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분양 없인 돈 안된다? 개발비용 2조4천억→2조8천억 '아리송'
매립면적을 30만㎡나 줄였는데도 오히려 제주신항 공사비는 4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매립면적이 줄어들자 제주신항 개발에 따른 비용편익(B/C)도 1.62에서 1.12로 0.5나 떨어졌다. 제주신항이 대규모 해안을 매립했을 때 사업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제주도와 용역진이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제주도는 23일 오전 10시 제주시 연동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신항 기본계획 구상에 대한 2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사전에 제주도가 어민과 어선주, 지역상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정지작업을 마친 탓인지 반대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제주도와 용역진은 지난 5월22일 처음 발표한 제주신항 기본계획 구상을 일부 변경한 '수정안'을 공개했다.
또한 친수공간 조성을 명분으로 1980년대 이전에 탑동 해안에 있었던 '먹돌해변'을 복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에 따라 제주신항 건설비용은 2조4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4000억원 증가했다. 매립면적을 줄이면서 비용편익(B/C) 분석도 1.62에서 1.12로 낮아졌다.
사업비용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용역진은 "내항 쪽 어항을 넓히고,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하게 됐다"며 "매립(면적)이 줄어들었지만 매립 비용보다 어항 재정비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주도는 예전 탑동매립과 달리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사실상 이번 제주신항도 매립 이후 토지·상업시설 분양을 통해 사업타당성을 맞추려 했다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와 문대탄 전 제주도사회협약위원 역시 민자개발에 의한 땅장사 의혹을 제기했다.
홍영철 공동대표는 "신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게 민자와 관련된 부분"이라며 "도지사께서 연기금을 통해 공영개발을 하겠다고 하지만 신항 대부분이 상업시설로, 민자가 들어올 경우 분양을 통해 탑동과 같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대표는 "꿈같은 얘기들을 들으면서 박수쳐서 끝날 얘기가 아니"라며 "원희룡 도지사가 전면에 나서서 신항계획을 어떤 콘셉트로 만들어나갈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원 지사의 직접 설명을 요구했다.
문 전 위원도 "매립지 상업시설에 주상복합을 짓고, 랜드마크 기능 고층건물을 짓겠다고 하는데 아무리 공영개발이라도 장삿속에 불과하다"며 "상업시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남규 화북동 선주협회장은 "제주도가 2000년 제주외항 건설하면서 친수공간과 관련해 약속을 번복하는 등 농락했다"며 "이번에도 계획은 번지르르 하지만 과연 예상대로 나올 지 의문"이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건입동 주민이라고 밝힌 임봉준씨는 "신항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항 개발을 할 때 우근민 전 지사가 몇차례 설명회를 갖고, 지역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었다"고 꼬집었다.
공청회에서 산지어민회장과 고승익 제주도관광협회 마케팅국장, 선라이즈해운 김창수 대표, 강용주 제주시어선주협회장, 양승석 지하상가상인회장 등은 신항 건설에 찬성했다.
한인용 제주시수협조합장과 이정생 동문공설시장 상인회장은 한술 더 떠 지금보다 신항을 더 크게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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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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