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한라산 허리] (1) 원희룡 도정 '중산간보전' 기대 가물가물

해발 200~600m 지역인 ‘중산간’은 제주도의 해안 저지대와 한라산을 연결하는 생태축 즉, 허리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제주만이 갖고 있는 숲, ‘곶자왈’과 지하수 충전지대인 ‘뱅듸’가 드넓게 자리잡고 있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중산간은 그동안 대규모 개발로 끊임없이 파괴돼왔고 최근에는 중국 투기자본의 진입으로 더욱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영업하고 있는 29개의 골프장 가운데 26곳이 중산간에 밀집해있다. 최근에는 골프장뿐 아니라 백통신원리조트, 차이나비욘드힐관광단지, 제주헬스케어타운 등 대규모 숙박시설이 중국자본의 주도로 우후죽순처럼 건설되고 있다.

특히, 최근 환경영향평가심의를 통과한 상가리 관광지는 해발 600미터에 근접한 중산간 최고 높이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한라산국립공원 바로 코밑에 위치해있다. 이 지역은 상가리 마을주민이 선대에서부터 사용하던 마을공동목장이다. 이처럼 제주의 중산간 지대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서 <제주의소리> 시민기자인 제주환경운동연합 양수남 대안사회팀장이 6차례에 걸쳐 그동안 중산간 개발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연재순서>
1 - 대규모 관광개발로 무너지는 제주의 중산간
2 - 상가리 마을공동목장, 한라산 코앞에 들이닥친 관광지 개발
3 - 신화가 아닌 카지노타운으로 전락한 제주신화역사공원
4 - 벵듸, 또 하나의 제주의 보물
5 - 중산간 보전의 대안을 모색한다 1
6 - 중산간 보전의 대안을 모색한다 2

제주도 관광 난개발의 역사 
 
그동안 제주도 난개발의 중심은 대규모 관광 개발이었다. 1973년, 박정희 정권 때 수립된 중문관광단지가 제주도 최초의 관광개발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좀더 본격적인 대규모 관광개발의 시작점은 1991년 수립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이다. 

3개 단지와 20개 관광지구를 중심으로 한 거점식 개발계획으로 개발지역을 선정하고 각종 혜택을 주고 기업들을 유치하여 그곳을 채워 넣겠다는 계획이다. 이때부터 지자체는 외지의 대자본을 끌어들이는데 혈안이 되었고 지자체장의 위상은 외자 유치여부에 따라 좌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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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의 제주도 생태계 파괴는 주로 관광개발사업에 의한 것이었다. ⓒ양수남 제주의소리 시민기자
  
이후, 2000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국가기관에 의한 직접적인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때, 지지부진한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 계획을 폐지하고 개별허가방식에 따른 관광개발이 허용되면서 대폭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졌고 난개발은 가속화됐다.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오히려 제왕적 도지사에 의해 수많은 난개발 계획이 쉽게 통과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2015년. 그동안의 관광 개발이 국내 대자본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면 지금은 중국 등 외국자본이 득세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업 대상지는 중산간에 몰려있다. 실제로 현재 영업중인 29개의 골프장 가운데 26곳이 중산간에 밀집해있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에는 백통신원리조트, 차이나비욘드힐관광단지, 제주헬스케어타운 등 중국자본이 추진하는 대규모 숙박시설이 중산간에 들어서고 있다.

이것이 그동안 제주에서 이뤄져온 관광 개발의 약사라고 할 수 있다. 중산간은 이 관광개발 역사의 주요 무대였다. 해안 저지대와 한라산지대의 중간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간 지역은 해안저지대에 비해 개발할 지역이 넓고 토지가격이 낮을뿐아니라 위로는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래로는 저지대와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 때문에 집중적인 개발의 표적이었다.

그동안 수십년동안 이뤄져온 중산간 난개발지 중 몇 군데를 돌아본다.

