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어·부·가](12) 아이들이 경찰서 찾아간 이유는?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고마워요 파티’가 필요해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랫말을 좋아합니다. 이 노래는 사람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말해주거든요. 저는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사실을 깨닫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어릴 때는 내 눈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내가 사랑받는다는 사실도,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사’나 ‘겸손’은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이해하고 반응할 뿐입니다. 아이들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아이들이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상의 따뜻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는 것이니까요. 저는 감사하는 마음을 비교적 뒤늦게 알았습니다. 저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이 불행하고 혼란스러웠다고 생각했거든요. 성장하면서 점점 마음의 여유를 찾고 지나간 나날을 스캔하듯 되새겨 보았습니다.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이었다는 반전을 경험하니 황홀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던 까닭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에너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서 아이들 앞에 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저와 인연을 맺는 아이들에게는 결코 제가 느꼈던 외로움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자가 남긴 아래의 말을 ‘고마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무척 신선합니다.

공자가 말했다. “배우는 학생이란 마땅히 집에서는 효도하고 밖에서는 공손하며 성실함으로 믿음을 주며 될수록 많은 사람을 아끼되 인자한 사람은 더욱 가까이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사람이 해야 할 도리를 부지런히 실천하고 남은 힘을 바탕으로 글공부를 쌓아야 한다.”
- 『논어』, 「학이」 편

얼핏 보면 공자의 말은 도덕적인 것들로만 나열된 듯 보입니다. 하지만 공자의 삶을 이해하고 그의 의도를 파악하면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부모가 삼년간 자신을 떠나지 않고 돌봐주었기 때문에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 삼년상을 하는 게 도리이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된 부모의 처지를 이해하면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도 그런 노력에 동참하라는 취지를 이해했을 때 저는 이 구절을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한다는 건 특권이 아닙니다. 공부의 대가인 공자는 큰 공부와 작은 공부를 구분합니다. 도리에 충실 하는 게 큰 공부고 할수록 즐거워지는 게 큰 공부고 자기 자신을 위한 게 큰 공부죠. 반면 글공부는 작은 공부고 남을 위한 공부(입시나 취직을 위한 공부)도 작은 공부입니다.

저도 공자의 정신을 본받아 아이들과 큰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감사해요 파티’를 기획하게 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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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형지구대를 찾은 공부방 아이들. /사진 제공=오승주 ⓒ 제주의소리

경찰서, 교장선생님, 문구점 언니, 그리고 부모님

두 번째 작전은 몹시 고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평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대상을 찾게 했습니다. 3학년 어린이들은 자신의 학교 교장선생님을 꼽았고, 2학년 어린이들은 문구점 언니, 6학년 남학생들은 경찰관 등을 꼽았습니다.

면담 약속을 잡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서투른 솜씨로 상장과 롤링페이퍼를 만들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들이 정한 주인공들을 방문해 상장을 수여하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경찰서에 찾아간 팀이 특히 생각납니다. 아이 셋을 키우는 경찰관 아줌마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주셨고 경찰차도 태워주셨습니다.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린이들이 미래의 사회를 끌고 나갈 주인공이니까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예방활동이 있고, 등하교시에 교통사고나면 안 되니까 교통 개별지도를 하고 있어요.”(제주 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 경찰관)

“교장선생님은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 여러 선생님들과 매번 의논하고, 의논한 것을 실천에 옮깁니다. 우리 학교는 항상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노형초등학교 강두언 교장선생님)

고마움의 마음을 강요할 수 없기에 간단하게 임무를 주었습니다. 질문도 하나만 던지게 했습니다. 만나는 일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이 자신들을 위해서 애를 쓰는 어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몸으로 경험해보기를 바라며 시작한 일이기에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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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방 아이들이 만든 롤링페이퍼. /사진 제공=오승주 ⓒ 제주의소리

[140자 Q & A 상담코너]

12. 중학생 아이가 통제가 안 되네요.

Q = 이번에 중학교에 올라간 아들이 머리 다 컸다고 말을 안 듣고 공부도 잘 안 하네요. 중간고사를 망치고 나서도 공부할 생각을 안 하고 속을 썩이니 걱정이에요.

A = 심리학자들은 사춘기를 전두엽 확장공사에 비유합니다. 청소년기 내내 전두엽이 넓어지면서 세계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아이의 뇌가 변화하면 대화의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저항을 한다는 것은 건강한 편입니다. 아이의 변화를 받아들이세요.

 * dajak97@hanmail.net 앞으로 육아고민을 보내주세요. 자녀와 본인의 나이와 성별을 써주시면 가명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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