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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전파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고모(41)씨 등 3명이 사용한 중국산 AIS. ⓒ제주의소리

무허가 중국제 선박식별장치로 난감(?)한 제주 해경..."충돌사고로 잦은 오인"

지난달 21일 오후. 제주해경 상황센터와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 상황판에 국내 어선과 외국 선박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겹쳤다. 두 선박이 충돌했을때 나타나는 상황이다. 

급박해진 제주해경은 두 선박이 충돌한 것으로 판단하고, 구조 함정을 현장에 급파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황당한 상황에 할말을 잃었다. 

선박 충돌 현장은 찾아볼 수 없고, 5.9톤급 연합복합어선 한 척(A호)이 유유히 조업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확인 결과 A호에는 AIS 장비 두 개가 작동하고 있었다. 하나는 A호 선장 고씨가 무선국 개설 허가를 받은  AIS였지만, 다른 하나는 허가를 받지 않은 중국제 AIS로 그물에 부착한 상태였다. 

최근 제주해경이 이처럼 무 허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8일 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전파법 위반 혐의로 고모(41)씨 등 2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무선국 개설 허가를 받지 않은 AIS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 수사 과정에서 이들은 “바다에서 중국 AIS를 주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압수된 중국 AIS가 너무 깨끗한 점으로 미뤄, 중국 AIS를 불법 구매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AIS는 자동 원격 인식 신호 송수신이 가능한 기계다. 실시간으로 선박의 위치를 알리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AIS를 설치할 경우 의무적으로 무선국 개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으면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선박의 위치를 알리는 장비는 AIS 말고도 EPIRB와 V-PASS가 있다.

EPIRB는 선박이 좌초되는 등 사고가 났을 경우 조난 신호를 보내는 장치이며, V-PASS는 정부의 지원으로 도입된, 자동 입출항이 가능하도록 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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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전파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고모(41)씨 등 3명이 사용한 중국산 AIS. ⓒ제주의소리

최근 일부 어민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무 허가 AIS를 그물에 설치하고 있다. AIS를 그물에 설치하면 고유 AIS 신호를 통해 던져 놓은 그물을 찾기 쉽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어민들은 자신만의 표시가 담긴 부표를 통해 바다에 던져놓은 그물을 찾아왔지만, 부표의 좌표를 기억하더라도 파도에 떠밀리거나 해무가 끼는 등 궂은 날씨에 바다 한 가운데에서 부표를 찾기란 쉽지 않다.

무선국 개설 허가를 받지 않아도 AIS는 작동한다.

다만, AIS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장비이기 때문에 무 허가 AIS 신호가 우리나라 해역에서 잡히면 해경은 해당 신호를 ‘외국 선박’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어민들이 그물 작업을 할 때 기존 선박에 설치된 AIS 신호와 무 허가  AIS 신호 위치가 겹치게 된다.

신호 위치가 겹치면 해경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무전 등을 통해 해당 선박의 안전을 확인하는데 혹여, 선박 관계자가 다른 작업을 하느라 무전을 받지 않으면 해경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선박과 외국 선박이 충돌했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

곧바로 해경은 함정을 투입하는 등 긴급 출동하기 마련이어서 결국 시간적, 경제적 낭비를 낳게 된다.  

이번에 적발된 고씨 등 2명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AIS를 여러 개 설치해도 문제는 없다. 다만 허가를 받지 않은 AIS로 인해 해경 입장에서는 해양 사고가 났다고 착각할 수 있다”며 “반드시 허가 받은 AIS를 사용해야 한다. 오는 5월 15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친 뒤 무 허가 AIS 사용자들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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