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탈리카 트리뷰트 페스티벌 인 제주> 주최한 인디밴드 비니모터 리더 ‘강완엽’ 

6월 27일 토요일 저녁 제주시 탑동야외공연장은 어느 때 보다 특별했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항공기 소음을 무색하게 하는 전자기타 연주와 걸걸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고, 수 백 명의 환호성까지 뒤섞이며 일대 장관이 연출됐다. 재즈, 클래식 등 평소 얌전한 무대로 이곳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풍경이다.

두 발을 가만히 두지 않고 펄쩍펄쩍 뛰는 청년들, 한 손에는 맥주, 나머지 손은 번쩍 들고 음악에 심취한 외국인들, 아이를 어깨에 올리고 소리를 지르는 젊은 아빠와 조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 치는 중년의 부부까지… 심지어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르는 ‘떼창’까지 등장해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다.

밤 9시 30분을 넘겨 앵콜곡이 등장하자 낮처럼 환했던 첫 순간보다 관객은 오히려 늘어나 있었다. 무려 600여명이 공연장을 채웠다. 20~30명뿐이던 무대 펜스 앞은 200명 가까이 불어 혼신의 공연을 펼친 밴드에게 열렬한 성원을 보냈다. 뒤편 의자에 앉은 관객들도 손을 들어 박수치며 소리쳤다.

흔치 않은 풍경이 펼쳐진 6월의 마지막 토요일 밤은 바로 ‘메탈리카 트리뷰트 페스티벌 인 제주’(Metallica Tribute Festival In Jeju, 이하 메탈리카 트리뷰트 축제) 콘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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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제주시 탑동야외공연장에서 메탈리카 트리뷰트 페스티벌 인 제주 콘서트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사진출처=박중일 페이스북. ⓒ제주의소리
축제는 밤 10시를 넘기지 않고 끝났지만 여운은 길었다. 관객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각종 사진과 동영상으로 그날의 감동을 공유했다. 축제를 주관한 제주 인디 메탈밴드 ‘비니모터’(Vinnie Motors) 멤버들의 페이스북은 수많은 후기들로 채워졌고, ‘좋아요’ 손가락은 수십, 수백 개까지 올라갔다.

29일 이른 오후 중앙로 ‘Rock Shop’에서 만난 비니모터의 리더 강완엽(40) 씨는 “(공연)끝나고 술을 너무 마셔서 상태가 안 좋다”며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이곳은 강 씨가 운영하는 기타 판매, 앰프대여점이다.

긴 머리를 살포시 뒤로 넘기고 쑥스럽게 웃는 모습, 강렬한 눈빛으로 무대를 휘어잡던 그날의 ‘그분’이 맞는지 잠시 헷갈렸다.

강 씨에게 공연 소감을 물어보자 곧바로 “정말 좋았다”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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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니모터의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강완엽(왼쪽)씨와 드러머 이영권(오른쪽) 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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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완엽(왼쪽)씨와 드러머 이영권(오른쪽) 씨. ⓒ제주의소리
“사실 공연을 준비한 저희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 몰랐는데 깜짝 놀랐다. 함께 한 다른 지역 밴드들이 ‘이제 클럽에서는 공연 못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며 다시 한 번 감동을 되새겼다. 몇 번을 기억해도 뿌듯한 눈빛이었다.

올해로 결성 5년을 맞는 비니모터는 미국의 스래시 메탈(Thrash Metal) 그룹 메탈리카(Metallica)의 커버밴드다. 보컬·세컨기타에 강완엽(40), 리드기타에 이용철(39), 드러머 이영권(34), 베이스는 고건(23)씨가 맡고 있다.

커버밴드는 트리뷰트 밴드(Tribute band)로도 불리는데 특정 뮤지션에 대한 헌정이나 존경, 추종의 의미를 담아 그들의 음악을 연주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쫓아가기 마련이다. 비니모터 멤버들의 치렁치렁한 머리는 메탈리카의 보컬 제임스 헷필드(James Hetfield)와 리드기타 커크 해밋(Kirk Hammett)을 떠올리게 한다.

메탈리카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록 그룹’이다. 포털사이트에 그룹명 네 글자만 쳐도 왜 세계 최고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메탈리카 트리뷰트 축제는 이번이 두 번째다. 제주, 부산, 천안, 서울 등에서 활동하는 커버밴드 3팀이 모였다. 제주는 비니모터(Vinnie Motor), 부산은 아이언크로스(IronCross), 천안에서는 로우딜(Rawdeal)이 나섰다. 첫 번째는 지난해 부산에서 열었으며 제주는 두 번째다.

