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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봉한 영화 [소수의견]은 2009년 일어난 용산참사가 배경이다. 정치적인 사건을 다루지만 영화 자체로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제주의소리

[한번 가 봅주] ③ 용산참사 영화화 [소수의견]...명품 배우 연기에 구성도 탄탄

‘제주가 과연 문화예술의 섬인가?’ 이런 질문에 선뜻 동의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삶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기에 문화예술은 생존 다음의 문제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금언처럼 문화예술의 섬으로 가는 첫 번째 발걸음은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더욱 가깝게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개개인의 일상에서 문화가 더 이상 ‘큰 맘 먹고 하는 존재’가 되지 않을 때 제주도는 문화예술의 섬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 [제주의소리]는 누구나 환영하는 유명 공연뿐만 아니라 소소하지만 그만의 매력을 간직한 공연, 전시를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한다. 먼저 행사를 직접 경험하고 난 뒤 소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문화적 소양이 깊지 않은 문화부 기자의 솔직담백하면서 쉬운 설명을 덧붙인다는 것은 두 번째 원칙이다. [한번 가 봅주]는 '(이 공연·전시) 한 번 가보자'는 의미다. <편집자주>

요즘 극장이 조용하다. 대형 흥행작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물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쥬라기월드]처럼 제법 규모 있는 영화가 관객을 불러 모았고 이번 주에는 '3040' 영화팬들이 반가워 할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도 개봉했다. 공교롭게 언급한 세 영화 모두 시리즈물이다.

국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다룬 [연평해전], [극비수사]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게 보니 볼 만한 영화가 없다고 말 할 정도는 아니지만, ‘빅히트’ 영화에 스크린수가 쏠리는 현상을 자주 만나다보니 ‘중박’ 영화들이 주로 포진한 지금이 왠지 없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와중에 중박에도 못 미치는 영화 한 편이 상영 중이다. 제주에서도 근근이 상영관을 잡았으나 추억 속의 'T-800' 로봇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그마저도 빼줘야 하는 상황이다.

영화의 이름은 [소수의견]이다. 그리고 이번 주 [한번 가 봅주]에서 소개할 영화이기도 하다. 

7월 2일까지 전국 누적관객 30만789명을 기록하며 저공 행진 중인 이 영화는 2013년에 만들어졌다. 

2년 동안 묵혀있던 이유를 두고 구설수에 올랐고, ‘별점테러’라는 황당한 일에 휘말리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가 손아람 씨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서 ‘CJ가 이재현 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현 정권의 눈치를 보며 영화 소수의견의 배급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이슈가 됐다. 

개봉 일정이 잡히고 나서는 일부 네티즌들이 영화 별점을 가장 낮게 매기는 ‘별점테러’에 휘말렸다. 일각에서는 별점테러의 주인공으로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일베(일간베스트)’ 회원 같은 극우성향의 네티즌들을 꼽고 있다.

[소수의견]은 경찰과 용역이 투입된 철거 작전에서 철거민의 16살 아들과 20살 의경이 숨지는 사건에 대한 법정공방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2009년 1월 벌어진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 사건, 일명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용산참사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목숨을 잃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영화 속에는 용산참사를 떠올리는 요소가 곳곳에 등장한다. 당시 청와대가 용산참사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홍보지침 이메일을 발송한 사실이나, 변호인단의 수사기록 요청에 검찰이 불응한 일, 용산참사 수사를 지휘한 검사가 검찰총장에 내정됐지만 결국 낙마한 사실 등은 영화 속에 녹아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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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봉한 영화 [소수의견]은 2009년 일어난 용산참사가 배경이다. 정치적인 사건을 다루지만 영화 자체로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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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봉한 영화 [소수의견]은 2009년 일어난 용산참사가 배경이다. 정치적인 사건을 다루지만 영화 자체로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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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개봉한 영화 [소수의견]은 2009년 일어난 용산참사가 배경이다. 정치적인 사건을 다루지만 영화 자체로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제주의소리

그렇다고 [소수의견]을 용산참사 과정에서 일어난 경찰 과잉진압, 이후 검찰의 사건축소와 나아가 공권력이 방향을 잃을 때 국민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 주구장창 긁어내는 사회비판 영화라고 단정 짓기에는 볼 재미가 상당하다.

특히 팽팽한 재판과정을 스피디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속도감을 조절하며 그려내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법정영화 [변호인]이 주인공 송강호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공판 과정에 힘이 실렸다면, [소수의견]은 개인의 카리스마가 돋보이기 보다는 법원 안팎을 빠르게 오가는 전개와 극적인 진행이 장점이다. 126분이란 러닝타임이 결코 짧지 않지만 지루하거나 늘어진다는 인상은 찾기 힘들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명품 배우들의 호흡도 볼거리다. 유해진, 이경영, 권해효를 비롯해 장광, 김의성 등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보면 ‘아~저 사람!’ 하고 아는 조연들이 대거 출연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을 만큼 훌륭하다. 특히 검사역을 맡은 김의성의 연기는 ‘백미’로 꼽을 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윤계상, 김옥빈 등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하다.

2년만의 개봉이지만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제주에서도 극장 당 배당된 개봉관이 한두 개에 불과했지만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의 등장으로 그마저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소수의견]은 같은 제목으로 손아람 작가가 2010년 4월에 펴낸 소설이 원작이다. 기자와 함께 [소수의견]을 본 변호사 지인은 “영화가 소설의 반도 못 따라간다. 방대한 스토리를 2시간 안에 담으려고 했으니 곳곳이 빠져있는 느낌”이라는 혹평을 내놨다. 

여기에 원작에 대해서 “소설은 법정 분위기를 정말 촘촘하게 그려낸 명작”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 정도니 관심이 있다면 소설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행복하고 화려하고 즐거운 영화 뿐만 아니라 무겁고 나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도 우리에게 에너지를 준다. 그 에너지는 일회성이 아닌 계속 곱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수의견] 제주지역 상영시간

3일: 메가박스 제주(20시 25분)
4일: 메가박스 제주(11시 30분, 23시), 롯데시네마 제주(10시 35분), 롯데시네마 서귀포(9시 30분)
5일: 메가박스 제주(11시 30분, 23시), 롯데시네마 제주(10시 35분), 롯데시네마 서귀포(9시 30분)
6일: 롯데시네마 제주(8시 20분, 10시 55분), 롯데시네마 서귀포(9시 30분)

※ 상영정보는 변동될 수 있으니 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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