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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신항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회협약위 의견까지 왜곡" 계획 폐기-공식 사과 촉구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도에 신항만 계획을 폐기하고,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28일 오전 성명을 내고 “제주 환경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희룡 도정이 도민을 혼란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27일 제주도는 초대형 탑동매립 개발 계획 ‘제주신항 기본 계획 구상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탑동 주변 원도심 주민들과 일체 협의도 없이 발표한 일방적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시어선주협회장이 말했듯이 제주도는 어민 관련 단체에 공청회를 한다는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도민들에게 복종한 듯하면서 뒤에서 배반하는 면종복배(面從腹背)형 행정의 모습”이라며 “제주도가 신항만 계획을 깜짝 발표한 이유는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의 제주 방문일정에 맞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의 계획 발표는 해수부의 제3차 항만기본계획 중 올 상반기 확정되는 2016년 수정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건의하기 위함”이라며 “환경파괴와 어민들의 생존권, 원도심 재생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대규모 국세지원이 필요한 토목사업을 따오기 위해 정부 관료의 바지를 붙잡고 읍소하는 종속 행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발표한 계획은 지난 2012년 대규모 환경파괴 문제와 매립위주의 개발 방식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또 지난 2013년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는 항만을 개발하는 기본 방향은 동의하지만, 제주시 탑동 앞바다를 매립하는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가 크루즈항만 건설에 찬성했다고 한 것은 명백한 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운동연합은 “서귀포시 강정에 15만t급 2선석을 배치할 수 있는 크루즈항만을 건설하고 있는데, 제주항에 10만t급 이상 4선석을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도 앞뒤가 맞지 않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고 했지만, 실상 해군기지 전용이라는 것을 실토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고는 “지역 주민들이 증언하듯 크루즈선 기항을 통한 지역 연계 경제효과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원 지사는 취임 이후 환경보전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두겠다고 했지만,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며 “공청회 당시 담당 공무원은 해운대의 수영만을 운운했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호텔이 즐비한 해운대가 제주항의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날을 세웠다.

환경운동연합은 “도민들과 일체 의견 수렴과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졸속 발표한 담당 부서와 책임자는 즉각 교체돼야 하며, 제주 미래와 거리가 먼 신항 계획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7일 제주도는 2조4000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 '제주신항'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제주도의 기본 계획 설명이 설명이 끝나자마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어업인들의 반대 의견이 잇따랐다. 

[전문]

제주도는 환경파괴 민생외면 크루즈신항 계획 폐기하고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제주 환경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희룡도정이 오락가락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으로 도민들을 혼란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제주도는 어제 27일 초대형 탑동매립 개발계획인 ‘제주신항 기본계획 구상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 곧바로 드러났듯이 이번 신항 계획은 제주도가 지역 어업인들과 어촌계 등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과 탑동 주변의 원도심 주민들과는 일체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계획이었다. 제주시어선주협회장이 밝혔듯이 제주도는 어민관련단체에 공청회를 한다는 공지조차도 하지 않아 어민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아야 했다. 앞에서는 도민들에게 복종하듯 하면서 뒤에서는 배반하는 면종복배(面從腹背)형 행정이다. 

제주도가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하거나 도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도 않았으면서 난데없이 깜짝 발표를 한 이유는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이 제주도를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해수부의 제3차 항만기본계획(2012~2021)중 올해 상반기에 확정될 2016년 수정계획에 반영해 줄 것을 건의하기 위함이다. 이는 환경파괴와 어민들의 생존권, 원도심 도시재생 문제와 관련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대규모 국세지원이 필요한 토목사업을 따오기 위해 권력의 중앙에 있는 정부 관료의 바지를 붙잡고 읍소하는 관행적인 종속행정이다. 

