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2차 본회의 3시간 앞둬 단독 처리…고태민, 새누리 원내대표 사퇴 ‘후폭풍’

1.jpg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제주도가 편성한 제2회 추경예산안 중 112억여원을 삭감한 수정안을 집행부 동의 절차 없이 의결했다.

집행부의 사안별 부동의 카드에 맞서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지난 연말 새해예산안 처리 때와 같은 ‘예산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고태민 의원이 같은 당 소속 원희룡 지사에 “예산은 정치의 산물인데…”라고 섭섭함을 토로하며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사퇴하는 등 제주도-의회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경용)는 28일 오전 제332회 제1차 정례회를 속개해 제주도가 제출한 2회 추경예산안 일반회계 세출예산 중 112억6996만원을 삭감한 뒤 쓰임새를 재조정한 수정안을 가결했다. 이는 당초 삭감 예상 규모 75억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삭감된 내역을 보면 우선 메르스 관련 제주관광 홍보마케팅 60억원, 해양관광 테마 강정항 조성사업 6억8000만원, 자원순환마을 시범사업 운영 2억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이렇게 삭감된 예산은 가공용 감귤 수매가격 차액 보전 사업 40억1673만8000원, 무 세척시설 현대화 지원사업 1억3000만원, 제주도농아복지관 기능 보강 1400만원 등으로 증액 편성했다.

예결위는 이와 함께 제주도가 명시이월 요청한 예산 280건 2979억원에 대해서는 ‘불승인’했다. 연말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집행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경용 위원장이 계수조정 결과를 의결하면서 집행부에 동의 여부를 묻지 않자, 김용구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몽니가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경용 위원장은 의결 직후 “도의회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도민을 위한 마음은 도청 혼자만으로 하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집행부의 협상 태도를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집행부에서는 도민을 위한 생각의 전환으로 이번 추경심사를 통해 의원들이 지적한 사항을 적극 수용해 향후 예산 편성과 집행과정에 충분히 반영, 건전한 재정운용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수정예산안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제2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도의회가 단독 의결하고, 집행부가 이게 강하게 반발하면서 2차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연말 새해 예산안 처리 때와 같이 지사가 ‘부동의’ 사유를 말하는 과정에서 마이크가 꺼지는 불상사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날 의결에 앞서 고태민 의원(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예산은 정치적 산물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원내대표 입장에서 어제(27일)부터 원희룡 지사를 면담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면담이 이뤄지지 못했다. 정치가 이런 것인가 후회를 한다. 백의종군해서 제주발전과 도의회 위상을 지켜내는데 노력하겠다”며 원내대표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당 소속 원희룡 지사에게 대한 섭섭함과 배신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인 현우범 의원(남원)도 예산심사 때 논란이 됐던 관광공사 전출금(홍보마케팅 60억)과 관련한 제주도의 해명 보도자료와 관련해 “속기록까지 확인했는데, 제주도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렇게 허위 자료를 내도 되는 것이냐”고 예산을 둘러싼 집행부의 대응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어 현 의원은 “당초 계상돼 있는 전출금 31억6000만원의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감사위원회 감사를 통해 결과를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며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여·야 원내대표가 집행부를 향해 ‘쌍포’를 날림에 따라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추경예산 처리를 둘러싼 제주도와 도의회 간 갈등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