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피제(맥그린치) 신부가 제주에 들여와 국내로 전파된 서양 건축기술 테쉬폰. 현재 테쉬폰 구조물이 남아있는 곳은 제주 뿐인 상황에서 등록문화재 지정 등 보존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한림읍 성이시돌목장에 위치한 테쉬폰 구조물. 사진출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박철수 교수 주제발표 자료(테쉬폰과 이시도레-테쉬폰 구조물 활용 및 루트 조성방안 제안) ⓒ제주의소리
테쉬폰 활용방안 토론회 “임피제 신부 첫 건축...국내 남은 건축물 제주 유일”


마치 야외 텐트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모양의 건축양식인 테쉬폰(Ctesiphon)은 국내에서는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제주에서 처음 지었다. 점차 다른 지방으로 보급됐으나, 현재 국내 남아있는 건축물도 제주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테쉬폰이 제주와 떼놓을 수 없는 임피제 신부의 개척정신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국내 근현대 건축사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는 가치를 지닌다고 입을 모은다.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가치 조명과 등록문화재 지정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테쉬폰이 지닌 이러한 가치에 주목해 보존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임피제(P.J.맥그린치) 기념사업회는 26일 오후 5시 그랜드호텔 2층에서 ‘테쉬폰 활용방안 토론회’를 개최한다. 

건축양식의 하나인 테쉬폰은 1884년 호주에서 태어난 엔지니어 ‘James Waller’(제임스 월러)가 1922년 이라크 티크리스 강 인근 고대도시 유적 'Ctesiphon'을 방문, 영감을 얻은 후 창안했다. 국내에서는 아일랜드 출신 임피제 신부가 1954년 제주에 오면서 목장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짓기 시작했고, 이후 돈사, 사료공장, 성당으로도 활용됐다. 1960년대 대한주택공사는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테쉬폰 건축물 보급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는 건축 전문가들은 서양 건축기술인 테쉬폰이 임피제 신부가 제주에 와서 짓기 시작하면서 국내로 전파됐고, 사실상 국내에 몇 안되는 ‘유럽산 직수입 건축구조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남아있는 테쉬폰 건축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ats.jpg
▲ 1960년대 이시돌 목장에서 테쉬폰 건물을 짓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박철수 교수 주제발표 자료(테쉬폰과 이시도레-테쉬폰 구조물 활용 및 루트 조성방안 제안) ⓒ제주의소리
123123.jpg
▲ 1960년대 이시돌 목장 테쉬폰 건물. 사진출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박철수 교수 주제발표 자료(테쉬폰과 이시도레-테쉬폰 구조물 활용 및 루트 조성방안 제안) ⓒ제주의소리
asdasdasd.jpg
▲ 한림읍 성이시돌목장에 위치한 테쉬폰 구조물. 사진출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박철수 교수 주제발표 자료(테쉬폰과 이시도레-테쉬폰 구조물 활용 및 루트 조성방안 제안) ⓒ제주의소리
▲ 사진은 제주시 한림읍 성이시돌목장에 위치한 테쉬폰 구조물. 사진출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박철수 교수 주제발표 자료(테쉬폰과 이시도레-테쉬폰 구조물 활용 및 루트 조성방안 제안) ⓒ제주의소리 김제남 기자.
박철수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는 토론회에 앞서 미리 배포한 ‘테쉬폰과 이시도레 - 테쉬폰 구조물 활용 및 루트 조성방안 제안’이란 주제발표 자료에서 보다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1960년대 이후 국내 테쉬폰 건물은 삼안식(三安式) 주택 혹은 이시돌식 주택으로 불렸다. 이는 임피제 신부로부터 우리나라 테쉬폰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며 “제주뿐만 아니라 서울시 수유동에도 지어졌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은 제주가 유일하다. 금악리, 선흘리, 월평동 등에 약 13채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건축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제임스 월러의 테쉬폰 시스템에 기반한 건축물이 제주에 원형을 갖춘 상태로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제주의 공공·문화시설을 확보하고 제주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재조명한다는 차원에서 ‘제주 테쉬폰 루트’ 개발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테쉬폰 루트의 구체적 방안으로 △도내 테쉬폰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정비해 지역주민이 필요한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 △각 테쉬폰을 중심으로 자전거나 도보를 이용하는 관광루트 개발 △이시돌 목장·제주도·민간기업·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이 상황에 맞게 테쉬폰을 사용하는 방법 △기존 이시돌 목장 테쉬폰 복원과 함께 새로운 테쉬폰을 건설해 전시관이나 카페로 활용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권기혁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는 ‘건축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본 제주 테쉬폰의 현황과 보존 및 재생’이란 주제발표 자료에서 “대부분의 서양 건축 기술이 대도시, 특히 서울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고 확산됐던 반면, 테쉬폰 구조는 제주도를 통해 국내에 유입된 뒤 확산됐다. 테쉬폰 구조가 비록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자생적 건축구조기술은 아니지만, 독특한 기술로 평가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또 “테쉬폰은 근현대기에 지어진 건축물로서 사적이나 지방유형문화재 지정을 신청하기엔 연구 성과나 현재 상태 등이 열악하고 엄격한 원형보존보다는 문화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이 제주 테쉬폰의 본래 의미에 더 부합한다는 점에서, 등록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뒤 차후 문화자산의 형태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조급한 마음에 너무 서두를 경우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우선 방향성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고 여러 시도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테쉬폰의 보존과 재생을 위한 이러한 논의와 시도들은 제주도 문화의 독창성을 드러내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토론회는 제주대학교 김태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황지은·권기혁 교수, 제주도 강용석 국제자유도시건설교통국장, 이시돌협회 이사장 이어돈 마이클, 제주도의회 김동욱 의원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