각 팀이 활동하는 지역을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공연을 개최하지만, 이번 제주공연은 네 팀 모두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록 클럽에서 조촐하게 진행했던 첫 번째 축제와 달리 비교적 번듯한 무대를 갖췄고, 더욱이 관객 수 백 명이 하나가 된 그야말로 ‘대박’이 터지면서 기념비적인 순간이 됐다. 

강 씨는 “(참여 그룹들이) 처음에는 ‘야자수 있는 곳에서 공연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에 왔지만 너무나 큰 호응을 받으면서 벌써부터 내년에는 어떻게 할지 즐겁게 고민 중이다. 특히 이번 기회에 메탈리카 트리뷰트 축제를 여름과 겨울 두 차례로 나눠 여름에는 항상 제주에서 열기로 뜻을 모았다”고 쉴 새 없이 말했다.

이렇게 거창하게 마무리됐지만 시작은 힘겨웠다. 축제를 여는 지역 팀이 공연준비를 전담하기에 그 동안 모아놓은 공연비 등 3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주변 지인들로부터 작은 협찬을 받았다. 

언론 보도자료는 엄두도 못냈고 페이스북이나 포스터로 드문드문 알린 것이 전부다. 무대 앞 펜스를 설치해도 ‘사람이 몰리긴 할까’ 걱정했지만 그 생각이 기우였다는 것은 곧바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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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메탈리카 트리뷰트 페스티벌 인 제주 콘서트> 현장. 비니모터의 공연 모습. 사진출처=박중일 페이스북.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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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메탈리카 트리뷰트 페스티벌 인 제주 콘서트>에서 연주 중인 '비니모터'의 보컬 강완엽(왼쪽)씨와 리드기타 이용철(오른쪽)씨. 사진출처=박중일 페이스북.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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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메탈리카 트리뷰트 페스티벌 인 제주 콘서트>에서 연주 중인 '비니모터'의 베이스 고건(앞쪽)씨와 드러머 이영권(뒤쪽)씨. 사진출처=박중일 페이스북. ⓒ제주의소리
여기에 ‘제주에서 제대로 된 공연 한 번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 조명, 영상, 음향, 공연기획 등 각 파트 스텝들이 제 일처럼 힘을 보탰다. 제주에서 유례 없는 성공적인 메탈공연은 많은 동료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강 씨의 말이다.

그는 “음악은 무대만 있다고 중요한 것이 아니고 관객과 함께 즐기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정말 만족했다. 말로만 듣던 ‘떼창’이 제주에서도 된다는 사실에 감동까지 받았다. 격하게 호응해준 관객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공연이 끝나고 ‘이제라도 후원하고 싶다’며 연락 온 분들이 있을 정도니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관객에게는 100점 이상 후한 평가를 줬지만 자신들의 실력에는 냉정했다. "공연을 마치면 늘 아쉽다. 다시 돌려보니 역시 부족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음악하면서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일은 흔치 않다. 계속 연습하고 연습하는 길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강 씨는 "공연 소식을 듣고 일본 커버밴드가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까지 전달했지만 비용문제로 초청하지 못했다"며, 여건이 된다면 내년에는 제대로 된 무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비니모터는 또 다른 무대를 위해, 나아가 내년 메탈리카 트리뷰트 축제를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4명 멤버 모두 각자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이면 연습을 한다. 최근 부산에 있는 밴드공연에 초청을 받아 버스킹(Busking, 거리공연)으로 여비를 마련해야 할 판이다. 자작곡이 실릴 첫 번째 앨범도 열심히 준비 중이다.

2011년 비니모터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이후 최근 들어 도민들이 조금씩 알아봐주는 것 같아 기쁘다는 강 씨.

그는 “개인적인 목표라면 ‘비용을 전부 대줄 테니 공연하러 와 달라’는 요청을 다른 지역에서 받아보는 정도가 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전했다.

또 “진짜 메탈리카 멤버들이 트리뷰트 축제에 영상메시지를 보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활짝 웃으면서 “제주에서 만개한 메탈리카 트리뷰트 축제가 메탈리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악인들이 함께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계속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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