중산간 난개발 사례 1 :  '온천 유혹'에 놀아난 제주온천(세화․송당)지구 

  사업지가 위치한 구좌읍 송당지역은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많은 숫자의 오름이 모여 있는 오름군락지이다. 오름 사이마다 펼쳐져 있는 벵듸와 곶자왈은 제주의 중요한 자연 자원이기도 하다. 특히, 사업지 앞은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다랑쉬오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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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화송당지구 개발현장. 다랑쉬오름앞 벌판이 황량한 사막으로 변해버렸다. ⓒ양수남 제주의소리 시민기자

하지만 이곳은 1994년 제주온천 (세화·송당)지구 관광지로 지정되어 2000년 제주도의 사업승인을 받고 공사가 시작된다. 이곳에 온천이 나온다면서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쇼핑센터, 음식점, 호텔 등을 세운다는 대규모 개발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제주출신 유명 연예인 고두심씨를 내세워 중앙지와 방송에까지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세화·송당지구가 도내 최대규모 천연동굴 군락지일 가능성이 높아 정밀조사 필요성을 제기했고 실제로 동굴이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개발의 문제점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실제로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조사 결과 새로운 동굴, 습지, 희귀 동식물들이 사업지구내에서 새롭게 발견되어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제주도당국은 완강했고 어떻게든 사업을 관철시키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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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앞에 세화송당지구 황무지가 보인다.ⓒ 양수남 제주의소리 시민기자

결국 공사는 시작되었고 다랑쉬오름앞에 넓게 펼쳐졌던 숲과 벵듸는 없어지고 거대한 활주로같은 사막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사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면서 무조건 공사부터 시작했지만 자금조달이 안되었던 것이다. 이런 대규모 사업을 하기에 사업자는 자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전형적인 땅투기 사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사업승인을 받고 공사를 시작해서 지가를 높인 후 땅을 되팔려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사업자들은 뇌물수수의혹으로 구속된다. 2004년, 공사는 완전 중단되었고 공사만료시한인 2010년까지도 그대로 방치되다가 농지전용부담금과 산지복구비 등 29억원도 납부하지 않아 개발사업시행승인이 취소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12년,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온천(세화․송당)지구 온천원 보호지구 지정해제를 고시한다. 12년만의 일이었다. 그동안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개발사업 승인취소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제주도당국은 요지부동이었었다.

12년전에는 개발사업자에 편에 서서 개발승인을 해주고 어떻게든 개발을 밀어 부쳤던 제주도당국이 10년이 넘게 흐른 후에야 문제점을 인정하고 스스로 지정취소를 한 것이다. 이 무책임한 개발로 인한 손실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이 없다. 그리고 이곳은 지금도 황무지로 남아있다.

중산간 난개발 사례 2 : 오름을 사유화해버린 골프장

제주도 368개의 오름은 모두 보물이다. 저마다의 독특한 모양과 자연생태계, 역사문화를 가지고 있다. 제주 선조들에게 오름은 식량과 약초를 구하는 곳이었고 땔감을 구하던 곳이고 죽어서는 편안하게 묻힐 마음의 고향같은 곳이었다. 그렇기에 오름은 제주민에게는 특별한 곳이다. 그런데, 이 공공의 보물을 가려면 골프장 관리사무소에 서류를 쓰고 들어가야 하는 오름이 있다. 바로 녹하지악과 레이크힐스제주골프장이다.  녹하지악을 레이크힐스골프장이 둘러싸 오름을 골프장안의 섬처럼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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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크힐스골프장 공사. 녹하지악을 빙 둘러싸며 공사를 하고 있다. ⓒ 양수남 제주의소리 시민기자

 녹하지악은 한라산 남쪽사면에 있는, 해발 500m가 넘는, 한라산 자락에 있는 오름이다. 산록도로변 목장지대에 위치한 피라미드 형태의 원추형 오름이며 울창한 숲을 가졌던 오름이다. 오름 사면에는 4.3유적이 있기도 하다. 옛날 한라산에 사슴이 많이 서식할 때 겨울이 되면 사슴들이 이곳에 무리로 내려와 살았다고 하여 鹿下旨(녹하지)악 이라고 하며, ‘旨’는 마루, 높직한 등성이를 뜻한다.

 레이크힐스골프장은 지난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레이크힐스골프장은 공사전이나 공사후에도 수많은 문제점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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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크힐스골프장 공사를 하면서 사라진 나무.ⓒ 양수남 제주의소리 시민기자
 첫째, 오름의 절반을 골프장이 잠식하였다. 녹하지악의 표고(해발 산정상높이)는 620m이며 비고(산 자체높이)는 121m이다. 즉, 녹하지악은 해발 500m에서 시작하는 오름이다. 그런데, 사업자는 당시 환경영향평가서상에서 녹하지악의 해발높이를 550m로 잡았다. 즉, 녹하지역의 50m를 침범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그대로 승인을 했고 오름의 절반 정도를 골프장이 잠식해 버렸다. 

