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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생명평화대행진] 용산참사 최후의 일원  김주헌씨 "앞으로도 계속 참여"

28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일주도로.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노란옷을 입은 150여명이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었다.

왼쪽 가슴에는 ‘PEACE-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갓 7개월이 지난 아이부터 환갑을 훌쩍 넘긴 노인까지 연령대는 물론 거주지, 직업까지 다양했다. 그들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2013년부터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함께하고 있는 김주환(56)씨의 표정은 특히나 무거웠다. 6년여전 언론에 자주 노출됐던 그는 '공인 아닌 공인'이었다.

'용산 참사' 당시 용산 4구역에 설치된 망루 위에 올라 끝까지 투쟁하던 30인 중의 한명이 김씨였다.

그는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 제도개선위원회’ 회원 3명과 함께 평화대행진에 참가했다.

지난 2009년 1월 20일 오전 3시.

용산 4구역 재개발에 반발해 경찰과 대치하던 모습,
최후의 수단으로 용접기로 직접 망루를 만들던 기억,
싸움을 함께했던 친구가 망루에서 떨어져 장애인이 된 모습,
함께 투쟁했던 동료가 불에 타 숨지는 것을 망루 꼭대기에서 전해들었던 당시 감정...

그가 회상한 용산 참사 당시 모습은 처참했다. 그리고 그가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함께한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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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참사 당시 망루를 직접 만들고 망루 꼭대기에서 투쟁했던 김주환 씨가 발걸음을 멈추고 용산 참사 당시 상황을 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용산과 강정은 다르지 않아요. 국익과 공익이라는 명분하에 조용했던 마을 공동체가 파괴됐다는 사실이에요. 용산 재개발은 대기업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강정도 비슷하죠. 오히려 다른 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같이 걷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김 씨는 전과자다.

용산 참사 당시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치사, 도로교통법 등 10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2009년 그는 징역 4년형을 받아 수감생활을 했다.

김 씨가 다시 바깥 공기를 마신 것은 2013년. 출소 후 바로 평화대행진에 함께했다.

그는 아직도 일부 혐의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다.

그가 언제까지 용산 진상규명과 강정평화대행진에 함께 할지 궁금했다. 

“이곳에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참가했겠죠. 그 사실 자체만으로 기뻐요”

이어 김 씨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요. 6년 전 끝난 일을 왜 여태껏 붙잡고 있느냐. 달라질 것은 없지 않느냐. 그런데 이 억울함을 어떻게 할까요. 진실을 밝히고 싶어요. 용산 참사가 사람들 기억 속에 잊혀진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한다면 몇몇 사람들이 기억해주겠죠”라고 작은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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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손을 잡고 평화대행진에 참가한 어린이가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그 모습에 참가자들이 더위를 잊고 웃음을 터트렸다. ⓒ제주의소리

김 씨의 말처럼 두 사건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가고 있다. 평화대행진은 더이상 잊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인 셈이다.

또 물었다. 언제까지 용산 참사 진상 규명, 평화대행진에 함께할 거냐고.

“그냥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순간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았다. 땀을 닦는 척 수건으로 서둘러 눈물을 훔쳐냈다.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은 지난 27일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함께 걷자 생명의 강정! 함께 살자 모두의 평화’를 주제로 발걸음을 뗐다.

목적지는 서귀포시 강정. 이들은 동진과 서진으로 나뉘어 출발했다.

동진(단장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은 함덕, 김녕, 세화, 성산, 표선, 하례를 지나 강정으로 향한다. 서진(단장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애월, 한림, 한경, 대정, 안덕, 화순, 중문을 지난다.

동진과 서진은 오는 8월1일 강정마을에 도착해 인간 띠잇기 행사를 가진 뒤 오후 5시부터 2015 평화대행진 해단식과 함께 해군기지 반대 투쟁 3000일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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