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위원들 제주서 긴급 기자회견 "보수단체 대응 치밀...4.3 '둑' 무너질라"

제주4.3희생자 일부를 대상자에서 제외하기 위한 일부 보수단체의 대응이 치밀하게 이뤄지자 제주4.3중앙위원회 위원들이 “4.3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제주4.3중앙위원회 박창욱, 임문철 위원은 27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희생자 무효소송에 대비한 정부측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참석자들이 지적한 소송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씨 등 보수인사 13명이 4.3희생자 중 63명에 대해서는 결정을 무효화 해달라며 지난해말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내용이다.

4.3단체들은 2000년 제정된 제주4.3특별법과 2003년 채택된 4.3 진상조사보고서의 취지와 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보수단체들은 과거에도 4.3희생자 무효확인 소송과 희생자 정보공개청구 등 각종 소송을 제기하며 4.3흔들기에 나섰지만 행정과 헌법소원심판 등 6개의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들어 주요인사들이 '4.3희생자 위패 정리' 발언을 하고 일부 보수단체의 대응도 점차 노골화 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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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중앙위원회 박창욱(왼쪽), 임문철 위원이 27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희생자 무효소송에 대비한 정부측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실제 올해 1월에는 정재근 차관에 이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제주4.3사건 희생자 재심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4.3희생자 유족회와 관련 단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재 진행중인 4.3희생자 무효확인 소송의 경우 피고측 행자부 장관의 소송 수행자로 송무관리과와 제주4.3처리과 직원 4명이 지정돼 있다. 담당 변호사는 선임되지 않았다.

지난 4월23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이미 1심 공판이 이뤄졌고 7월16일 2차 공판이 예정돼 있지만 4.3중앙위원회에 재판 진행상황에 대해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보수단체는 서울지역 로펌을 소송대리인으로 꾸리고 전문 변호사 3명을 투입시켜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임문철 위원은 “연초 희생자 재심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물밑에서 엄청난 폭풍우가 밀어 닥치고 있다”며 서둘러 기자회견을 연 배경을 설명했다.

임 위원은 “현 소송은 희생자 몇 명을 타깃으로 한 전술일 뿐”이라며 “일단 희생자 선정 문제를 부각시키고 (나중에는)희생자 심사소위 교체와 4.3진상보고서까지 부정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행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법원이 단 한명이라도 희생자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4.3의 둑은 무너지게 된다”며 “엄청난 결과를 직시하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임 위원은 또 “보수단체가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며 “4.3단체, 시민단체와 함께 범도민 연대회의를 조직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욱 위원은 “희생자 유족과 도민들은 상생의 정신에 맞춰 과거의 아픔을 딛고 편가르기 없이 합동위령제도 지내고 있다”며 “유족회와 경우회가 손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4.3의 화해와 상생은 국민대통합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모범적 사례에 해당한다”며 “행자부는 깊이 반성하고 희생자 무덤을 파헤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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