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고태민 의원

득어망전이란 말이 있다.‘물고기를 잡고 나니 그물은 잊어버린다.’라는 뜻이다. 그물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지만 물고기를 잡고 나서는 그 그물의 중요성을 잊어버린다는 말이다. 필자는 지금 우리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현실이 득어망전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2002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만들어졌다. 개방을 통한 제주의 미래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투자유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투자유치를 위한 수단이 노비자와 투자진흥지구, 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이었다.

비유하자면 노비자와 투자진흥지구는 미끼이고, 핵심 프로젝트는 물고기를 잡는 그물이며, 이를 통해 잡은 물고기는 투자유치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물고기를 잡으려고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물고기가 모이게끔 미끼를 던져야 하고, 모인 물고기가 새나가지 않도록 단단한 그물망을 쳐야 하듯 국내외 자본이 투자를 위한 매력을 느끼도록 인센티브와 같은 제도적 경쟁력을 갖춘 투자입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예래휴양형주거단지의 판결에서 보듯 핵심 프로젝트의 그물망이 손상을 입은 상황이다. 비단 예래단지 뿐만 아니라 유원지 방식의 개발프로젝트 모두 유탄을 맞아 그물망이 헝클어진 상황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성공의 핵심동력인 핵심 프로젝트의 손상은 제주로서는 커다란 손실이다. 하루속히 그물망 수선이 필요하며, 수선이 어려우면 다른 대체 그물을 빠르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5단계 제도개선이 문제다. 5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반영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3년여 만에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야간 충돌로 처리는 무산됐지만 개정안이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정부는 국제자유도시 완성을 위한 특별도 다운 특별도로서의 입지확보를 허용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소요 재원의 확보 등 재정분야와 핵심과제가 배제된 상황이다. 무늬만 특별도일 뿐이라는 비아냥을 듣게 됐다. 그물이 그물다워야 물고기를 잡을 텐데, 뻥 뚫린 그물로 뭘 잡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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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태민 의원. ⓒ제주의소리
지금 제주는 물고기가 작네, 크네, 영양가가 있네, 없네 논할 때가 아니다. 손상된 그물은 손질하고 뚫린 그물을 촘촘히 꿰매 가야 할 때다. 중국자본이다, 국내자본이다 타박만 할 때가 아니다.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이익잉여금 배당을 하면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비약할 때도 아니다. 일본 등 주변국뿐만 아니라 육지부 경제자유구역들이 모두 신형 그물과 미끼를 가지고 바다에 뛰어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제주는 지금까지 잡은 물고기보다 더 크고 좋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더 단단하고 촘촘한 그물을 준비하고, 더 매력적인 미끼를 준비해서 국제자유도시로서의 더 큰 제주의 성장 비전을 실현해 나가야 할 때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고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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