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이상봉 의원, “의료계·도민사회 왜 영리병원 반대하겠나?” 공론화 주문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라고 자부하던 S병원조차 메르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격리치료에 필수라고 하는 음압병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반면 지방의 공공의료기관인 성남의료원에는 32개나 됐다. 국민들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공공의료 인프라 필요성을 절감해야 했다.

제주사회가 영리병원 문제로 또 다시 시끌벅적하다. 중국자본인 녹지그룹이 외국의료기관(녹제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하면서다. 제주도는 “법에 보장된 제도”라며 두둔하는 듯한 모양새다. 당사자 격인 의료계는 “의료민영화의 물꼬가 제주에서 트이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은 2008년 김태환 도정 당시 반대 여론에 부딪혀 좌초됐던 사안이다. 당시와 비교해 달라진 것이라곤 영리병원 설립법인이 국내냐 해외냐의 차이뿐이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노형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의료는 오롯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은 332회 정례회 기간 중 영리병원 문제와 관련해 도청 담당국장과 설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14일에는 ‘제주 영리병원,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외국의료기관, 투자개방형병원 등의 용어를 쓰며 영리병원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대해서는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 병원이 영리병원이 아니면 뭐냐. 비영리병원이냐”고 반문한 뒤 오히려 제주도가 영리병원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 공공의료 강화, 후 영리병원 도입 공론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영리병원 허용은 낮은 공공의료 재정, 공공의료 인프라 취약, 건강보험 체계 붕괴 우려 등의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얘기가 많다”며 “도민 여론조사 결과도 반대 여론이 훨씬 우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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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 이상봉 의원(노형 을,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의소리
이 의원은 메르스 사태를 언급하며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민영화의 빗장을 여는 것으로,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의료대재앙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에게는 “전문가 의료단체 도민사회의 부정 여론이 사실인지,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공론화 과정을 주문했다.

10대 의회 입성한지 1년이 넘었다. 1년을 돌아본다면.

의정생활과 병행하면서 지역민원들을 해결하고자 현장을 뛰어다니며 지역주민들과 고충을 나눴다. 어느 만큼 지역주민들에게 만족을 줬는지는 모르겠다. 초심으로 앞으로 현장에서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의정활동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최근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여성보건복지국장과 설전을 벌였다. 결국 사과도 받아냈지만, 어떤 문제로 설전을 벌였나.

두 차례 실시된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 도청 보건복지여성국 실무 책임자가 나름대로 도정 철학을 가지고 풀어나가려 했겠지만, 심사 과정에서 반대 여론이 높은 게 도민이 잘 몰라서 또는 의료제도를 잘 몰라서 그런 결과물이 나왔다고 답변한 것은 도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지적한 것이다.

최근 녹지그룹이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을 추진하면서 생긴 문제다. 그렇지만 현행 제주특별법은 외국의료기관, 즉 외국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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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봉 의원. ⓒ제주의소리
그렇다. 제도적으로는 보장이 되어 있다.

제도적으로 보장되긴 했지만 도민 정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시민단체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74%, 의회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57%가 반대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영리병원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다고 보나.

영리병원은 의료 공공성보다는 이윤추구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자칫 공공의료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도민들의 우려가 그러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이해한다.

영리병원 문제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태환 도정에서는 반대 여론이 높게 나오자 추진을 중단했다. 당시와 비교해 여건 변화가 있어 다시 추진하려하는 것인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최근 두 차례 여론조사 도민의식을 보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영리병원에 대한 도민들의 정서가 그렇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의료계에서조차 찬반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도내 의료단체 5개가 전부 반대 목소리를 낸다. 의료인들의 목소리가 왜 달라졌다고 보나.

제주특별법에 보장된 외국의료기관 설립 취지는 세계적인 우수 병원을 유치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과 의료관광 활성화, 외국인 정주여건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도내 의료단체 중에서도 일부는 찬성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싼얼병원 사태가 남긴 교훈처럼 부실한 의료기관도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항간에 는 국내 법인이 우회적인 투자로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이런 것들 때문에 의료인들의 생각이 달라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14일에는 강경식 의원과 ‘제주영리병원,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도 개최했다. 어떤 얘기가 나왔나.

세계적인 추세는 의료공공서비스를 교육 복지와 더불어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좀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현실은 공공의료 인프라가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OECD 국가 평균 75%와 비교하면 너무나 열악한 실정이. 국·공립, 지방의료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의료 인프라를 구축한 뒤 외국 영리병원 도입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얘기인 셈이다.

영리병원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기본적으로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한 뒤에 논의하자는 얘기로 들린다. 행정은 제도상으로 하자가 없으면 허가해줘야 되는 입장이다.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법에서 보장된 것을 왜 안해주냐고 문제제기 할 수 있다. 제도와 현실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는데, 해법은 없나.

어려운 부분이다. 외국의료기관은 제도적으로 보장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정에서 추진하려한다면 도민공론화 과정이 우선이다. 우려되는 문제점과 장점을 같이 보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제주도민은 10여 년간 영리병원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그 때문에 영리병원 도입에 따른 부정적인 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가 말한 것처럼 도민들이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영리병원이 허용됐을 때 병원이 이윤추구의 장으로 변질되고, 건강보험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도민들이 잘 알게 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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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상봉 의원(노형 을, 새정치민주연합). ⓒ제주의소리
영리병원이라는 말 뉘앙스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투자개방형 병원, 외국의료기관이란 용어 대신 영리병원이란 단어를 쓰는데 따른 거부감이랄까. 그래서 담당국장이 표현을 바로 잡아달라고도 했다. 용어에 대한 적절성 문제는 없나.

의료인들조차도 ‘영리병원’이라고 말한다. 경제자유구역,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외국의료기관을 설치할 수 있는 예외를 두긴 했지만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전부 비영리다. 따라서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 병원을 영리병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외국의료기관이나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말하는 것이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자본에 노출돼 이윤을 추구하는 병원이라면 비영리법인에 반대 의미인 영리병원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본다.

원희룡 지사가 도정질문 답변을 통해 국내 영리병원 도입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외국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애매모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 때문에 논란이 확산 된 측면도 있다. 마지막으로 영리병원 추진과 관련해 도정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법으로 보장된 제도이기 때문에 외국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도민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인데, 도정 책임자가 “법에 보장됐기 때문에”라며 설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말 도민을 설득하려면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밀실 속에서 추진하면 도민들이 갖고 있는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

무엇보다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민영화의 빗장을 여는 것으로,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의료재앙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메르스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따라서 외국 영리병원 설립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지금이라도 토론회나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전문가 의료단체 도민사회 의견을 통해 부정 여론이 사실인지,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 어느 정도 방향성이 나오지 않겠나. 지사의 진정성을 도민에게 알려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사께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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