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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는 23일 1기 교육생 입학식을 서귀포시 법환포구에서 개최했다. 8주간 해녀교육을 받을 1기생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첫 '직업해녀' 양성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 개교...수백년 명맥 잇기 '열기'  


출신, 나이, 성격 모두 달랐지만, 제주해녀에 대한 애정 하나 만큼은 똑같았다. 수백 년간 제주바다를 누빈 해녀의 명맥을 잇기 위해 나선 여인들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고령화로 인해 점차 명맥이 끊기고 있는 제주해녀를 살리기 위한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의 1기 입학식이 23일 서귀포시 법환포구에서 열렸다.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는 단순한 체험에 그치지 않고, '직업 해녀'(?)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탄생했다. 현재 정식으로 해녀가 되어 활동하려면 각 지역 어촌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물질하는 방법부터 제주해녀의 역사·정신과 수산자원관리 방법, 어촌계 가입활동 등 해녀로서 갖춰야 하는 모든 과정을 배우게 된다.  교육기간은 장장 8주. 직업해녀 양성을 목표로 한 교육은 제주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4월 서귀포시, 제주씨그랜트센터, 서귀포수협, 법환동마을회·어촌계 등 5개 기관이 모여 해녀학교 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해녀학교 성공을 모색한 바 있다.

23일 오전 11시 30분에 열린 입학식은 1기생 30명과 현을생 서귀포시장, 이경용·김영보 도의원, 강애심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장을 비롯해 '후배'를 만나러 온 법환어촌계 회원들까지 어림잡아 100여명이 참석해 미래 제주바다를 누빌 해녀의 탄생을 기원했다.

강애심 교장은 입학식 환영사를 통해 “교육생 여러분들이 우리 해녀들의 삶을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우리들은 거친 숨비소리까지 알려주겠다”며 “해녀학교를 통해 해녀가 사라지는 문화가 아니라 후손들에게 당당히 물려줄 수 있는 직업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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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는 23일 1기 교육생 입학식을 서귀포시 법환포구에서 개최했다. 맨 윗 줄은 1기 교육생, 가운데 줄은 법환어촌계 해녀들, 아랫 줄은 입학식을 축하하러 온 내빈들. ⓒ제주의소리
해녀학교 1기는 애초 20명을 모집하려 했으나 32명이 신청하는 열기를 보였다. 교육생 나이도 1991년생부터 1960년생까지 다양했다. 해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제주 이주민부터 토박이 주민까지 개성을 자랑하는 교육생들이지만, 가슴 속에는 제주해녀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제주 이주를 앞둔 강경순(53)씨는 제주시 한림읍 한수풀 해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법환해녀학교에 도전할 만큼 해녀에 대한 꿈이 간절했다.

강 씨는 “4월부터 8월까지 주말마다 제주에 내려와 한수풀 해녀학교를 다녔다. 개인적으로 물을 참 좋아하고 해녀도 꼭 되고 싶었다”며 “제주해녀들이 연세가 많아 점차 줄어들고 있으니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명맥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냐. 이번 기회에 정말 해녀가 됐으면 좋겠다”고 집념을 보였다. 

역시 제주 이주 계획을 품고 있는 강민아(38) 씨는 “제주여성의 삶을 이해하려면 제주해녀의 삶을 이해해야 할 것 같아서 (해녀교육을)배워보고자 한다”며 “책이나 다큐로 접한 해녀분들의 삶은 고령의 몸을 이끌고 일하는 고충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제주해녀에 대한 밝은 면모를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녀와 함께 살아온 도민 교육생들도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해녀문화를 이해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귀포에서 사회복지법인 한빛여성의집을 운영하는 강미경(58) 원장은 “해녀로 살아오신 어머니께서 17년 전, 자신이 모은 재산을 내놓아 만든 것이 제주 최초의 한부모가족 모자 임시보호시설 한빛여성의집”이라며 남다른 사연을 밝혔다.

강 원장은 “제주해녀의 강인한 정신을 이어가는데 보탬이 되고자 해녀학교에 입학했다. 원장직에서 은퇴하면 어머니처럼 해녀로 살아가려고 마음 먹었었다”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직업적으로 해녀 숫자가 더 많아야 해녀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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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는 23일 1기 교육생 입학식을 서귀포시 법환포구에서 개최했다. 법환어촌계 해녀들이 뱃노래를 부르며 교육생들을 환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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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는 23일 1기 교육생 입학식을 서귀포시 법환포구에서 개최했다. 법환해녀들의 공연에 박수를 보내는 1기 교육생들과 동료 해녀들. ⓒ제주의소리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해녀 활동을 했었다는 허정옥(56) 전 ICC JEJU(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는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과 함께 이번 교육에 참가했다.

허 전 대표는 “전업 직업인으로 해녀가 되고 싶다기 보다는 해녀들이 바다에서 숨지는 일이 없도록 해녀들의 보조자가 되자는 마음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허 전 대표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의미만 남아있는 것이 아닌, 바다 가득 물질하는 살아있는 해녀가 되는데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입학식에서 흥겨운 노래와 만담으로 후배들을 맞이한 현직 해녀 김인선(77) 씨는 “우리는 늙었지만 이렇게 물질을 배워가서 해녀를 이어간다니 완전 기분 좋다”며 교육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씨는 “우리는 9살 때 좁쌀죽을 먹으며 어렵게 힘들게 물질을 배웠지만, 지금은 다들 잘 배울 것 같다. 열심히만 하면 모두 잘할 것”이라며 “법환리 해녀학교에 가면 나이 들어도 (물질을)잘 배운다는 소문이 날 만큼 (해녀학교가) 유명해졌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제주도에서 정식으로 해녀가 되어 활동하려면, 각 지역 어촌계가 그를 식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를 통해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배출돼도 어촌계가 거부하면 해녀가 될 수 없다.

때문에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는 어촌계와의 관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어촌계가 교육수료생을 해녀로 인정하는 문제는 아직 협의중이다.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 교육일정을 책임지는 조남용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는 “남아있는 과정이 있지만 어촌계와의 협의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해녀 수가 줄어드는 것은 어촌계 뿐만 아니라 도민 모두가 알고 있고 또 공감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또 “어촌계와 소통이 잘 될 것으로 본다. 일단 서귀포, 성산, 모슬포수협 관계자와 논의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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