 두 번째는, 사업지는 중문천이 시작되는 곳이며 색달천의 상류지역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곳은 도내 최대 관광지며 천연기념물인 천제연폭포의 상류지역이다. 제주도 하천의 특성상, 비가 오면 바로 하류로 흘러내려가서 골프장의 농약 등 오염물질이 하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연간 강수량도 3,000㎜ ~4,000㎜이상 내리는 산간지역이라서 더 그러했다. 더욱이 골프장에서 흘러나오는 빗물이 바로 하천으로 유입되어 물의 유입은 더 많아질 터였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강수량을 연간 2,000㎜로 산출하였다. 개발을 합리화하기 위한 꼼수였다. 이외에도 사업지 생태계등급이 턱없이 낮게 책정된 점 등 수없이 많았다.

 문제는 공사 이후에 터졌다. 사업자는 2002년, 임박한 사업완공시점을 맞추기 위해 잔디생육을 빠르게 하기 위한 다량의 모래를 잔디위에 뿌린다. 이때부터 태풍과 우기 때마다 막대한 양의 모래가 인근의 색달천과 중문천으로 유입되어 수백미터 구간이 모래로 뒤덮여 버린다. 이 모래의 유실은 잔디에 뿌렸던 다량의 농약까지 포함되었다는 의미로서 하천생태계 파괴와 함께 심각한 수질오염까지 우려되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003년 검찰에 레이크힐스골프장을 고발하였으나 별문제없이 끝나버렸다.

 이후에도 레이크힐스 골프장은 2004년 경관1등급지와 원형보전녹지를 훼손한것이 적발되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과태료가 500만원에 불과한 솜방망이고, 골프장운영에는 전혀 지장을 받지않는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산간은 제주도 경관과 생태계 파괴의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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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370m의 한라산 중산간 자락에 위치한 제주시 월평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대단위 고급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 단지형 공동주택 중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에 들어서는 아파트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제주의소리

지난 3월, 한 건설업체가 첨단과학기술단지 내에 6층 높이 아파트 759세대를 건설하는 내용의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제주시에 접수하였다. 문제는 이 사업지역이 한라산국립공원과 불과 3km 남짓 떨어진, 해발 370m에 위치한 제주시 동지역 한라산 중산간이라는 점이다. 제주도내 단지형 공동주택 중에서는 해발고도가 가장 높다. 해안 저지대 중심으로 들어서던 아파트가 갑자기 몇단계를 훌쩍 뛰어넘고 한라산국립공원 가까이에 들어선 것이다. 이것은 제주도내 아파트의 해발고도를 훨씬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중산간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신호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계획이다.
 
이런 선례가 만들어지면 도미노처럼 걷잡을 수 없는 중산간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생태수도를 지향하는 제주도의 도시계획도 이번 사업계획 승인으로 인해 엉망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아파트의 예상분양가는 도심외곽인데도 3.3㎡당 850만원으로서 700만원대인 제주시내 아파트가격보다 훨씬 높아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제주도 부동산거품을 키우는데 일조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하지만, 제주시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원래 이 사업부지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구입한 첨단과학기술단지 사업부지다. 즉, 이 땅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은 것이다. 국가기관이 땅장사를 한 셈이다. 그리고, 이 아파트는 첨단과학기술단지 직원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첨단과학기술단지와 전혀 관련없이 땅을 판것이나 다름없다. 국가기관이 스스럼없이 법의 맹점을 이용해 땅을 되팔고 이로 인해 이곳에 도내 최고 해발높이의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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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원희룡 지사는 취임일성에서 중산간에 대한 난개발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하고 세계환경수도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발언은 점점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 상가리관광지, 신화역사공원 승인 등 스스로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 사이에 제주도 경관과 생태계의 허리역할을 하던 중산간이 무너지고 있다. 허리가 무너지면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원희룡지사는 상가리관광지의 환경영향평가심의 통과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일단, 제동을 걸었다. 도의회에 넘기기에는 부담스런 사안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상가리관광지는 제주도의 중산간 보전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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