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파일 제주> KMI 내부문서 입수 “용역에 제시된 자료, 의미 없는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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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신항 개발계획 용역에 대한 각종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2조5000억원 가까이 투입되는 제주신항 개발사업이 신빙성 떨어지는 자료를 근거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실한 자료를 기초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위법성을 가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KBS제주총국은 1일 오후 7시30분 전파를 탄 <시사파일 제주>에서 제주신항 개발과 관련한 논란을 다뤘다. 취재팀은 제주도가 사업 추진의 근거로 제시한 용역보고서 자체의 ‘부실’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문제가 되는 제주신항 개발사업 구상은 지난 5월22일 깜짝 발표됐다.

2030년까지 국비 1조650억원, 민자 8430억원 등 총 2조4810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탑동 앞바다에 신항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크루즈 선석 4개(22만톤 1개, 15만톤 2개, 10만톤 1개), 국제여객 카페리, 국내여객, 항만 재개발, 마리나시설 등을 갖추게 된다.

규모만 놓고 보면 제주외항보다 3배 이상 크고, 항만개발 비용만 2조4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공론화 부족, 대규모 해양매립에 따른 환경파괴 논란이 거세자 제주도는 6월23일 기존 어항지구 확장, 마리나 위치 변경, 친수시설 대폭 확보와 함께 어선항로를 100m에서 140m로 늘리는 대신 매립면적은 211만㎡에서 180만㎡로 줄이는 수정안을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건설비용은 2조4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4000억원 가량 늘었고, 매립면적이 줄면서 비용편익(B/C) 분석은 1.62에서 1.12로 낮아졌다.

말로는 제주의 미래비전이고, 백년대계라면서 정책 결정과정에서부터 추진과정에 이르기까지 자고나면 바뀌는 ‘조변석개’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팀은 이날 방송에서 제주신항 계획의 추진배경과 대규모 매립에 얽힌 내막을 파헤쳤다. 특히 크루즈 항만 수요분석이 타당한 지에 주목했다.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의 신빙성이 흔들릴 경우 사업 자체가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한 채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제주신항 기본계획 중간보고서에 제시된 크루즈 여객 수요 추정치를 KMI(해양수산개발연구원) 자료를 인용했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 하지만 취재팀은 KMI를 통해 “(보고서에 쓰인) 자료를 제공한 건 맞지만 의미를 둘 만한 수치는 아니”라는 답변을 얻어냈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도 아니고 참고용으로 준 자료”라는 것이다.

취재팀은 특히 단독 입수한 KMI 내부문서를 통해 “KMI가 제시한 크루스 수요 추정치가 제주도가 발표한 수치보다도 낮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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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 제주신항 기본계획 중간보고서 중 KMI자료를 인용했다며 크루즈 여객수요 추정치로 제시한 부분. 시사파일제주 취재팀은 이 자료가 정작 KMI의 크르주 수요 추정치와 일치하지 않는 엉터리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보정치를 갖고 크루즈 수요 전망을 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KMI 측은 “검토 중인 작업에서 나온 수치로, 객관적이지 않다. 공식적인 보고서에 쓰여서는 안 되는 데이터”라고 제주도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강주영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완벽하지 않은 자료를 인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을 기초로 사업계획을 수립했다면 사업 자체가 위법성을 가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성일 박사도 “자료 자체의 신빙성, 불일치 등 심각한 오류들이 발견된 만큼 이 보고서로 도민들을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지적한 셈이다.

성급하게 발표된 신항 계획이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KMI 측은 2030년까지 화물부두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제주도는 4개의 선석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수요분석을 토대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완공을 앞둔 제주외항 크루즈 터미널은 신항이 추진될 경우 철거되거나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내년 초에 착공 예정인 동방파제 역시 신항이 건설되면 비슷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 방파제 자리가 매립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현재의 신항계획에 따르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제주외항 공사는 바로 중단돼야 한다”며 “현행대로 추진된다면 예산의 낭비, 중복투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도민사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주신항 계획을 6월30일 정부에 공식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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