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에 “예산은 정치적 산물인데…정치한 것 후퇴” 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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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태민 의원.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고태민 의원(애월)이 제2회 추경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집행부와의 갈등 국면에서 같은 당 소속 원희룡 지사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원희룡 지사를 향해서는 “정치가 이런 것인가 후회를 한다”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고태민 의원은 28일 오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9차 회의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제2회 추경예산안 의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예산도 협치가 돼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 의원은 “집행부에서 얘기하는 혁신, 변화에 대해 동조를 하고 지금까지 많이 노력했다”며 “이번 추경을 다루면서는 상임위, 예결위에서도 법정경비, 국비 매칭 사업비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고, 증액과 관련해서도 집행부에서 요구한 사업설명서도 첨부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자평했다.

이어 “원희룡 도정 출범 이후 4번째 추경이 편성됐는데, 2번은 (의회에서) 증액이 이뤄졌다”며 “단 한번으로 혁신이 완성될 수는 없다. 도와 의회가 (예산제도 개혁) 협의체를 구성했는데, 매뉴얼이 없다. 의원들이 동참하면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특히 “제주도는 기초의회가 없다. 기초자치단체·기초의회가 있으면 도의원들이 자잘한 예산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게 풀뿌리 민주주의였다. 예산갈등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예산갈등의 원인을 기초자치권을 폐지한 데서 찾았다.

그러면서 그는 “예산은 정치적 산물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어제부터 지사와 면담하려고 노력했는데, 불행히도 면담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정치가 이런 것인가 후회를 한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격이 있는지 많은 고심을 했다. 원내대표를 내려놓고 백의종군해서 제주발전과 제주도의회 위상을 지켜내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제주도 투자유치과장을 지낸 고위공직자 출신이다. 자신이 몸 담았던 공직을 향해 쓴 소리를 건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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