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1) 장수⑨ 연애 중 감정이 신경성장인자를 증가시킨다

윤창훈(68) 제주대 명예교수가 <제주의소리>에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그의 주 전공인 '식품과 영양'을 주제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그의 글은 생물과 물리, 화학, 지구과학 등의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이 모든 글들은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진다. '교수 30년의 내공'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편집자 주]
 
나이가 들면 누구나 어딘가 아프게 마련이지만, 치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걸리게 되며 심해지면 주위의 사람들을 괴롭히게 되는 질병이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장애, 인지장애, 판단력 장애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 걸친 인지기능에 장애가 일어난다. 이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신경이 파괴됨으로써 발병하게 된다.
 
이 뇌신경을 회복시키는데 촉진작용을 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작용을 가진 물질로써 단백질로 이루어진 ‘뇌신경성장인자’가 있다. 이 물질은 특히 신경세포 수상돌기(樹狀突起)의 기능저하를 방지하여 신경회로가 잘 형성되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이 작용이 최근 알츠하이머병이나 인지증의 예방과 치료에 유효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05년 이탈리아 파비아대학 의대 정신과 연구팀은 ‘연애에 관한 신경생물학적 지식은 모자란 상태’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다음과 같이 수행하였다. 실험 대상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은 연애에 열중하는 사람들, 두 번째 그룹은 애인이 없는 사람들, 세 번째 그룹은 장기간 연애중인 사람들로 구분하였다.

그 결과 첫 번째 그룹(연애 열중)은 두 번째 그룹(애인 없음)에 비해서 약 1.5배, 또한 첫 번째 그룹은 세 번째 그룹(장기간 연애중)에 비해서 약 1.8배 혈중 신경성장인자가 상승하였다. 즉 사랑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혈중 신경성장인자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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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

그리고 조사가 끝난 후 1~2년 후에 연애를 장기간 계속하고 있어도 처음 느끼던 이성에 대한 설렘이 없어진 사람들(39명)의 신경성장인자 농도를 측정해본 바, 설렘이 없는 사람들의 그것은 두 번째 그룹이나 세 번째 그룹에 비해서 감소 또는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 부터 연애의 감정이 이 인자 농도를 계속 유지시키지는 못하지만, 결국 이성을 대할 때 느끼는 설레임이 인자 농도를 증가시키는 등 치매 예방에 유효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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