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느 학부모의 이야기 / 강미숙

들엄시민 활동을 5년째 하고 있는 가정이다. 처음 아들에게 들엄시민 이야기를 했을 때 아들은 용기가 없었다. 다니던 학원도 그만둬야할지 말지 결단내리지 못했다. 

어느날 아들은 학원을 그만뒀다.

들엄시민 원어민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온 학교 선배가 유창하게 영어로 묻고 답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단다.

아들에게 "사교육을 끊고 들엄시민을 해라"라고 강요할 수 있었지만,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끝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들엄시민의 원칙을 지키고 싶었다.

쉬운 기다림은 아니었지만, 아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엄시민을 하고 싶다고 말해줬다.

영어 자신감, 해외까지 이어진 도전

매달 한 차례.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하는 나들이. 김장, 댕유자 따기, 고사리 꺾기, 곶자왈 탐방, 올레길 걷기, 제주 역사지 방문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단순한 영어공부가 아니었다.

아들은 어느새 "영어가 들린다"고 말했다. 영어에 자신감이 생긴 녀석(아들)은 영어책 읽기 모임인 '읽엄시민' 활동까지 앞장서고 있다. 아들에게 영어는 생활이 된 것 같았다.

들엄시민 활동을 하던 아들의 성장. 나는 아들에게 새로운 도운을 시켜주고 싶었다. 그것은 보름동안의 해외여행이었다. 아들과 들엄시민을 같이하는 아이들 8명은 영국을 택했다. 아이들은 영국 8개 도시를 하나씩 맡아 각자 그 도시의 모든 것을 공부했다. 역사, 관광, 뮤지컬에 심지어 교통체계까지 스스로 공부했다. 

아이들은 들엄시민으로 어느새 성장해 있었다. 아이들은 해외에서도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다. 자신들이 보고, 겪은 경험을 스스로 책으로도 엮어냈다. 아들은 인생에 가장 빛나는 추억이라고 말한다.

들엄시민, 가족에게 찾아온 가장 큰 선물

들엄시민 '2기' 여행 보호자로서 같이 갔던 나.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 적이 있었을까. 앞으로도 쉽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리더’가 됐다. 혼자서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순간 아이들은 더 크게 성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당시를 곱씹으며 자랄 것이다. 영국으로 출발하기 전 걱정. 무모함이 당당함으로 바뀌던 순간까지 모두를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들엄시민을 시작하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교육이 사라진 것인 뿐인데,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아들이 공부를 안할까. 전혀 아니었다. 자기주도 학습을 스스로 깨우쳐 공부했다.

내가 살면서 잘한 선택이 있을까. 스스로 물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나의 선택 중에서 단연 꼽을 수 있는 것 바로 '들엄시민'. 많은 부모들이 나와 같은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행복한 삶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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