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와 과제] 59개국 3700명 참석 안정화…64개 세션 백화점식 나열? ‘선택과 집중’ 고민할 때

제1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하 제주포럼)이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의 구상과 목표를 제시하며 지난 2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포럼에는 전직 외국정상과 기업인, 전문가, 도민 등 3700여명이 참가해 포럼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번 포럼에서는 아시아의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한 거대 담론을 연출하면서 제주포럼이 국제 종합포럼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다보스·보아오포럼 등과 같은 세계적인 포럼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의제의 다양성도 좋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향후 제주포럼의 질적 도약을 위해 아젠다 세팅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쉽지 않은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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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0~22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제주포럼. ⓒ제주의소리
◆ 치유·관용·에너지 평화 개념 확장! “제주를 평화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올해 포럼에는 59개국에서 3700여명이 참여해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당초 4000명 이상 참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지만, 국내외 주요 참가자들의 면면은 과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조 클라크 전 캐나다 총리, 리 샤오린 중국 인민대회우호협회장 등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해 이번 포럼의 대주제인 ‘신뢰와 화합의 아시아’ 구축한 위한 큰 그림을 제시했다.

주한 미국·독일·일본 대사들이 패널로 나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해 평화헌법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전달, 압박하기도 했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싸면서 6자 회담 국가 중 러시아, 중국, 북한 측 인사가 빠져 남북을 중심으로 한 평화 논의에 주력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포럼에서 제주도는 제주의 가치를 알리는 기회로 십분 활용했다.

원희룡 지사는 ‘치유·관용·에너지 평화’라는 새로운 평화의 개념을 제시하고 “새로운 평화시대는 제주에서 첫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아픔을 이겨내고 화해와 상생을 이뤄낸 제주는 새롭게 확장된 평화의 개념을 잉태하고 전 세계로 발산시킬 수 있는 최적지”라며 ‘평화의 글로벌 플랫폼’을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원 지사는 포럼 기간 내내 행사장을 지키며 각국의 주요 인사들과 폭넓을 교류의 장을 연출하는 등 제주포럼을 제주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적극 활용했다. 그의 말마따나 ‘더 큰 제주를 향한’ 리더십을 몸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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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10회 제주포럼에는 슈뢰더 전 독일총리, 수실로 탐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총리, 존 하워드 전 호주총리, 조 클라크 전 캐나다 총리 등 전직 외교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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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포럼에는 59개국 3700여명이 참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제주의소리
◆ VIP 불참, 국가 차원 관심·지원 제자리…“질적 도약 위한 전기 필요”

9개국 350명 참가로 시작한 1회 대회는 어느덧 10회 째를 맞아 59개국 37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외형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다보스·보아오포럼 등과 같은 세계적인 포럼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위상강화를 위한 고민이 집중돼야 하는 이유다.

우선 64개에 달하는 세션 운영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세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포럼 첫날 열린 ‘제주포럼의 선구자들 - 회고와 전망’ 세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로명 전 외교부장관은 “전·현직 정상들이 참석하면서 포럼의 위상이 높아졌다”면서도 “다양한 아젠다를 백화점식으로 다루면 평화라는 특성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백화점식으로 아젠다를 세팅하는 게 바람직한 지, 아니면 평화나 번영 등으로 특화하는 게 바람직 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고민거리를 던졌다.

스펜서 김 CBOL 회장(태양양세기연구소 창립자) 역시 “제주포럼에서 중요한 것은 평화라는 모멘텀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제주포럼을 통해 평화센터와 평화연구원이 태동한 점을 상기시켰다.

협소한 장소, 시간에 쫓기듯 논의를 마쳐야 하는 등 64개 세션 동시진행에 따른 시·공간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의 수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점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지역사회의 기대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이 불발된 것은 물론 이번 개회식에는 정부대표로 부총리는커녕 외교부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제주포럼이 제주특별법에 근거한 비영리 국제공공포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VIP 참석을 관례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참석, 2003·2007년 노무현 대통령 참석, 2009년 반기문 UN사무총장 참석 등을 감안할 때 포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참석의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대해 문정인 교수는 “포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참석해 정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새로운 외교 트렌드를 세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포럼 논의의 결과물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직·인력의 확대, 실질적 동북아 평화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북한의 참석 등이 제주포럼의 질적 도약을 위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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