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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노인의 충격, 누가 나설까?

고현수 rkesieies@naver.net 2015년 05월 19일 화요일 09:59   0면

[고현수의 복지칼럼] 노인 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근본적 고민 있어야

가정의 달 5월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어른으로서 가장 공경 받아야 할 노인들이 범죄에 내몰리고 있다면 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가. 실제로 제주지역 노인범죄 양상이 심상치 않아서 하는 말이다.

재작년인 2013년 제주에서는 67세의 노인이 전처를 살해하고 전처의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강력범죄가 발생한바 있는데 그는 30년의 징역형을 언도받았다. 작년 초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분할하지 않는다고 67세의 노인이 70세의 형을 폭행하여 숨지게 한 노노(老老)간 폭행치사 사건이 있었다. 단란주점에서 여사장과 말다툼 끝에 폭력을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의 범인도 60대이다.

‘제주판 도가니’사건으로 도민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여성장애인 상습 성폭행사건 가해자 중 한사람도 60대이다. 이 정도면 무서운 노인들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강력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의 노인범죄 증가추세는 확연하다. 지난 3개년(2011년-2013년)동안 도내 60세 이상 노인이 저지른 5대 범죄 추이를 보면 2011년 887건에서 2013년 1,249건으로 40% 증가하였다. 전체범죄연령 중 노인범죄가 차지하는 비율도 7.9%에서 2012년에는 11.3%까지 증가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1996년에서 2006년 10년 사이 우리나라 전체범죄자 중 노인범죄자는 34,400여명에서 82,300여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한마디로 가파른 속도로 노인범죄들이 늘고 있다. 노인들이 범죄의 피해자에서 범죄계층으로 확연한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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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30년 이상 일찍 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 역시 노인의 폭력 범죄가 급증했는데 이에 대해 후지와라 토모미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노인의 폭력적 현상을 ‘폭주노인’으로 규정하고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함에 기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시간과 정보가 곧 권력인데 노인들은 시간과 정보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패배와 좌절감, 그리고 분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과거방식대로 삶에 익숙한데 비해 시간과 정보,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자본과 물질만능시대의 빈곤과 고독의 문제가 범죄로 이어지는 것도 적지 않다고 하겠다.

사회정의가 무너진 천박한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는 탐욕적인 경쟁으로 승자독식의 사회이고 빈부격차가 심한 한국사회가 그 지점에 있다. 한국은 수년 동안 불명예 타이틀을 놓치고 있지 않는 상대적 노인빈곤률이 세계 1위로 북유럽 노인들에 비해 빈곤율은 5배 높다.

제주의 경우 올해 한국은행제주본부가 노인 296명을 대상으로 경제생활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절대다수의 80.4%가 ‘그저 그렇거나 어렵다’는 부정적 대답을 내놓고 있다. 절대다수가 궁핍하다는 것이다.

제주도내 노인의 생계형 절도를 포함한 절도사건 추이를 보면 2011년 488건에서 2013년 728건으로 갑절 늘었는데 이를 보면 제주노인들의 궁핍한 생활이 범죄로 이어질 수 개연성은 충분히 있는 것 같다. 제주도 65세 이상 노인 중 약 2만명이 독거노인이며 이 중 25% 정도가 우울증을 갖고 있는데 우울증은 적지 않은 분노감정을 포함한다.

심한 우울증을 갖고 있는 노인 중 자살로 이어지는데 OECD 가입국 중 노인자살률 1위가 우리사회의 자화상이고 보면 경제적 빈곤감과 소외, 분노 감정들이 노인 범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인은 역사적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중잣대로 평가되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혜가 쇠퇴된 능력 없는 노년기라 평한 반면 플라톤은 장로정치를 찬양하면서 노년의 지혜를 존경하였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이 지배하는 우리사회는 노인공경을 최대의 덕목으로 꼽아왔다. 그러나 현재의 노인들은 국가주도의 급격한 산업화과정에서 우리사회를 선진국에 준하는 경제 반열로 올려놓은 주역이면서도 국가로부터 노후 사회보장을 받지 못한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 말로는 노인공경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부양을 부담스러워 하고 공동체 밖으로 분리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범죄의 예방과 근본적 해결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책임감과 연대를 바탕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핀란드와 스웨덴 등 선진 복지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범죄율이 낮다. 또한 이들 나라는 노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고 노인들의 사회적 책임과 참여가 활발한 국가이다. 이런 실증적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올해 제주발전연구원에서는 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주형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사회에서 노후생활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소득보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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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前사회복지미래연구회 회장. ⓒ 제주의소리
정책우선순위로 맥을 잘 짚었다고 생각한다. 궁핍이 가장 큰 범죄유발 요인이 아닌가. 생리적으로 젊은 노인이 태반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개인의 사회적 일탈과 범죄를 노인범죄로 일반화하는 것 아니냐 할 수도 있다. 노인연령의 법적인 기준을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노인범죄의 증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5월이 가고 있다. 가정의 달을 핑계 삼아서라도 노인범죄를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 치부 말고 ‘폭주노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때다.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前사회복지미래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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