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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중문해수욕장 개장 첫날이자 메스르 사태로 임시 휴업한 뒤 신라호텔의 재개장 첫날인 1일 오전 신라호텔 휴게소 남쪽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 절벽은 화살표 방향으로 무너졌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현장'쉬리언덕' 위 프라이빗 오션 테라스, 해수욕장 산책로까지 통제

최근 호텔에 묵은 '141번' 메르스 확진자 여파로 자체 영업중단이란 곤욕을 치른 제주신라호텔이 절벽붕괴 사고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영화 속 ‘쉬리언덕’으로 유명한 해안명소인 제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 절벽이 일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곳은 한 달 전 제주신라호텔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휴식공간 '프라이빗 오션 테라스'가 지어진 장소다. 이날 사고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장마철을 앞두고 추가 피해가 우려되면서 정확한 붕괴원인 조사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고가 일어난 7월 1일은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이 문을 연 날인 동시에, 신라호텔이 메르스로 인한 13일 간의 영업중단을 마치고 재개하는 날이다.

이날 오후 중문해수욕장은 여름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관광객들로 제법 붐볐지만, 때아닌 붕괴사고로 호텔 관계자들과 공사인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중문해수욕장 경치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이곳은 영화 '쉬리' 촬영지로, 영화 상영 후 소위 ‘쉬리언덕’으로 널리 불려졌다. 약 60m 높이의 해안절벽이다. 제주신라호텔은 이곳에 경치를 관람하며 음료를 즐기는 휴게공간 ‘프라이빗 오션 테라스’를 지어 지난 5월 28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프라이빗 오션 테라스' 건물 규모는 약 100㎡로 1층은 테라스와 2층 루프탑으로 이뤄졌다. 공사 기간은 약 40일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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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절벽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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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서 올려다 본 절벽 모습. 무너진 절벽 부분에 흙과 암반이 훤하게 민낯을 드러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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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절벽 모습. 무너진 부분에 흙과 암반이 훤하게 드러나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이 건물을 받치고 있는 약 60미터 높이의 절벽 측면이 붕괴되면서 쓸려 내려간 토사가 발견된 것은 이날 아침 9시쯤. 출근하던 호텔 직원이 발견하면서 서귀포시에 신고했고 제주도와 서귀포시 관계공무원들은 오후 1시 30분쯤 현장을 확인했다.

오후 4시가 지난 시점에서 현장은 펜스설치 작업이 바쁘게 진행 중이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요 며칠 간 많은 비가 내리면서 흙이 쓸려내려 간 것 같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즉시 출입통제 조치를 취했다. 자체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동시에 제주도의 조사도 함께 병행하겠다.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재개 시점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확인한 절벽 상태는 예사롭지 않았다. 붕괴 폭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토사도 나무숲에 걸쳐있는 불안한 상태다.

멀리서 본 붕괴 지점은 검은 흙색으로 녹색 빛을 띤 주변과 확연히 대비됐다. 프라이빗 오션 테라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쓸려내려간 상당수의 토사가 아래쪽에 모아져 있었다. 그나마 경사면의 빽빽한 나무들이 흙이 더 이상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막고 있다. 다시 비라도 내릴 경우 모아진 토사가 흘러내리거나 나무에 무게가 쏠려 추가 붕괴가 발생하는 등 더 큰 피해가 충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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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점검 중인 공사업체 직원들.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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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빗 오션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붕괴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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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이 붕괴되면서 아래쪽에 토사가 모여있고 좌우에는 나무줄기가 토사에 밀려났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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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아래쪽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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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괴한 절벽 인근에서 발견된 갈라진 지반.(화살표)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절벽 가장 윗부분은 울퉁불퉁한 암반의 표면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붕괴지점 주변의 작은 나무줄기들은 무너진 흙더미 방향으로 틀어져있었다.

붕괴가 일어난 간밤의 흔적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 주변을 확인하자 합판이 흙 속에 덮여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조금 더 아래쪽으로 이동하자 흙속에 파묻힌 합판 아래에는 철제파이프로 고정시켜놨다. 파이프 안쪽에는 깊숙히 파여있는 공간이 있었다. 지반이 뚜렷하게 갈라진 모습도 발견됐다. 여기에 현장에는 건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정체모를 PVC파이프 두 개가 인근 숲에 묻혀 설치된 모습도 발견됐다. 

현장에서 만난 중문동 주민 A씨는 붕괴현장을 지켜본 후 “사상누각이 따로 있나?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셈이다. 어떻게 이런 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냐”고 혀를 찼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메르스 때도 발빠르게 조치에 나선 것 처럼 이번에도 조속히 상황에 대처했다"고 자신했지만, 추가 붕괴 우려가 큰 만큼 정밀한 안전 점검과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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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주변에서 흙으로 덮여 있는 철제파이프와 합판이 눈에 띄었다. 비만 내려도 금방 흘러내릴 듯 엉성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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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하부인 기초부위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 인근에선 프라이빗 오션 테라스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정체 모를 PVC파이프가 매설되어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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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빗 오션 테라스'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붕괴현장.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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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쇄 조치 중인 '프라이빗 오션 테라스.'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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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 아래 산책로는 통제됐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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