩 건립 사업이 이미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를 끝낸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에 초고층 빌딩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나를 괴롭혔다. 사업자 측을 만나 설득하고, 제주의 미래가치와 조화되는 방식으로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결국 드림타워 높이는 38층으로 낮아졌다.

현재 제주 땅 문제는 전국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핫 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그 중심에 농지가 있다. 감귤 과수원이든 유채꽃이 피어 있는 밭이든 농민이 아닌 비거주자들이 사들여 갖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표본조사 결과 사실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와서 농사를 지을 수는 없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제주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어 정작 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귀농인들은 농지를 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고민 끝에 지난 4월 6일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을 선언했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농지는 국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환경을 보전하는 귀중한 기반이다. 한정된 자원이므로 소중히 보존해야 할 미래자산이다. 이 때문에 농지는 투기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농지법이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은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농지를 법대로 보존하고 제대로 활용하자는 것뿐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다소 느슨하게 집행되던 법 규정을 충실히 이행하자는 것이다.

현재 타 시도에 살면서 제주 농지를 갖고 계신 분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경이 어렵다면 한국농어촌공사에 민간위탁을 하면 된다. 귀농을 원할 경우 정상적인 농지취득은 종전처럼 얼마든지 가능하다. 요건만 맞으면 농지 전용도 보장된다. 결과적으로 농지기능 관리 강화 방침은 관행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던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선언일 따름이다.

농지를 포함한 제주의 토지는 선조로부터 이어온 땀의 역사이며, 우리의 삶의 터전이다. 백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과 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제주에서 ‘상가리 관광지 조성사업’과 ‘송악산 유원지 개발 사업’ 등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 내가 취임하기 전에 이미 행정절차가 시작된 사업들이다. 지금까지 투자유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제주의 중산간·오름·해안은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행정의 일관성이나 신뢰성, 투자 사업자의 이익 침해 여부도 중요하다. 환경보호, 사업자의 이익, 행정의 일관성이란 세 가지 가치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세 가지 가치가 충돌 할 때 가장 우선되는 가치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다.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중심에 놓고 다른 가치들이 파괴되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개발과 보존의 양면을 조화롭게 이루자는 모범답안은 이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어느 한쪽을 단 1%라도 넘게 선택해야 한다. ‘세대 간 형평’의 문제는 개발과 보전 측면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 몫도 남겨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래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환경과 토지를 잘 보존해서 넘겨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이다. 앞으로 100년 후, 우리 후손들도 지금처럼 아름다운 제주 올레길을 걷고 싶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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