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의원 “저수심 지대 광범위하게 분포...수로 조사도 엉터리” 신속한 대책 주문

해도.jpg
신규 대형 여객선이 취항과 함께 좌초했던 제주시 추자면 신양항에 선박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항내에 저수심 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수로 조사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아 제2, 제3의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농해수위 김우남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제주시 을)은 3일 보도자료를 내 신양항의 안전 문제를 지적한 뒤 수로 조사와 안전성 평가 등을 통해 신속하고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23일 신양항을 출발한 여객선 ‘레드펄’호(2862톤)가 입출항 때 배를 돌리는 선회장에서 서쪽으로 약 20m 떨어진 2m 안팎의 저수심 지대에 좌초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레드펄의 흘수(吃水·선박 정중앙부의 수면이 닿는 위치에서 배의 가장 밑바닥까지의 수직 거리)는 5m로, 바다의 수심이 이 보다 낮으면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신양항은 이러한 흘수에 파랑, 조류 등을 고려한 여유분을 더해 여객선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수심 기준이 6m로 설계됐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국립해양조사원)로부터 제출받은 국가해도를 보면 사고 지점 뿐만 아니라 항내 곳곳에 6m 미만의 저수심 지대가 놓여있다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특히 선회장이나 항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6m미만, 심지어 2m 안팎의 저수심 지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분석대로라면 신양항은 갑작스런 기상변화, 긴급 고장, 운전 미숙 또는 순간적 실수 등으로 여객선이 항로 등을 벗어나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질 위험지역이 광범위하게 분포한 셈이다.

또 국가해도에는 6m 이상의 수심을 확보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항로 내에서도 준설이 이뤄지지 않은 구역에서는 4m, 5.2m 등의 저수심이 표시됐다.

김 위원장은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도와 해양수산부는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며 향후 선박 안전에 우려를 드러냈다.

그에 따르면 제주도는 "용역 등을 통한 수심조사 결과를 보면 해도상 4m 수심 지역은 남방파제 제거 공사 후 6m 이상의 수심이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반면 해양수산부(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관련 조사 결과는 법적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아 국가해도에 반영할 수 있는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여객선 운항 개시 전에 미리 공신력 있는 수로조사 절차가 진행됐어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신양항에 대한 안전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설계용역 당시 선박조정시뮬레이션이 실시되기는 했지만 이번 좌초 사고처럼 저수심 지대와의 충돌(침범)위험 분석이 이뤄지지 않는 등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일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선박통항로 안전성평가 연구용역에 추자 신양항을 포함시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아울러 "수로조사를 즉각 실시하고 해수부, 제주도, 전문가, 선사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예인선 투입, 항행안전시설 설치, 표준 조선법 확립, 긴급 준설 등 여객선 안전 운항을 위한 단기적 대안을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양항은 레드펄호 좌초 사고 이후 공사 또는 설계 부실 가능성 등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제기됐다. 좌초 사고는 255억원을 투입한 신양항이 완공된지 일주일만이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