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중앙지하도상가 전면 개보수 놓고 제주시-상인 ‘갈등’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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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중앙지하도상가. ⓒ 제주의소리DB

제주시 중앙지하도상가에 대한 전면적인 개·보수를 앞두고 당국과 상인 간 갈등 조짐이 일고있다.. 

한시적 상가철시 상태에서 대대적인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제주시와 1년 동안 문을 닫으면 사실상 생존권을 박탈당한다는 상인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여기에 ‘전대’ 문제까지 얽히면서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논쟁에 불이 붙은 것 지난 13일. 제주시는 중앙지하도상가 임차인들에게 ‘개·보수공사 시행계획 알림’이라는 공문을 전송했다.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실시설계를 거쳐 12월 공사에 착공, 약 1년 동안 공사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제주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하 상인 측)은 22일 이에 대한 회신공문을 제주시에 보내며 강력히 반박했다. 상가철시 상태의 대대적 공사 방법이 아닌, 안전상 가장 문제로 지적된 전기공사만을 영업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회신 공문에서 “문을 닫고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라며 “영세한 사업자가 영업을 못한다는 것은 바로 죽음의 사지로 모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상가 임차인들이 배제된 제주시의 일방적인 개·보수 사업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방통행로식의 관행은 빨리 철회하고 상호 협의와 공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중앙지하도상가에 대한 개·보수에 대해 당국은 안전상의 문제를 꼽는다. 제주특별자치도 공유재산인 제주시 중앙지하도상가는 2013년 실시한 정밀안전진단 결과 최종 B등급이 나왔지만 ‘내선상태가 불량하고 전기선이 노출돼 전기 설비에 대한 긴급 수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는 것.

제주시는 이에 맞춰 올해 말부터 대대적인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준공 후 30년이 넘은 만큼 소방설비도 낡아 화재 등 각종 사고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게 제주시의 입장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22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간단히 정비만 하고 연차적으로 보수한다는 것은 공사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상인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주기는 힘든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강압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다. 협의를 계속하고 상인들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하고 있다”면서 상인들과의 접점 가능성도 열어 뒀다.

그러나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제주시가 이미 공식문서를 통해 지하상가 임차상인 개개인에게 올해 말 공사 착공과 1년간의 공사 기간을 예고한 만큼 상인들이 요구한 ‘부분적 전기 공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인 관계자는 “하루 벌어 먹고사는 영세 사업자들은 1년이 아니라 1개월만 되도 생존권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상인들의 영업에 방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전기공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상인들의 입장이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갈등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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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중앙지하도상가. ⓒ 제주의소리DB

조례 개정-안전 공사-계약 보류는 ‘전대(轉貸) 단절’ 위한 3박자?

그러나 행정당국과 상인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개보수 공사’에만 있지 않다.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이지만 갈등의 핵심은 공사보다 ‘전대행위 제한’에 있다는 것이 행정과 상인회 양측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상인들은 공사 돌입 자체만이 아니라 제주시가 ‘공사 추진을 위해 부득이하게 당해 계약기간 만료 후 재계약이 유보된다. 개보수공사 완료 후 재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제시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중앙로지하도상가는 올해 말 상가 임대기간이 대부분 만료된다. 관덕로 구간은 9월 20일, 동문로 10월 20일, 중앙로 11월 30일 기존 상인들의 임대기간과 권한이 만료된다.

이 기간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상인들의 생각이다. 이는 지금까지 관행처럼 묵인돼 온 중앙로지하상가의 ‘전대 행위’의 고리를 끊기 위해 행정이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라는 숨은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이 때문.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에 따르면 상가 임대를 기본적으로는 경쟁 입찰 방식으로 규정했지만 ‘도지사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현재 상인들은 매년 수의계약으로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또 임차인이 제3자에게 양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동시에 ‘상인회 임원회에서 심의 결정돼 상인회장 요청이 있을 때는 양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상 제 3자에게 임대가 가능하도록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매년 상인들이 제주시에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내 임차권을 확보한 뒤 다른 상인에게 재임대 하거나 매매하면서 높은 권리금을 받고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퍼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불법 전대가 적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제주시 관계자는 “사업자등록증에만 자기 이름을 등록해놓고 타인에게 재임대를 주는 방식을 사용하면 적발이 힘들다”고 말한다.

이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제주도는 현재 이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앞서 문제가 된 수의계약과 제3자 양도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대행위를 막기 위해 양도제한을 명시한 조항을 손질한 계획안을 완성했다”며 “다만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정확한 입법예고 시기는 종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대적 개·보수-재계약 보류-조례 개정안 입법’ 등이 동시에 집중된 것은 이 전대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고도의 행정 전략(?)이 아니냐는 게 상인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행정과 상인회 양측 사정을 잘 아는 모 인사는 "제주시 중앙지하상가의 불법 전대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이 전대행위를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도 오랫동안 이를 묵인해온 것도 사실"이라며 "잘못을 알면서도 눈감아온 행정이 한순간에 이를 바로잡으려면 반드시 잡음이 생길수 밖에 없다. 행정과 상인회 간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조언했다. 

상인 관계자는 “시청 보수 공사가 진행되기에 앞서 재계약을 보류하겠다고 말하면서, 또 관련 조례를 개정한다고 하면서 상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안전공사를 핑계로 현재 상인들을 내쫓으려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보수 공사 완료 후 기존 임차인들과 그대로 재계약이 체결될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내쫓으려고 하는 건 결코 아니”라며 “원활한 공사 추진을 위한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상인들과 협의는 계속 진행된다고 했지만 제주시는 이미 예산 24억을 반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사에 나설 계획이다.

양승석 지하상점가협동조합 이사장은 “아직까지 집회신고 등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당국과 좀 더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행정의 제스처가 본격화 되면 어떤 움직임이 발생할지 예측불가다.

제주시 중앙지하도상가는 1983년 11월 중앙로 구간을 시작으로, 1987년 10월 동문로, 1990년 9월 관덕로가 준공됐다. 총 연장 382m에 면적은 1만87㎡, 총 점포수는 382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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