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1) 장수⑤ 커피와 혈관

윤창훈(68) 제주대 명예교수가 <제주의소리>에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그의 주 전공인 '식품과 영양'을 주제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그의 글은 생물과 물리, 화학, 지구과학 등의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이 모든 글들은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진다. '교수 30년의 내공'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편집자 주]

지난 글에서 언급한 폴리페놀이 적포도주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젊음을 유지시키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커피가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종류에는 가루(분말)커피, 원두커피 등이 있는데, 그리스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형태가 우리와는 좀 다르다.

커피원두를 볶아서 가늘게 분쇄하여 주전자에 넣고 물과 함께 끓이는데, 끓기 직전에 불을 끄고 가루를 여과하지 않은 채 거품이 있는 그대로 마신다고 한다. 이 커피에는 다른 커피보다 폴리페놀 함량이 많아서 항산화력이 높은 것이다. 수입산 커피는 많은데, 아직 그리스산 커피는 가게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 아테네대학 의대에서 그리스 커피를 잘 마시는 에게해(海)에 위치한 장수의 섬이라고 불리는 이카리아섬 주민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즉, 이카리아섬 주민중에서 66세 이상 142명을 선정해 커피섭취습관, 건강상태, 혈관기능, 커피섭취량과 혈관의 앤티에이징(anti-aging, 抗老化)등을 조사했다.

매일 그리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87%. 이사람들을 ① 매일 200ml미만 마시는 그룹, ② 200~450ml 마시는 그룹, ③ 400ml 이상 마시는 그룹등 세 그룹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그 결과, 커피 소비량이 많을수록 혈관내피의 기능이 양호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리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보다 혈관 확장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유럽에서 90세 이상 인구는 전인구의 0.1%에 지나지 않지만, 이카리아섬 주민은 10% 이상이 90세 이상이며, 또한 90세를 넘긴 사람들도 건강상태가 좋다고 한다. 이 사실은 이 섬을 장수의 섬 또는 노화를 늦추는 섬이라고 부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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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
그러나 55세미만인 경우, 커피의 과음은 주의를 요한다는 설도 있다. 미국의 유명한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서 발행한 회보에 의하면 일주일에 28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50세 미만의 남성은 전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56%나 높고, 여성의 경우는 사망률이 2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 55세 이상에서는 사망률의 증가는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커피는 자기의 연령을 고려하고, 섭취습관을 잘 조절하여 적절한 양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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