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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일부 승소, 실제 손해배상액은 제로...유사소송만 16건

수 십여명의 농민을 상대로 1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이고 공금까지 횡령한 현직 제주도 공무원 사기사건과 관련해 제주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민사1단독 이정권 판사는 농민 양모씨가 전 농업기술원 공무원 허모씨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양씨는 감귤 비닐하우스 설치사업으로 국가보조금이 지원된다는 허씨의 말에 속아 지난 2013년 7월 전체 사업비의 30%인 자부담금 3375만원을 허씨의 통장으로 입금했다.

그해 11월 허씨와 양씨는 A업체와 3037㎡규모의 하우스 시설 공사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체 공사비 1억1250만원의 30%인 3375만원을 선급금으로 지급했다.

실제 공사가 이뤄졌고 A업체는 2014년 2월 시설하우스를 완공했다. 문제는 국가보조금이라고 알고 있었던 공사비의 잔금인 7875만원이 A업체에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기임을 눈치 챈 양씨는 2014년 3월 허씨를 찾아가 ‘잔금 787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확약서를 받아냈지만 허씨는 얼마 뒤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처지에 놓였다.

양씨는 결국 지난해 8월26일 공사비 잔금을 제주도와 허씨가 공동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제주도는 이에 맞서 “시설하우스 보조사업은 허씨의 직무와 아무 관련이 없다. 따라서 직무관련성이 없는 허씨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제주도의 배상책임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판사는 “제주도 산하 농업기술원이 공문서 위조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외관상 허씨의 행위가 직무집행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국가배상법상 제주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양씨가 보조금 지원 사업에 대한 제반 사항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점을 고려해 배상범위를 50%로 제한했다.

다만 양씨가 허씨의 불법행위를 통해 1억1250만원 상당의 시설하우스를 취득한 재산상 이득을 고려해 피해액 7875만원을 손해배상 청구금액에서 차감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제주도의 배상책임이 있지만 이를 공제하고, 피해액 7875만원 전액에 대해서는 허씨가 양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양씨를 포함해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농민은 29명에 이른다. 접수된 소송만 16건이다. 이들이 청구한 금액은 14억5000만원 상당이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1심 선고는 3건이며 제주도가 패소해 배상판결이 나온 사례도 있다”며 “피해 농민마다 공사진행 상황 등이 달라 소송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씨는 2013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농민 44명을 상대로 자부담금 명목으로 16억8014만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 돼 1,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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