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 제주를 위한 재능기부는 제주인의 '책무' / 오경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세니오르 오블리주(Senior Oblige)’, 즉 나이 든 자의 책무”라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대학 입학식 축사가 화제다. “청년들이 우리의 미래다. 젊은 세대에게 투자해야 내일은 있다”라는 말에 공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을 입학하여 제주를 떠나 온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마음은 언제나 제주와 함께 하며, 세니오르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시작은 서울에 올라와 있는 제주 출신 선∙후배들과 다양한 방면에서의 네트워크 형성이었다. IT포럼을 만들어 서로 교류하는 것은 물론, 제주에 있는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세미나에 참가하여 토론자로 나서곤 한다.

특히, 제주의 미래를 책임질 대학생들을 위한 CEO특강을 요청할 경우에도 회사업무를 뒤로 하더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숨겨져 있는 제주관광 자원 알리기 전도사 역할은 물론, 유력기업 본사의 제주도 이전 등을 추진하며 기업경영에서 얻어진 나의 경험과 역량이 닿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일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추진해 왔다. 최선을 다하는 나의 모습이 제주와 제주의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제주 출신의 많은 선배들은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인 듯 하다. 자신의 능력을 후배들을 위해 나누는 일에 무엇보다 열심이다. 서울에 있는 제주 엔터테인먼트 모임(제엔모)은 오는 5월 말 제주에서 2박 3일 동안 청소년 대중문화캠프를 연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주출신 영화배우, 연극배우, 가수, 극작가들이 자비로 제주로 가서 제주의 젊은이들에게 끼를 심어주는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올해가 벌써 다섯 번째라고 한다.

지난 3월초에는 재경 제주일고 총동문회에서 올해 대학을 입학하는 신입생 후배들을 모아놓고 대학생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선배, 후배 간 멘토-멘티관계를 맺는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래 전부터 국제협의회, 금융포럼, 로타리클럽 등 서울과 제주를 연결하는 정보교류의 장이 많이 있어왔고,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제주를 그리워하는 교류와 소통 또한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19일 '77드림회'이라는 한 단체가 마포에서 체육대회 행사가 진행됐다. ‘77드림팀’은 77년도 제주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한 77학번 또래의 남녀 대학생들이 모인 단체다. 이들은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50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자주 만나 정보교류도 하고 친목을 나눈다고 한다. 그 당시 제주의 고등학교는 21개였는데, 그 중 19개 고등학교 출신들이 모였으니 정보화시대에 있어서 대단한 소통의 단체이자 대한민국에 유일무이한 단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제주학우회 활동이 활발했었다. 남고, 여고 가릴 것 없이 제주도 전체에서 서울에 올라온 대학생들이 모여 향수를 달래고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교류도 많이 나누곤 했다. 그때의 기억과 향수로 여전히 이런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제주를 잊지 않고 언제나 제주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아닐 수 없다. 제주학우회와 같은 모임이 씨줄날줄로 엮여 서울-제주간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모임이나 기회가 많아지는 것 자체가 제주의 젊은이들을 위한 재능기부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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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경수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 · 롯데정보통신 고문 ⓒ제주의소리
제주와 다음카카오가 함께 준비해온 창조경제 혁신센터가 곧 출범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조를 ‘사람과 정보의 연계’라고 부른다. 서울에 있는 제주 출신의 선배들이 비교적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이러한 선배들이 가진 전문적인 노하우를 제주를 위해 보다 깊게 이식하기 위한 노력을 다같이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보면 ‘정보전달 또는 교류’이지만 제주에서 보면 ‘사람과 정보의 아웃소싱’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시도를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제주도는 비즈니스 섬이 되고 있다. 관광을 넘어 헬스케어 단지, 첨단과학기술단지, 전기차, 6차 산업과 바이오 등 각종 신성장동력 산업을 잉태하고 있는 미래의 먹거리 보물섬이다. 이러한 때 제주인을 비롯,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지혜를 짜서 많은 유용한 정보들이 푸른바다를 넘실넘실 건너가 최고의 정보로 제주를 에워싸고, 제주는 모름지기 정보의 바다가 되는 그런 섬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오경수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롯데정보통신 고문   

* 이 글은 4월28일 발행된 서울 제주도민회보 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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