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시장 오현길 정비 '팔짱'...부서 간 업무 떠넘기기 '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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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제주시 이도1동 오현길 일대. 인도를 점령한 상인들로 인해 행인들이 차도로 밀려났다. 그 옆을 자동차가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고 있다. ⓒ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선포한 ‘불법·무질서와의 100일 전쟁’은 결국 헛구호였다. 

불법 무질서를 근절시키겠다고 호언 장담한 제주시다. 그러나 벌써 100일 중 절반인 50일이 지나고 있지만 턱만 괴고 있을 뿐이다. 

제주시가 3월10일부터 6월17일까지 100일간을 불법 무질서 근절기간으로 선포하고,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지난 2월말 선언했지만, 두달 가까이 실행에 옮기지 않고있다. 

특히 ‘불법·무질서와의 100일 전쟁’을 선포하며 도로무단점용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인력, 장비, 예산 등 모든 가용자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소리만 요란했다. 

우선 동문재래시장과 오현길 인근의 불법 도로점용에 대한 제주시의 단속은 말 그대로 '물에 물탄 듯'이다. 

‘불법·무질서와의 100일 전쟁’이 시작된 지난 달 10일 이후 동문시장 일대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와 계도가 진행됐지만 28일 현재까지 동문시장 내 총 256곳이 도로를 무단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 한가운데까지 진출한 1개 업소에 대해 원상복구명령을 내렸을 뿐이다.

그나마 동문재래시장 입구 쪽인 동안로의 경우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1m 가량 통행로에서 뒤로 물러나고 도로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매대를 철거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가장 많은 민원이 제기되는 오현길에는 단속의 손길의 미치지 않고 있다.

제주은행 본점부터 호남새마을금고 앞까지 오현길 200m 구간은 10여년 전부터 상인들의 인도 무단점유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돼왔다. 인도를 빼앗긴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점포가 있는 상인들이 ‘눈에 더 잘 띄어야한다’며 인도를 완전히 점령하고 차도 코앞까지 매대를 확장해 영업을 해 왔기 때문.

차도로 밀려난 보행자들은 드나드는 차량 때문에 제대로 걸어다니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과거 제주시는 인도의 1/3 정도만 매대를 내놓을 수 있도록 ‘고객선’까지 설정하며 상인들을 배려했으나, 매대가 인도를 완전히 점령해도 수년째 제주시는 방관하고 있다.  

최근 이 비좁은 시장 골목에 배송용 화물차량에 관광객 렌터카까지 늘어나면서 위험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가관은 또 있다. 제주시 부서간 '업무 미루기'다. 

동문시장 내 다른 구역에선 계도 활동으로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오현길 구간에 대해선 부서 마다 "우리 업무가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 인도 점용 관리는 건설과, 전통시장 관리는 지역경제과 소관이라는 이유로 두 부서간 서로 "네 업무"라고 떠넘기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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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제주시 이도1동 오현길 일대. 인도를 점령한 상인들로 인해 행인들이 차도로 밀려났다. 그 옆을 자동차가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고 있다. ⓒ 제주의소리

시장 관련 부서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이 구간은 동문수산시장과 동문재래시장, 중앙로상점가의 경계지점으로 ‘시장 구역’이 아닌 ‘도로’”라며 “우리 소관이 아닌 만큼 계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도로 부서 소관”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로 관련 부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시장구역이지 않냐”고 반문하며 “당연히 시장 관련 부서에서 담당해야 할 사안이다. 시장 담당 부서인 지역경제과가 건설과에 업무를 미루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두 부서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관계부서회의가 진행됐지만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논의없이 회의는 마무리되고 말았다. 책임소재는 아직도 불분명한 상황.

두 부서간의 힘겨루기는 10여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한 제주시 관계자는 “해묵은 문제”라며 “두 부서가 서로 신경전을 계속 하면서 누구 소관이냐를 두고 다투고 있는 형국”이라고 혀를 찼다.

당초 100일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단속과 정비에는 행정과 민간, 자생단체가 함께 참여할 것"이라고 으스댔던 제주시로선 할말을 잃게 됐다.

제주시가 내세운 ‘불법·무질서와의 100일 전쟁’은 환경, 가로, 주차, 생활 등 4개 분야로 나눠 △쓰레기·재활용품 불법 배출행위 단속 △방치폐기물 정비  △도로와 교통시설물 정비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 단속 △불법 주정차 단속 △금연구역내 흡연행위 근절 △축산 무단투기 행위 단속 등을 강력 추진하는 내용이다.

제주시는 이와 함께 ‘재래시장 내 도로점용 불법상행위 근절’을 주요 해결 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지난 2월 24일 100일 전쟁 돌입 계획을 알리면서 ‘공공도로 사유화 등 시민생활 전반에 걸친 만연한 무질서 행위가 제주의 브랜드가치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제주시에 따르면 100일 전쟁 돌입 이후 불법 노점상·노상적치물 정비에 나서 지난 22일까지 불법노점상 212건, 노상적치물 1123건을 적발·정비했다. 그러나 부서간 업무 떠넘기기로 시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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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입구가 있는 동안로 일대. 오현길과 달리,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매대를 철거하면서 보행 공간이 넓어졌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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