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일촉즉발..."일방적인 개발계획 받아들일 수 없다" 어민들 발끈

제주도가 깜짝 발표한 2조4000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 ‘제주신항’ 관련 공청회가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해당사자인 어민과 선주, 어촌계와의 소통 부족이 화근이었다. 공청회 장에선 몸싸움이 벌어지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나왔다.

제주도는 27일 오전 10시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 8층 한라홀에서 ‘제주신항 기본계획 구상 공청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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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신항' 공청회 참석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 해양수산국이 주관한 이날 공청회는 제주신항 기본계획 연구 용역을 맡은 (주)혜인이엔씨의 기본계획 설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설명이 끝나자마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어업인들의 반발과 울분이 쏟아져 나왔다.

강용주 제주시어선주협회장은 “저희 어민단체는 공청회를 한다는 연락도 받지 못했다.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며 “연락을 안한 이유가 어민이 참석을 안했을 경우 찬성하는 사람만 불러서 통과시키려고 했느냐”고 의구심을 보냈다.

강 회장은 “제주도 해양수산국인데 해양만 있고, 수산은 없다”며 “어민들을 배제한 일방적인 신항 구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제주항 인근은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신항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어민들은 설 자리가 없다”며 “이 자리에는 부동산업자도 있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민들을 위한 정책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어떡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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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어민들이 '제주신항' 개발 계획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어민들의 반발에 결정적으로 기름을 부은 사람은 강영석 전 제주상공회의소 회장이다. 강 전 회장은 “신항 구상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찬성하는 사람도 있는데 왜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만 말을 하느냐”고 따졌다.

강 전 회장의 발언과 함께 어민들이 들고 일어났고, 일부 주민과 어민들은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어민들은 “해양수산국장이 도대체 어민 생각을 하느냐. 어민이 없으면 당신도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다”며 “사업을 전면 백지화 해달라”고 촉구했다.

어민들이 반발하자 이생기 국장은 “제가 어민들을 죽일 수가 있느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공문을 보내지 않은 건 우리 불찰이다. 사과드린다”며 “조금만 진정해 달라”고 진화를 시도했다.

이 국장은 “해양수산국장이 어업에 피해를 주고, 지장을 주는 일을 하겠느냐”며 “직을 걸고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나가겠다”고 의견수렴을 약속했다.

설명회는 30여분의 소란 끝에 가까스로 재개됐다.

어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주민들은 어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매립 규모를 줄여야 한다며, 어민을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문대탄씨는 “신항계획에는 동서부두 등 기존 항만 대부분을 매립하는데, 항만 매립은 옳지 않다”며 “크루즈 중심으로 브리핑하는데 크루즈는 도민에게 별 효용이 없다. 물류 중심으로 브리핑을 했어야 했다”고 충고했다.

매립과 관련해서도 문씨는 “매립지는 도민들과 국가의 공적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매립해서 분양하게 된다면 돈 많은 사람만 입찰하게 된다”며 “항만이야말로 도민들의 공익을 위해서 사용해야 하며, 매립지 용도는 분양하거나 임대하게 되면 갈등만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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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해양전문가 현덕규 변호사도 “공무원들이 숫자에 의미를 두고, 크루즈에 포커스를 두지만, 크루즈는 선박에서 숙박과 식사 다 해결하고, 제주에서는 기념품 몇 개를 사고갈 뿐”이라며 “항만개발은 미래생존의 중차대한 문제로 신항계획은 아주 중요하고 찬성한다. 어민 소외감을 해결하고, 물류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구인 신관홍 도의원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에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어민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항만은 100년을 내다보고 가야 한다는게 소신이다. 신항계획은 찬성하지만, 그럼에도 이해관계인 어민에게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제주도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지난 22일 현재 제주외항의 3배 규모인 '제주신항'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조4000억원을 투자해 초대형 크루즈부두, 국제.국내여객, 마리나 부두를 개발하는 게 골자다.

제주도는 신항계획을 내년 국가 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인 의견 수렴, 관계부처 등과 협의 등을 거쳐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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