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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PD. ⓒ제주의소리
[테크플러스 제주] 김원석 PD, “작품 혹평 속에 시청자와의 공감 필요성 절감”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현실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큰 호평을 받은 드라마 ‘미생’은 수차례에 걸친 실패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었다. 드라마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CJ E&M PD는 “여러 작품으로 실패를 맛보면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최고의 지식콘서트 ‘테크플러스 제주(Tech+) 2015’(테크플러스)가 ‘기운생동(氣韻生動)-제주를 깨우다’라는 주제로 10일 개최됐다. 

2013년부터 매해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테크플러스는 올해 건축, 벤처기업, 방송, 제조업 등 각 분야에서 주목받는 명사들이 나섰다. 여기에는 윤태호 작가의 만화 미생을 드라마로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김원석 PD도 포함됐다. 

2012년 1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웹툰으로 연재된 만화 미생(작품확인: 클릭)은 대한민국 샐러리맨 문화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철학적 성찰로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다른 만화들과 비교하면 텁텁하게 느껴질 만큼 스토리와 작화는 담백하지만 작품이 전달하는 '사람'에 대한 메시지는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불완전한 상태를 의미하는 바둑용어인 제목 미생(未生)은 꿈을 펴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을 대변하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2014년 10월부터 3개월간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미생은 케이블이란 인프라 한계를 뛰어넘는 평균 시청률 8.2%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CF시장을 휩쓸었고 ‘미생물’이라는 코믹 패러디 작품까지 정식으로 편성되며 만화 원작자가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미생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올해 열린 제51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에서 연출상(김원석), 남자최우수연기상(이성민), 남자신인연기상(임시완) 등 3관왕을 휩쓸었다.

많은 이들은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원작 만화의 기조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사무직을 소재로 한 많은 드라마 작품들이 러브스토리, 지나친 극적 요소로 버무려져 정작 직장문화는 뒤편으로 밀려난 경향이 강했지만, 드라마 미생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회사라는 거대한 조직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에 집중한 원작에 최대한 충실한 결과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됐다.

김 PD는 이날 강연에서 자신이 미생을 만나기 전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음악전문 케이블채널 엠넷(Mnet)에서 방송 생활을 시작한 이후 화려한 편집 기술, 그래픽 활용 능력으로 승승장구 했지만 어느 순간 연달아 세 작품(SF드라마 GOD, 슈퍼스타K 더 비기닝쇼, 몬스타)을 속된 말로 ‘말아먹으면서’ 큰 고민에 빠졌다.

김 PD는 “그 당시에는 대본에 충실하지 못한 채 그래픽이나 외형적인 면에 집중했고, 내가 만족하면 시청자도 만족할 것이라고 착각했다. 드라마의 중심은 인기 많은 배우가 아닌 탄탄한 대본이라는 점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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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PD. ⓒ제주의소리
그는 “이런 과정을 겪고 만난 것이 미생이다.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감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했다. 좋은 연기·촬영·대본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김 PD가 미생을 제작하는 과정은 그 전 작품과는 사뭇 다르다. 원작자와 자주 만나며 의견을 교환했고, 작가진도 여러 명으로 구성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산해냈다. 시청자들이 남긴 댓글이나 SNS의견도 분석하면서 시놉시스에 반영했다. 작품을 대해 달라진 자세는 김 PD의 커리어에 큰 획을 남긴 영광을 가져다줬다.

김 PD는 “저는 미생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미생을 통해 앞으로 제 인생에 있어서 사람을 소중히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자신이 전체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소개했다. 주인공 신입사원 장그래에게 미안해하는 상사 오상식 과장과 그를 덤덤한 듯 따뜻하게 위로하는 장그래의 대화다.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어. 파리 뒤를 쫓으면 변소 주변이나 어슬렁거릴거고 꿀벌 뒤를 쫓으면 꽃밭을 함께 거닐게 된다잖아.” (오상식)

“그래서 저는 꽃밭을 걷고 있는가 봅니다.” (장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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