장관에게 보고한지 5일 만에 여론수렴의 구색을 짜맞추기 위해 종이 한 장짜리 공청회를 개최한 이번 신항 계획 발표는 제주도정사에 기록될 오만한 관료들의 전형이다. 그 절차와 형식, 내용 모두가 현재 원희룡도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고 개혁해야 할 대상과 과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이번 계획은 지난 2012년 발표했던 항만기본계획 발표 당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대규모 환경파괴를 불러오는 매립위주의 개발방식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오히려 매립면적과 항만건설 계획이 4배 이상 늘어난 전형적인 토건사업이다. 토건사업을 통한 인위적인 공공부양 정책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낙수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 분석됐고 오히려 가파른 물가상승과 실질소득 하락 등 서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수치에 의한 통계만 보면 2011~2014년 중 제주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전국 최상위 수준이지만 2013년 제주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전국 16개 시·도중 최하위이다. 상용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역시 전국 최하위 수준이며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주거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제주도정은 왜 수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토목계획은 빈번히 짜면서 2조 4천억원을 뛰어 넘는 도민복지 향상 프로젝트는 못 내놓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두 번째, 이번 신항 계획의 근거로 제시한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의 크루즈항만건설 찬성의견은 명백히 본말을 전도한 왜곡이다. 2013년 초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는 제주시 탑동 앞바다를 매립해 항만을 개발하려는 제주도의 계획에 대해 반대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당시 사회협약위는 탑동개발소위원회를 열어 재해 방지 등을 위해 탑동을 항만으로 개발하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탑동 앞바다 공유수면 31만8천500㎡를 매립해 항만을 개발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우근민 당시 지사에게 제출했다. 사회협약위는 또 제주도가 항만 개발비용을 충당하고 사업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공유수면 매립 면적을 지나치게 넓게 계획했다며 환경 파괴 우려 등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 반대 의견을 냈다고 명확히 밝혔다. 따라서 신항 계획을 담당한 담당부서는 공식적인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의 의견을 왜곡하고 도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세 번째, 강정에 이미 15만톤급 2선석을 배치할 수 있는 크루즈항만을 건설하고 있는데 제주항에 10만톤급 이상 4선석을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다. 더군다나 발표 당시에 강정항은 크루즈 기항지로서의 기능을 다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주항에 건설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해군이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15만톤급 이상의 크루즈선이 들어올 수 있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실상 해군기지 전용이라고 실토하는 것인가? 이는 중대한 문제이다. 이에 대해 담당부서와 책임자는 정확히 해명해야 만 할 것이다. 

네 번째, 지역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증언하고 있듯이 크루즈선 기항을 통한 지역 연계 경제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상세히 보도도 됐지만 크루즈선을 통해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제주시에 머무르는 짧은 시간 동안 이동하는 곳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이다. 숙식이 모두 해결되는 선내에서 나와 면세점으로 직행하는 지금의 크루즈 여행 스타일로는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미미함이 이미 드러났는데 대규모 매립으로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고등어와 한치어장을 죽이고 탑동을 또다시 죽일 것인가? 2천만 항공이용객 시대에 2030년까지 가야 겨우 1백만명의 방문객을 예측하고 있고 그나마 이들 관광객이 짧은 시간 동안 쇼핑할 시간만 기항하는 크루즈선 정박을 위해 수조원의 혈세를 낭비할 이유는 없다. 

다섯 번째,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취임 이후 원지사는 지속적으로 환경보전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두겠다는 입장을 천명해왔다. 최근 상가리 관광지 사업과 예래동 대법원 판결을 논하며 잘못된 행정의 과오를 인정하고 농지자경 정책과 중산간 보호를 위한 경관정책을 내놓으면서 제주도가 나아갈 길은 환경보호와 제주의 땅을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화역사공원과 이번 신항계획과 같은 국책사업과 연관된 개발사업들에 대해서는 앞선 입장과는 상반되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작은 규모의 개발사업은 제어하며 도민들의 지지를 얻고 큰 규모의 국책사업은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박근혜정권과 현 집권여당의 권력집단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차기 권력구조에 다가갈 수 있는 입지를 다지려는 정치적인 포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백년대계를 이루어야 할 제주도의 환경정책이 한 개인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해 변질되는 것은 도민이 용납할 수 없다. 

여섯 번째, 제주항은 결코 해운대나 바르셀로나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공청회 자리에서 담당 공무원은 해운대의 수영만을 운운했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호텔들이 즐비한 지금의 해운대가 제주항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미 해운대는 부산에서도 잘못된 개발이라고 비판받는 신세계지역으로 전락했다. 신항 계획에는 어민들과 어촌계, 원도심 지역주민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계획이 전무하다. 공청회 자리에서도 담당 공무원은 어민들을 위한 보상정책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어민들은 동의하지 않고 백지화를 원하는데 도정이 주민들과도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보상책을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행정의 과오이자 오만이다. 

이미 80년대 중반 도민들의 휴식처이자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탑동을 사기업에 내주고는 지금까지도 매해마다 월파 등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도정이다. 원지사는 감귤정책을 발표하면서 잘못된 부분은 행정이 끊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토건사업에 중독된 약을 끊을 대상은 제주도정부터다. 도민들과 일체의 의견수렴과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졸속발표를 한 담당부서와 책임자는 즉각 교체해야 하며 제주의 미래와는 거리가 먼 이번 신항 계획은 즉각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2015. 05. 28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오영덕·정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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