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운동본부 “녹지 뒤 한국 B성형외과 있다” 녹지그룹 전액투자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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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아름드리홀에서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 사진 제공 = 참여연대 ⓒ 제주의소리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설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이 아니라 국내 모 성형외과가 외국 자본과 합작해 세우려는 사실상의 ‘국내 영리병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 국영기업인 녹지그룹을 내세웠지만 실은 국내 최대규모의 B성형외과가 외국 자본을 전면에 내세워 우회적으로 시도하는 국내 영리병원 설립이라는 지적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향해 "국내 영리병원 설립 우회로가 될 수 있는 제주녹지병원 설립 허가를 반드시 불허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에서 전액 투자했다”는 제주도의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제주도는 그 동안 투자자인 녹지그룹이 자본력을 갖춘 중국 국영기업임을 내세워 녹지병원이 온전한 '외국인 병원'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범국민운동본부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녹지병원의 제1투자자는 녹지그룹, 제2투자자는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이하 북경연합리거)’인데, 이 북경연합리거에 소속된 18개 미용성형병원 중 최대 규모는 한국인이 설립 운영하는 ‘세인트바움 성형영리병원’(나중에 서울리거병원으로 바뀜)이다. 

이 병원은 바로 국내 성형외과병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B성형외과의 원장 홍모씨가 중국에 설립한 병원이다. ‘세인트바움 성형영리병원’은 표면적으로는 북경연합리거 소속 18개 병원 중 한곳에 불과하지만, 실은 전체 43명의 소속 의사 중 13명이 소속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자체 입수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출장보고서를 통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정부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작년 7월 ‘세인트바움’ 개원식 참여를 공식 일정으로 삼았으며, 개원식 다음 날 녹지그룹을 방문해 “세인트바움을 모델로 중국 하이난, 우한, ‘제주도’ 등에 세인트바움을 수출할 계획”을 논의했다는 게 출장보고서에 그대로 나타나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일정 참여자 명단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보건복지부 관계자 외에도 제주 지역구 국회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측근인 제주도 관계자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범국민운동본부는 원 지사를 주목했다. 이 단체는 "원 지사는 자신의 최측근이 세인트바움 개원식 및 녹지그룹 방문에 참여하는 등 이와 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 문제 없는 것 처럼 이를 추진했다면 그 책임을 지라.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진상을 파악하고 영리병원 계획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정부 출장보고서가 말해주는 건 보건복지부와 국회의원 그리고 제주도정이 나서서 국내 성형외과가 중국에 설립한 영리병원에 중국 땅투기 기업의 날개를 덧붙이고, 포장을 해서 다시 국내 영리병원으로 역수입하는 계획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27일 공개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의 일부. 녹지그룹 뿐 아니라 '북경연합리거 의료투자유한공사'가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 곳에 소속된 병원 중 최대규모의 병원이 한국인이 세운 세인트바움(국내 대형 B성형외과 원장이 중국에 세운 미용성형병원)이라는 게 범국민운동본부의 주장이다. / 제공 =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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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출장보고서. 세인트바움 모델을 제주에 수출한다는 내용(붉은 선)이 논의됐다고 나와있다. / 사진 제공 =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 제주의소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실제적 병원 경험이 있는 중국과 일본의 2개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어서 공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 발언도 문제삼았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를 종합하면 제주 헬스케어타운의 ‘헬스’를 담당하는 ‘중국회사’가 바로 영리병원인 한국의 세인트바움 병원이며, 이 병원이 곧 녹지병원의 운영주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B성형외과’-‘중국 세인트바움’-‘제주녹지병원’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세인트바움은 자신들의 목표가 녹지병원의 설계와 운영을 전담하는 병원임을 여러 언론에 밝힌 바 있다”며 “사실상 홍 원장의 B성형외과가 녹지병원의 설계·운영 주체이며 녹지병원은 중국자본 기반의, B성형외과의 제주 영리병원 지부라고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원 지사가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국내법인이 외국인을 내세워서 우회적으로 외국 영리병원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가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전부 반려하겠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내 병원이 외국 자본을 우회적으로 내세워 영리병원을 신청한 게 분명히 밝혀졌으므로 녹지병원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중앙정부에 제출한 설립허가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역시 국내병원의 영리병원 설립 우회로가 될 제주녹지병원 설립 허가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녹지병원 설립과 같은 방식의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된다면, 이를 모델삼아 개인병원들이 영리병원으로의 우회적 진출을 시도할 것”이라며 “한국 의료의 파탄을 가져올 영리병원 설립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들은 “원 지사가 ‘제2의 홍준표’라는 오명을 얻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제주 영리병원 설립 신청서를 철회하고 B성형외과와 서울리거 병원의 관계, 녹지병원의 실질 운영 주체에 대한 모든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S병원(한국 대형 B성형외과 원장이 중국에 만든 미용성형병원)의 의료진. S병원은 녹지국제병원의 설계와 운영을 전담하는 병원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사진 제공 =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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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병원(한국 대형 B성형외과 원장이 중국에 만든 미용성형병원)의 외관. S병원은 녹지국제병원의 설계와 운영을 전담하는 병원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사진 제공 =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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