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리플릿 만들며 비영리문화단체 작품 베껴...공사 “디자인 업체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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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디자인이야? 위쪽이 제주관광공사에서 만든 리플릿, 아래쪽이 'lab.왓'에서 만든 리플릿이다. /사진 출처=왓집 페이스북

제주관광공사가 지역의 한 비영리문화단체에서 만든 홍보물 디자인을 베낀 사실이 드러났다. 뒤늦게 전량폐기하겠다고 밝혔지만, 관광마케팅을 담당하는 제주의 대표적 공기업이 저작권에 대한 무지 또는 도덕불감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7일 <제주의소리> 확인 결과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기획중인 ‘원도심 한여름밤의 작은 음악회’ 리플릿에 비영리단체 ‘Lab.왓’의 디자인 일부를 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제주시내 지도인 ‘찾아오는 길&교통안내’. 시내 주요 지점을 원으로 표시한 부분, 각 지점의 명칭과 개수, 각 지점을 오가는데 필요한 소요시간을 표시한 부분까지 Lab.왓이 만든 ‘칠성로지도’와 상당부분 일치했다. 전반적인 구성과 디자인까지 흡사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약 한 달 전 ‘Lab.왓’ 측을 방문해 작은 음악회 홍보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Lab.왓에서 만든 리플릿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Lab.왓 관계자는 “이 지도 디자인은 작년부터 자비로 제작하다 각계 후원금으로 만든 것인데 (제주관광공사 리플릿은)구성에 글자까지 똑같았다”며 “마을을 조사한 뒤 지도를 자체 디자인했는데 이런 노력이 담긴 콘텐츠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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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관광공사의 리플릿.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사진이 실려있다. /사진 제공=디자인 왓 ⓒ 제주의소리

제주관광공사도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날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확실히 어느 정도 잘못은 있다”면서도 “디자인 업체에서 실수로 (Lab.왓 디자인에)착안해서 쓴 것으로 보인다. 전량 폐기하고 다시 제작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또 있다. 제주관광공사의 리플릿 중에는 행사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면 ‘제주 디자인 문구’를 증정한다는 내용의 이벤트 안내도 실려있다. 이 부분에 실린 디자인문구는 ‘Lab.왓’ 멤버 중 한 명의 개인브랜드 ‘디자인 왓’이 만든 제품들.

원작자의 동의 없이 이벤트를 진행하고 사진을 게재한 셈이다.

디자인 왓 관계자는 “상품 증정에 대한 의논이라든지 사진 사용에 대한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 6일 리플릿이 나오고 나서야 ‘이런 이벤트를 하겠다’는 설명이 있었다”며 “지금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고 황당하다. 전량 폐기와 담당자 사과 정도로 마무리지으려는 것 같은데 단순히 폐기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Lab.왓 쪽에서는 여러 군데 베꼈다고 하는데 문제가 된 것은 한가지”라며 “사업적으로 쓰려고 만든 지도도 아니고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만든 것인 만큼 너무 나쁘게만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제주관광공사가 원도심 문화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원도심 한여름밤의 작은음악회는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관덕정 광장에서 진행되며 제주의 로컬밴드들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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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관광공사의 리플릿. /사진 제공=왓집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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