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청 '운동장' 토론...강성균 "중금속도 기준의 문제" vs 충남교사 "인조잔디가 친환경?"

▲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는 2일 오후 4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공연장에서 ‘학교 운동장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어릴 때 바다낚시를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납 봉돌을 입으로 씹어서 만들었다. 그런데 (멀쩡히) 지금 여기 앉아있지 않느냐”

인조잔디 운동장 중금속 검출에  따른 유해성 논란 이후 제주지역 학교 운동장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토론회에 난데없는 ‘낚시 봉돌’이 등장했다. 납덩이를 자주 입에 넣어도 멀쩡한데  인조잔디도 괜찮지 않느냐는 논리다. '납 봉돌' 발언의 주인공은 얼마전  ‘천연잔디 진드기’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강성균 교육의원이다.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는 2일 오후 4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공연장에서 ‘학교 운동장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학교 운동장 개선방안을 두고 가장 합당한 대안은 무엇인지 학부모, 교사 등과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였다. 

교육청은 그동안 운동장 문제를 조사하고 연구한 충남, 서울시 교육관계자와 제주도 학부모, 교육의원을 토론자로 초청했다. 천연잔디, 인조잔디, 마사토 등 세 가지 방안을 두고 각각 장단점은 무엇이며 새로운 기술은 없는지 의견을 들었다.

이날 이목을 집중시킨 대목은 6명의 토론자가 각각 의견을 개진한 뒤 이어진 상호토론 순서.

토론자 가운데 마지막으로 개인의견을 발표한 강성균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이 “인체 유해성 같은 인조잔디의 단점들은 최근에 많이 보완됐다. 유해성 기준치를 밑돌만큼 개발이 이뤄졌다”고 하자 임춘근 충남 예산여자고등학교 교사가 반박에 나서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임춘근 교사는 제9대 충남도의회 교육의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예산여고 윤리 교사로 재직 중이다. 도의원 시절 충남지역 학교운동장 실태 전수조사를 앞장서서 진행했다.

임 교사는 강 의원을 향해 “의원님이 말씀하시는 핵심은 요즘 나오는 인조잔디는 친환경적이라 유해성이 줄었다는 것인데, 어떤 기준에서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설명해달라. 유해물질 허용 기준보다 낮으면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고무충진재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져서 친환경이라는 말이냐”고 물었다.

강 의원은 “친환경이라는 의미는 점점 (유해성분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는 말이다.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자연소재를 부숴 충전재를 만드는 곳이 있다. 그 충전재는 기존의 고무충전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해성이 낮다. 우리가 입는 옷이나 자동차 모두 유해한 성분이지만 기준에 못 미치기에 입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 이날 토론회에서 강성균 의원은 "어릴 적 납 봉돌을 씹으며 자랐지만 멀쩡하다"는 개인경험을 내세우며 인조잔디 선택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춘근 교사는 "아무리 기준치 이하의 유해성분이라도 장기간 노출될 경우 우리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반대 입장을 보였다. 왼쪽이 임춘근, 오른쪽이 강성균. ⓒ제주의소리

임 교사는 “황토칩이나 펄프칩으로 충전재를 만드는 업체가 조금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무게감이 없어 비가 오면 전부 뜨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유실된다. 탄성도 부족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다리에도 무리를 줘서 실제 시공하지 않는다”며 “기술이 발전해 친환경이라고 해도 고무가 주는 탄성력 때문에 90%가 넘는 인조잔디 충전재가 아직도 고무다. 거기에 색을 집어넣어 녹색으로 만들 뿐”이라고 반박했다.

임 교사는 “예를 들어 인조잔디 충전재의 납 성분 허용기준이 90mg이라면 실제 조사해서 89mg나온다고 문제가 없는 것이냐? 아니다. 10mg이나 30mg이나 유해성분이 기준치 이하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분명히 (악효과를)준다. 납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두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여러분께서 장기적인 노출로써 운동장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저라고 아이를 왜 걱정 안하겠냐. 제 아이도 중학교 3학년인데 인조잔디가 있는 학교에 다닌다”고 아이건강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어 “납이나 중금속 성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디서나 다 나온다. 제가 어릴 때 바다마을에서 자랐는데 낚시를 많이 했다. 그때 사용한 봉돌이 전부 납이었다. 그렇지만 입에 넣고 씹어서 모양을 만들곤 했다. 그런데도 (별 이상 없이) 지금 여기에 앉아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어릴 때 납을 가까이 했지만 이상 없는 것처럼 인조잔디에 납이나 중금속이 들어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강 의원은 “아이들이 365일 얼마나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인지를 전제 조건에 놓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덧붙이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앞서 강 의원은 지난 6월 17일 제331회 도의회 임시회에서 ‘천연잔디 진드기’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강 의원은 “천연잔디 구장에 진드기가 서식할 경우 우리 아이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라며 인조잔디 대신 마사토, 천연잔디를 대안으로 정한 교육청의 방침을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400석이 꽉 찰만큼 뜨거운 관심 속에 2시간 넘게 진행됐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국내 최초로 마사토에 대한 관리규정을 마련하고 물빠짐과 비산먼지 문제를 개선한 모형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오늘 학부모님들이 전한 의견과 전문가 조언을 종합적을 검토해 향후 정책에 반영하겠다. 특히 다음 주 도내 다섯 개 학교를 대상으로 운동장 교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설문조사 방식이나 문항 등은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는 2일 오후 4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공연장에서 ‘학교 운동장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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