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의회 출범 1년] ② 80점↑ 잘하는 편 32% ‘겸손’…공무원들은 ‘양·가’ 야박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자로 도민들이 뽑은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지난 1년간의 의정활동에 대해 겸손(?)한 평가를 내렸다.

자체 의정평가에서 인색한 성적표를 매김으로써 지난 1년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남은 3년 임기 동안에 대한 스스로의 채찍질이 동시에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각종 조례안과 동의안, 업무보고 등을 위해 의원들과 가장 많이 대면(對面)하는 간부 공무원들의 의정평가는 야박할 만큼 짰다. 50% 넘게 ‘양·가’수준의 성적을 매겼다.

<제주의소리>는 7월1일 10대 의회 출범 1년을 앞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본부장 강창용)와 함께 ‘제주도의회 의정활동 평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도의원 41명과 도 본청 및 양 행정시, 도교육청 실·국장급, 양대 노조 간부를 포함한 공직자 41명 등 총 8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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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의회 출범 1년간 의정활동 평가에서 의원들은 다소 겸손한 성적표를 낸 반면 공직자들은 냉냉한 대의회 관계만큼이나 야박한 점수를 매겼다. ⓒ제주의소리/그래픽 김정호 기자
◇ 지난 1년 의정활동 평가 점수는?…의원들 ‘겸손’ vs 공무원들 ‘야박’

지방의회의 가장 큰 역할인 집행부에 대한 지난 1년간의 견제와 감시 활동에 대한 자체 평가에서는 60~80점대에 몰렸다. 60~69점, 70~79점, 80~89점을 매긴 의원이 각각 11명씩(26.8%)이었다.

최고 점수대인 90~100점을 준 의원은 2명(4.9%)에 불과했다. 50점대(50~59점)를 준 도의원은 6명(14.6%) 이었고, 최저 점수대인 ‘50점미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를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수·우·미·양·가’ 방식으로 보면 10대 도의원들은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의정활동에 대한 자체평가에서 ‘수’ 2명, ‘우·미·양’ 각 11명, ‘가’ 6명이 나오는 등 다소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비교적 잘했다고 말 할 수 있는 80점대 이상에 13명이 점수를 준 반면 나머지 28명(68.3%)은 분발해야 하거나 기대에 못 미친 70점대 이하에 점수를 준 것이다.

자신의 의정활동으로 평가범위를 축소하자 ‘70~79점’ 14명(34.1%), ‘80~89점’ 11명(26.8%), ‘60~69점’ 9명(22.0%), ‘50~59점’ 4명(9.8%), ‘90~100점’ 3명(7.3%)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공직자들의 의정평가는 냉혹했다. 응답자의 34.1%가 ‘가’에 해당하는 50점대 미만(50~59점 12명, 50점미만 2명)의 박한 점수를 줬다. ‘미’와 ‘양’에 해당하는 ‘70~79점’과 ‘60~69점’이 각각 11명(26.8%)이나 됐다.

비교적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80점대 이상(80~89점 4명, 90~100점 1명)은 응답자의 12.2%(5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1년간 예산과 인사를 둘러싸고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의정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가 대체적으로 야박하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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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 도의회와 집행부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현안들 중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을 놓고도 도의원들과 공직자들간 확연한 인식차를 보였다. ⓒ제주의소리/그래픽 김정호 기자
◇ 도의원·공무원들 “전임 도정 때보다 도-의회 관계 악화”…‘협력적 동반자’ 공염불

민선 6기 원희룡 도정과 10대 의회의 관계에 대해서는 의원들이나 공직자들 모두 대체적으로 “전임 도정 때보다 관계가 더 악화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사실 구성지 의장은 지난해 7월1일 10대 의회 개원식에서 원희룡 도정과는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1년은 서로 으르렁대는 견원지간이나 다름없었다.

도의원 41명 중 29명(70.7%)이나 ‘전임 도정 때보다 더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그저 그렇다’는 12명(29.3%), ‘협력적 동반자 관계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응답한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공무원들의 인식도 의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58.5%(24명)가 ‘더 악화됐다’고 했고, 34.1%(14명)는 ‘그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3명(7.3%)는 ‘협력적 동반자’ 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의회와 집행부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현안 중 시급히 해결해야 사안이 뭐냐는 질문에도 의원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

의원들은 ‘도정-의회 간 불통’(31명 75.6%)을 1순위로 꼽은 반면 공무원들은 ‘예산개혁’(22명 53.7%)을 1순위 해결과제로 꼽았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예산과 인사 문제로 의회와 집행부가 ‘강대강’으로 부딪히면서 사실상 정치가 실종되는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개혁’(9명 22.0%)이나 ‘의회인사권 독립’(1명 2.4%) 문제는 후순위로 밀린 것도 집행부와의 불통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봤을 수 있다.

◇ 예산개혁? 의원 “분야별 예산배분 먼저”vs 공무원 “선심·특혜성 보조금 근절”

‘예산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방점이 달리 찍혔다.

지난 연말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격하게 충돌했던 제주도와 의회는 지난 2월 임시회에서 ‘응급민생 추경’ 편성으로 급한 물을 끄긴 했지만 2회 추경을 놓고 다시 예산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 측은 ‘예산제도 개혁 실무협의회’ 구성을 놓고 3개월 넘게 샅바싸움만 하면서 실직적인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산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뭐냐는 질문에 의원들 절반 이상(21명 51.2%)이 ‘예산편성 이전 도-의회 정책협의를 통한 분야별 예산배분’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행정시 예산편성권 강화 및 충분한 가용재원 배분을 통한 풀뿌리 민원 해결’ 14명(34.1%), ‘선심성·특혜성 보조금 편성 및 집행 근절’ 3명(7.3%), ‘도의회 계수조정 과정 공개 및 회의록 작성’ 3명(7.3%) 순으로 응답했다.

이에 반해 공무원들은 58.5%(24명)가 ‘선심성·특혜성 보조금 편성 및 집행 근절’을 개혁 1순위로 꼽아 대조를 보였다.

의원들이 개혁과제 1·순위로 꼽은 ‘도-의회 정책협의를 통한 분야별 예산배분’(4명 9.8%)과 ‘행정시 예산편성권 강화 및 충분한 가용재원 배분을 통한 풀뿌리 민원 해결’(5명 12.2%)은 후순위로 밀렸다.

대신, ‘도의회의 예산심사 및 계수조정의 투명한 공개’(7명 17.1%)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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