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다 파수꾼' 수산자원관리공단 홍정표 제주지사장 “바다숲에 고기 모여들때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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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된 바다숲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지사 직원들. / 사진 제공=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지사. ⓒ 제주의소리

흔히 ‘숲가꾸기’라고 하면 녹지공간을 늘리려는 대도시의 중심가, 황폐화된 민둥산, 개발로 파괴된 우림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공간이 흙 위가 아니라 바다 속이라면 어떨까? 실제로 풍성한 생물의 터전이 사라져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가 적지 않다. 연간 갯녹음 확산 면적이 1200ha에 다다르며 그 지역 어획량은 40% 가량 감소하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은 바다를 되살리는 역할을 하는 국내 유일의 수산자원관리 전문기관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의 경우 그 역할과 기대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FIRA가 하는 가장 큰 일은 바로 바다숲 조성사업. 갯녹음 발생해역 등에 대규모 바다숲을 조성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연안 생태계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2009년부터 2030년까지 총 사업비 3110억원을 투입해 3만5000ha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제주지역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2009년부터 작년까지 이미 14곳에 2710.6ha의 바다숲이 조성됐다. 6년 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로로 시작해, 작년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구좌읍 행원리, 서귀포시 보목동, 남원, 표선에 이르기까지 제주를 한 바퀴 휘감았다. 여기에는 총 171억800만원이 투입됐다.

이 결과 제주 연안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2013년과 작년 비교한 결과 평균 출연종수는 172.5%, 평균 생체량은 230.9%나 증가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놀랍게 증가한 것.

이와 같은 바다녹화는 적잖은 가치를 가진다. 연안생태계를 회복해 수산생물 서식처가 확보되고 이에 따라 자연히 어업인의 소득이 증대된다. 온실가스 저감과 오염물질 정화에도 주효하다. 갈조류 1톤에서 344kg의 연료가 생산된다는 점, 의약품 등 기능성 물질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득이다.

올해도 이 같은 바다숲 조성사업은 계속된다. FIRA 제주지사는 올해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한림읍 한림리 비양도,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 남원읍 하례리 등 4곳에 1088ha의 바다숲을 조성할 방침이다.

바다는 화수분이 아니다. 늘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며, 누구나 탐욕에 싹쓸이 해 버리다가는 회생할 수 없다. 묵묵히 바다를 지키는 이들 파수꾼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평일 오후 만난 홍정표 FIRA 제주지사장은 매년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지만 갯녹음 현상 등으로 황폐화된 바다를 되살리기엔 아직 역부족이라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앞으로 더욱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일단 바다 텃밭을 풍성하게 만들어줬으면, 이 곳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어민들의 몫이라며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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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지사장. ⓒ 제주의소리

“제주도민과 함께 바다 살릴 것...어민들 자발적 참여 높아졌으면”

- 대한민국의 모든 해안 지역에 바다숲 조성사업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히 제주지역이 중요한 이유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제주는 우리나라의 관문이다. 수온의 변화, 온난화현상 등 기후변화가 생길 때 제주도가 시작점이다. 제주도에서부터 시작해 위로 올라간다. 여기에서 일단 연구가 진행되면 다른 곳에 적용시킬 수 있다. 학문적으로는 모든 사업이나 연구가 시작되는 지점이라는데서 중요하다.

또 제주도는 어느 지역보다 넓은 바다를 갖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민들은 바다를 활용하는데 열의가 있다. 다른 지역에 가면 어민만 바다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여긴 제주도민 전체가 바다를 가꾸고 이용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 지금까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황폐화됐던 바다, 해조류가 없던 지역에 해조류가 살아나고 이로 인해 고기들 모여들고, 전복이나 소라, 성게가 서식하는 상황을 볼 수 있다. 그렇게 회복될 때 기쁘다. 이 덕분에 주민들 생산량 올라가는 게 눈으로 볼 때 ‘우리가 하는 게 성공적이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가장 보람차다”

- 그렇다면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사실 바다숲 조성사업이 매년 갯녹음, 백화 현상이 일어나는 면적에는 미치지 못한다. 사실 지금보다 2~3배 더 넓게 조성을 해야 갯녹음 면적이 실질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데 그게 잘 안된다. 실질적인 바다 숲 조성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년에 1200ha씩 갯녹음 현상이 새로 일어난다. 1년에 바다숲으로 2000ha 조성하면서 실제 조성면적은 그에 1/3도 못 미친다. 왜냐하면 ‘조성면적’이란 4~5년 후 숲이 확산됐을 때 그 면적을 따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치유하는 면적보다 병드는 면적이 훨씬 크다는 거다. 안타깝다. 결국 매년 노력하는 데도 결과물이 눈에 확 띄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어필하기가 어려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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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숲 조성 이후 바다 속의 변화. 해조류가 점점 되살아나고 이에 따라 인근 어장이 풍족해진다. /사진 제공=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지사 ⓒ 제주의소리

- 공단이 하는 일은 어민들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가령 바다숲을 조성하면 해조류를 먹고 사는 성게, 소라, 고동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중 문제는 성게인데, 최근 대일수출이 안되고 단가가 하락하니까 어민들이 따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 그러다보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먹이균형이 파괴되고, 해조류가 부족해진다. 그렇다면 어촌계에서도 관리에 동참해줘야 한다. 밭에 잡초가 나면 뿌리 뽑듯, 성게류가 유용한 생물을 많이 먹는다고 하면 직접 나서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바다숲 조성을 해서 회복이 되더라도 그 주민들이 계속 관리하지 않으면 해조류는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는 거다. 그 악순환이 계속된다. 처음에 어려울 때 정부가 지원해주지만 어느 정도 되면 주민들 역량을 키워나가야 된다. 내 밭을 내가 가꾼다는 인식으로 해서 투자를 해야 된다. 이게 사실 잘 안되는 부분이다.

우리가 하는 사업은 어민과 같이 해야 빛을 발한다. 어느 정도 회복시켜놨으면 어민들이 직접 나서서 관리를 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사업에 있어서 제주어민들과 도민들이 파트너라고도 했다. 앞으로 계속 함께 가야 할 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어업인들이 없으면 저희 공단도 없다. 어업인들과 항상 같이 갈 것이다. 바다에서의 생활 터전을 가꿔주는 사업인 만큼 늘 마을 어민들과 같이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들이 우리의 사업 감시자도 되고 파트너도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공단하는 일에 적극 협조해달라. 어민들의 목소리는 최대한 반영할 것이다. 공단이 동반자이며 같이 바다를 가꿔나간다는 의미에서 앞으로 더 가깝게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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